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보인다, 검은 두건을 뒤집어쓴 물체가 다가오고 있어.""너도 악마의
힘을 받았어."`꺄아악' 자지러지는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배우들이 무대위에
기절하는 장면은 가히 전율적이다.올해로 창단 28주년을 맞는 영죽무대가 개
교 80주년을 축하하는 동시에 제60회 정기공연을 기념하기 위하여 큰 사업을
벌인다.이번주 목요일인 26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학생회관 3층에 있는 루이
스홀에서 공연될 `세일럼의 마녀들'이 그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재학생들
만의 무대가 아닌 동문극단인 영죽단원, 현역 연극인들(극작가, 연출가, 연
극배우)을 포함하여 69학번 고선배에서 98학번 새내기까지 30년을 뛰어넘은
중안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축제의 장을 마련한다.공연작 `세일럼의 마녀들'
은 아서 밀러의 원작 `THE CRUCIBLE'을 희곡화한 것으로 1692년 미국 메사추
세츠 세일럼의 이례적인 마녀사냥을 다룬 작품이다. 당시의 세일럼은 영국의
식민지로 청교도적 사회가 부패할 대로 부패한 상황이었다. 물에 빠뜨렸을
때 신을 믿는 사람이면 믿음의 힘으로 죽지 않게 될 것이라는 등의 악마성
판단방법이 종교적 신념을 얻어 당연시 되던 때였다. 그당시 마녀사냥은 이
단 박멸을 구실로 체제반항을 소탕하려던 악행이었던 것이다.주인공 프락터
는 그 마을의 넓은 땅을 소유한 농부로 그의 아내가 앓아 누웠을 때 그의 집
하녀 에비게일과 불륜을 저지른다. 아내는 그녀를 내쫓고 에비게일은 질투와
복수심에 불탄다. 에비게일은 자신의 친구들과 이상한 행각을 벌이며 연극을
벌인다. 마을사람들은 이것을 마귀의 소행이라 단정짓고 에비게일을 마녀로
몰지만 그녀는 거짓말로 마침내 프락터를 악마로 몬다.결국 프락터는 사형을
선도받지만 영향력 있는 프락터를 죽이면 마을 사람들의 반발을 살까 두려워
한 재판관은 프락터에게 `잠시 자신이 악마와 거래했다'는 거짓고백을 강요
한다. 아내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 프락터는 거짓고백을 결심하지만 자신과
함께 잡혀온 다른 이들을 보고 죽음을 택한다. 진실을 외면하고 자신의 이름
을 팔아 목숨을 구걸할 수 있었지만 이름의 명예를 위해 죽음을 택한 것이다
.작가 아서 밀러는 1959년대 미국 상원의원이었던 조지프 메카시 의원이 절
대적 권력을 행사하던 시기에 작가 자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공산당으로
몰리던 상황을 겪으면서 사회적 상황이 개인적 상황과 무관할 수 없다는 `공
공 테러(public terror)에 대한 고발로써 이 작품을 썼다.이 공연을 연출한
이대영 동문(예술대 문예창작학과 85년 졸업)은 동문, 재학생 합동공연작으
로 대학연극의 한계를 벗어나 좀더 심도있고 난해한 작품 선택으로 연극계에
서의 중앙대의 위상을 과시해보고 싶었다며 작품선택 배경을 설명한다.기획
의도에 대해 이 동문은 "이 작품은 단지 메카시즘에 대한 비판작품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속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는 공공 테러가 바로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도 현존함을 대학인들에게 인식시키고 싶었다"고 말한다. `세일럼의
마녀들'에 나오는 마녀사냥 역시 중세 기독교의 희생양이 된 마녀들은 자본
주의 사회에서 희생된 사회주의 사상가들의 다름아님을 알 수 있다.마녀 사
냥은 과연 광기가 지배하던 전시대의 기록일 따름인가.자신이 진실로 믿고
있는 신념을 지키는 이 시대의 프락터와 같은 이들이 양심수란 이름으로 이
땅에 남아있는 지금, 체제의 마녀사냥은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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