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생각하고 판단해 삶의 매 순간을 살아가고 순간의 조각들이 모여 삶의 흐름을 형성한다. 이같이 가치관은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근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개 가치관에 대해 고민하기를 간과한다. 이 때문에 사회에서 말하는 수많은 가치는 걸러지지 않은 채 우리에게 침투하고 우리로 하여금 ‘나의 삶’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살도록 만든다.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원동력을 찾지 못한 채 타인의 삶을 사는 것이 많은 이가 겪고 있는 무기력증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수동적인 수용에서  벗어나 비판과 성찰을 통한 능동적인 가치관 형성이 우선돼야한다. 

  나의 경우, 아버지의 ‘한번 사는 인생, 몸이 닳도록 불살라라’라는 신조가 머릿속에 각인됐고 열정적으로 사는 것을 인생 최대 목표로 삼아왔다. 아버지의 신조는 아무런 비판 없이 나의 가치관이 됐다. 또 언제나 열심히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에 휩싸였고 게으름은 내게 최대의 적이었다. 

  그러던 중 바쁘고 부지런한 일상에 방전돼 슬럼프가 다가왔을 때, 며칠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처음은 불안하고 불편했지만 곧 묵혀둔 피로가 풀리고 몸과 마음이 회복됨을 느꼈다. 게으른 휴식이 삶의 원동력이 되고 또 그 자체로 행복감을 준다는 사실을 느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라졌다. 바쁘고 부지런하지 않아도 나 자신이 만족하고 행복함이 가치 있음을 깨닫게 됐다. 이같이 스스로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경험은 본인이 당연시했던 가치를 비판적으로 통찰해보고 능동적으로 가치관을 형성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현재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 가치는 사랑과 균형이다. 내 삶의 궁극적 목표인 따뜻한 행복을 위해 사랑과 균형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이나 타인으로부터의 인정도 나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지만 행복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사랑이라 느꼈다. 사랑 중에서도 자기애, 즉 스스로 자기에게 주는 사랑이 확실하고 지속적인 행복의 근간이라 생각한다. 자기애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타인에게 의존하는 사랑은 불안정하다. 자기애가 없는 타인에 대한 사랑 또한 불가능하다. 부지런함과 게으름, 믿음과 의심, 현실과 이상과 같이 대립하는 특성의 사이에서 치우치지 않고 중도를 지킬 때도 나는 행복감을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삶에서 균형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이처럼 자신이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개인의 성향, 겪어 온 환경과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비판과 통찰을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가치 있게 느끼는 가치를 알아가고 그 가치관에 따라 살아갈 때 ‘나의 삶’을 살 수 있다. 나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갈 때 단 하나뿐인 나라는 존재로서 삶의 의미가 더해진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 자신의 기준으로 가치를 찾고 자신의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은서 학생
경영학부 3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