꽃처럼 피어난 그대의 미소
  • 이웅기 기자
  • 승인 2019.09.0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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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밥 한번 먹어요."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 자주 하는 말이죠. 정말 밥이 먹고 싶을 수도 있지만 당신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번학기 여론부에서는 한학기 동안 매주 다른 중앙대 유명인사와 ‘밥 약속(밥약)’을 잡고 함께 식사할 예정입니다. 이번주 밥약의 주인공은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지하 4층 ‘파머스플라워’에서 근무하는 플로리스트 장세영씨(31)입니다. 그 누구보다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그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시죠.

 

사진 정준희·김정훈 기자
사진 정준희·김정훈 기자

 

플룻 전공에서 플로리스트로

친근함·털털함 물씬 풍겨

 

310관 지하 4층에는 푸르른 식물과 각양각색 꽃으로 가득해 마치 화원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 있다. 바로 파머스플라워다. 가게 정면이 유리로 이뤄져 있어 바깥에서 내부가 보이는 이곳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곤 한다. 이번주는 파머스플라워에서 근무하는 플로리스트 장세영씨와 밥약을 잡았다. 플로리스트 장세영, 인간 장세영은 어떤 사람일까. 학생들 사이에서 ‘인싸’ 기질이 다분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그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낯가리지만 ‘NOT 대화’는 싫어해

  온종일 꽃에 둘러싸인 채 일하는 플로리스트가 꽃을 선물 받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인터뷰 전 미리 구입한 꽃을 들고 그가 일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서로 인사를 나눈 후 등 뒤에 숨겨놨던 꽃을 건네자 그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정말 감사해요. 어디서 사셨어요? 저희가 파는 꽃만큼 싱싱하네요. 꽃 선물 받은 지 엄청 오래됐는데.” 이어 자신이 아직 인터뷰할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털털하게 밝혔다. “꽃은 너무 고마워요. 근데 준비도 안 했는데 갑자기 찾아오시면 어떡해요.(웃음) 지금 매장 청소 중이었는데…. 입술 바를 시간은 주세요.”

  청소와 단장을 마무리한 세영씨와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의 일과를 들어보니 무척 바쁜 듯했다. “오전 9시 출근이라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기 바빠요. 1호점이 있는 상도에 들러 사장님께 필요한 상품을 받아 이곳 문을 열죠. 그렇게 오랜 시간 바쁘게 일하다 오후 7시에 퇴근해요. 근데 칼퇴근을 못 할 때가 빈번해요. 작업하다 보면 그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날이 있거든요.(웃음) 퇴근하면 집에서 요즘 어떤 꽃이 잘 나가는지 검색해 봐요. 최근에는 이사하고 TV를 설치해 넷플릭스를 즐겨 본답니다. 아니면 집 가는 길에 상영 중인 영화 시간을 확인하고 즉흥적으로 영화관을 찾기도 해요. 혼자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옆에서 말 걸면 집중하는 데 방해되더라고요.”

  극장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세영씨지만, 매장에서는 언제나 손님들과 함께다. “제가 가진 능력 중 하나는 모든 사람과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거죠.(하하) 사실 저 낯가림이 꽤 심해요. 낯을 가려서 오히려 말을 더 많이 하는 거예요. 침묵 속 어색함이 닭살 돋을 정도로 싫거든요. 저에게 외향적인 것 같다고 하는 사람은 저랑 별로 친하지 않은 거예요.(웃음) 정말 친한 친구들은 제가 소심한 편인 걸 잘 알거든요. 소심한데 소탈해 보이는 거예요.”

  하지만 손님을 대하는 태도는 그가 자신을 소개한 내용과 아주 달라 보였다. 인터뷰 도중 매장에 들어온 손님과도 쉴 틈 없이 담화를 이어갔다. 세영씨는 근무 중 손님과의 기억에 남는 일화를 들려줬다. “한 손님이 꽃을 주문하러 오셨어요. 애인과 만나는 천일 동안 한번도 꽃 선물을 해본 적이 없대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이승환의 ‘천일 동안’ 노래를 틀고 손님 앞에서 열창했죠.(웃음) 근데 그게 이별 노래거든요. 그분이 이별 노래 아니냐고 여쭤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사랑스러운 노래로 바꿔드렸어요.”

  행복 위해 플로리스트 되다

  27살에 시작해 5년째 플로리스트로 일하고 있다는 세영씨. 꽃을 전공하진 않았다고 한다. “플룻을 전공했어요. 근데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고 플룻을 재밌어하지 않았어요. 그저 플룻이 예뻐서 배우기 시작했거든요.(웃음) 어머니가 음악학원을 운영하셔서 악기를 접할 일이 많기도 했고요. 사실 미술을 배우고 싶었지만 부모님께서 음악 관련 전공을 원하셨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입시를 위한 음악을 배웠죠. 저도 대학은 가야겠다 싶어 죽기 살기로 연습했어요. 그렇게 대학에 들어갔는데 당연히 제가 하고 싶은 공부가 아니었죠. 그냥저냥 대학 졸업하고 음악학원에서 일하며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그는 입시부터 학원 강사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레 흘러가는 삶에 만족하지 않았다. 또 매일 같은 일을 하는 데에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방을 옮겨 다니며 아이들의 연주를 돕는 기계가 된 것 같았어요. ‘내가 원하는 삶이 정말 이걸까?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죠. 어릴 적부터 결혼하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거든요. 근데 나중에 아이가 자라 ‘엄마는 왜 이 직업 갖게 됐어?’라고 물어봤을 때 해줄 말이 없더라고요.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서는 아이에게 희망을 주는 엄마가 되지 못할 것 같았죠.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그는 대학 시절부터 꽃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음악 전공이다 보니 친구들 연주 무대에 갈 일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꽃다발을 선물했는데 꽃부터 포장지까지 모두 제가 골라야 직성이 풀렸죠.

  그러다 26살쯤 꽃집 일을 먼저 시작한 친구 가게에 놀러 갔어요. 혼자 가만히 앉아있는데 손님들이 웃으면서 들어와 웃으면서 나가더라고요. 그때 감동했어요. 그 당시 학원 강사를 하며 회의를 많이 느꼈는데 플로리스트 일은 웃으며 행복하게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이때가 꽃 관련 일을 배우고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랍니다.”

  오순도순 사랑방 될 ‘수다화’

  저녁 식사를 위해 꽃집에서 용산으로 이동했다. 메뉴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관절에 좋은 등푸른생선 요리. 하루 종일 서서 꽃을 손질하는 그이기에 관절이 좋지 않을 거라 짐작했다. “뭐에요.(웃음) 신경 많이 써주셨네요. 계속 서 있다 보니 허리가 불편해져 주사를 맞은 적도 있어요. 또 자취하다 보니 생선 먹을 기회가 거의 없는데. 잘 먹겠습니다.”

  식사 중 대화를 이어가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들어볼 수 있었다. “저는 고민 전부 얘기해요. ‘TMT(Too Much Talker)’거든요.(하하) 사실 꽃집에서 제 나이에 직원으로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언젠가 제 가게를 차려야 할 텐데 아직 엄두가 안 나요. 또 플로리스트는 자기 스타일대로 일하기도 하지만 유행을 따라 대중의 취향에 맞춰가야 해 계속 공부해야 하죠.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이 직업을 평생 할 수 있을까’ 등을 고민하고 있어요. 아직 제 꽃집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생각해보지 않았답니다.

  근데 가게 이름은 미리 정해놨어요.(웃음) ‘수다화’에요. 가끔 일하면서 제 인스타그램 개인 계정으로 라이브를 켜거든요. 친구들이 입장하면 함께 대화를 나누곤 하죠. 근데 라이브 중 가게에 손님이 들어올 때가 있어요. 아시다시피 제가 손님이랑 쉴 틈 없이 얘기하잖아요. 그래서 친구들이 영상 속 저의 수다 떠는 모습을 보고 ‘너 수다스러우니까 나중에 꽃집 차리면 수다화로 해’라며 가게 이름을 추천해줬어요. ‘수다’가 한자인 줄 알았는데 순우리말이더라고요. 그래서 수다에 의미를 부여하면 어떨까 싶어 한자를 찾아봤죠. ‘다’는 많을 다로 확정했는데 ‘수’는 고민 중이에요.(웃음) 빼어날 수, 손 수, 물 수 등 좋은 뜻이 많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그가 꿈꾸는 꽃집 얘기도 들어봤다. “사랑방 같은 꽃집을 운영하고 싶어요. 누구나 편하게 들러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꽃과 대화가 공존하는 꽃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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