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무너진 본질
  • 전규원 기자
  • 승인 2019.03.2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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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강사법)은 지난해 11월 통과돼 오는 8월 발효될 예정입니다. 강사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약 8년간 4차례 시행이 유예됐던 강사법의 개정 과정과 타대 사례를 짚어 봤습니다.

  강사법, 8년간의 유예

  강사법의 시초를 알기 위해선 꽤나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지난 2010년 故서정민 조선대 시간강사가 자신들의 열악한 처우를 지적하며 안타까운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지난 2011년 대학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도록 한 유예 개정안(시간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했죠. 해당 법안은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임용 기간을 1년 이상으로 보장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강사법은 약 8년 동안 4차례 시행이 유예되며 순탄치 않은 행보를 보입니다. 해당 법안에 얽힌 이해당사자가 저마다의 주장을 펼치며 혼란을 빚었기 때문입니다. 강사 측은 시간강사법만으로는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이 온전히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시간강사를 대상으로 한 대량해고도 우려했습니다. 반면 대학은 시간강사법으로 인한 재정적 타격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3월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를 꾸렸습니다. 해당 협의회는 ▲강사 측 대표 4인 ▲대학 측 대표 4인 ▲국회추천전문위원 4인으로 구성돼 강사법의 안착을 위해 의견 수렴을 진행했습니다.

  수차례 난항을 겪어오던 시간강사법은 마침내 지난해 11월 지금의 모습으로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개정된 강사법은 ▲교원지위 부여 ▲방학 중 임금 지급 ▲3년까지 재임용 절차 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오는 2학기부터 모든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대학가에 잇따른 논란

  이해당사자간 합의를 통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교육 현장의 불만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논란에 휩싸인 학교는 한두곳이 아닙니다. 연세대는 올해 1학기 시간강사 수를 대거 줄였습니다. 또한 기존 강사 일부를 겸임·초빙 교원 신분으로 전환했습니다. 연세대 신촌캠 시간강사의 경우 지난해 1학기 총 1309명에서 올해 총 473명으로 836명이 줄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약 63%로 적지 않은 규모입니다.

  강좌 수 변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연세대학교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연세대 공대위)는 “연세대 선택교양(생활 건강 영역 제외)의 수는 지난해 1학기에 비해 약 79개가 줄었다”며 비율로 따지면 약 66%의 강의가 감소한 셈이다”고 전했습니다.

  학생들은 수업 선택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합니다. 연세대 공대위는 “강사 수 감소는 강좌 수 감소 및 강좌 대규모화로 이어져 수업의 질을 감소시킨다”며 “교사 및 학생 간의 상호작용 불가능과 수강신청 경쟁률 심화, 졸업의 어려움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강사법으로 인한 시간강사 대량 해고, 개설 과목 감소는 비단 연세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려대는 지난해 대비 개설 과목 중 전공과목 74개와 교양과목 161개를 없앴습니다.

  여러 대학이 시간강사, 개설 강좌 수를 조절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입니다. 약 10년간 동결돼 온 등록금과 감소하는 학령 인구에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지난해 11월 23일에 진행된 한국사립대학교총장협의회 정기총회에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대학에서 강사법이 시행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현실과 법 사이

  강사법 시행으로 예견되는 대학의 재정적 부담을 정부가 일정부분 해소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약 8년간 강사법이 유예되면서 정부가 관련 재정을 마련 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주장입니다. 교육부는 강사법 문제와 관련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강사법의 보다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교육부는 오는 4월 운영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할 예정입니다.

  재정 타격을 호소하는 대학, 내쫓기고 있는 강사, 수업권 침해에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까지 이대로라면 강사법이 대학에 순탄하게 정착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시행을 앞둔 강사법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강사법의 취지는 강사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이뤄 안정적인 교육 연구 여건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결국은 강사법 또한 교육의 질 상승을 위한 법안입니다. 강사법의 본질은 변질되지 않았는지, 과연 누구를 위한 강사법인지 돌이켜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닐까요.

전규원 기자
대학보도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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