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 서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노랫말이죠. 이번학기 사람면에서는 매주 다른 서울 명소에서 진행하는 시민 게릴라 인터뷰를 다룹니다. 이름하여 ‘서울시 거닐구 생각대로(서거생)’! 서거생은 개강호인 제1937호부터 제1948호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이번주에는 서울의 관문 ‘서울역’에 방문했습니다. 서울역 곳곳에 담긴 사람 냄새 풍기는 사연을 함께 만나볼까요? 

  

내가 바로 서울역 마스터!
홍수민씨(22)

-안녕하세요. 기차 기다리시나 봐요.

“네. 조치원역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어요. 근로장학생을 하고 있어 서울에서 학교로 내려가야 하거든요.”

-방학에도 ‘열일’ 하시는군요!

“디스플레이반도체를 전공하고 있어 전공과 관련된 AR, VR 체험관에서 일하고 있어요. 방학에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4일 근무하고 있죠. 본가는 서울이고 학교는 세종시에 있어요. 그래서 월요일마다 학교에 갔다가 금요일 오후에 다시 본가로 올라오죠.”

-기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시겠어요.

“서울역에서 무궁화호를 타면 조치원역까지 1시간 반 정도 걸려요. 기차 타고 통학하는 게 처음엔 불편했는데 계속해서 타다 보니 지하철만큼 편해졌죠. 앉으면 바로 자는 편이에요. 거리가 먼데 핸드폰을 하자니 멀미가 나고 마땅히 할 게 없기 때문이죠.”

-기차로 처음 학교 갔을 때가 궁금해요.

“처음 서울역에 왔을 때는 기차 타는 방법을 잘 몰라 많이 헤맸어요. 안내해주시는 분에게 궁금한 점을 많이 여쭤봤는데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좋은 기억으로 남았죠. 이제는 저도 서울역 마스터가 됐다고 할 수 있어요.(웃음)”

-마스터만의 기차 이용 꿀팁이 있다면.

“제가 주로 이용하는 무궁화호는 호차별로 맨 앞자리와 뒷자리에 콘센트가 있어요. 이 자리에 앉으면 핸드폰 배터리 충전을 하면서 목적지로 향할 수 있죠. 웬만하면 이 자리로 예매하는 편이에요. 또 표가 매진됐을 경우 ‘코레일톡’ 앱에서 새로고침 버튼을 계속 누르면 예약취소 자리가 하나쯤은 나와요. 저도 집에 가야 하는데 깜빡하고 기차표를 예매하지 못했던 적이 있죠. 그때 취소 표를 잽싸게 예매해 무사히 집에 도착한 경험이 있어요.”

많은 추억이 담긴 곳이에요
박경호씨(32), 이현경씨(22)

-어디 가시는 길인가요?

경호: “구 서울역사였던 ‘문화역서울 284’에서 진행되는 ‘커피사회’ 전시를 보러 가는 중이에요. 커피에 관심이 많거든요.”

현경: “전시를 보고 ‘서울로7017’에도 들를 예정이에요. 개선됐길 기대해요. 고가도로를 개조했다고 해 재작년 여름 기대하고 방문했었는데 정말 실망스러웠거든요.”

-그때 서울로7017은 어땠나요?

경호: “공중정원인 만큼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를 기대했어요. 그런데 바닥이 흙이 아닌 콘크리트로 돼 있어 인공적인 느낌이 많이 났죠.”

현경: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옮겨 심은 나무가 많이 작았어요. 그늘이 아예 없는 땡볕이었죠.”

-오늘처럼 서울역에 자주 오시나 봐요.

현경: “서울역 주변 볼거리를 구경하러 자주 방문해요. 집이 인천이라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서울역까지 편하게 올 수 있죠.”

경호: “주로 서울 이곳저곳을 가기 위한 중간경유지로 이용해요.”

-서울역에 여러 번 오셨으니 추억도 많을 것 같아요.

현경: “고등학생 시절 남자친구와 처음 서울역에 왔었죠. 그때가 밤이었는데 학업에 치이다 도시 불빛 야경을 본 추억이 떠오르네요. 반면 서러웠던 기억도 있어요. 서울로7017에 방문했던 날 서울역에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는 미니어처가 전시돼있었죠. 사진을 찍으며 ‘신기하고 예쁘지 않아요?’라고 물어봤더니 ‘그걸 왜 찍고 있어’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죠.”

경호: “저는 기억나지 않아요. 원래 장난친 사람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잖아요.(농담)”

 

전쟁 같은 일상
권기대씨(25)

-아르바이트 복장을 하고 계시네요.

“네. 서울역 내 빵집에서 오후 4시까지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요. 방금 일이 끝나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이죠.”

-일은 잘 마치셨나요?

“힘들었어요. 오늘은 무전취식 하는 분이 있어 경찰관이 다녀갔죠. 진상 손님이 정말 많아요. 저번에는 음료수를 계산하지 않고 그냥 가져가는 손님을 잡았더니 봐달라고 사정하더라고요. 또 어떤 손님은 빵을 만지길래 만진 빵은 반드시 구매해야 한다고 말하니 욕하고 나가버렸죠.”

-그래서 어떻게 대응하셨나요?

“따라 나가 ‘왜 욕하고 가냐’고 물었더니 자신에게 한 말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또 주의사항이 없는데 본인이 사과해야 할 의무가 있냐고 되레 화를 냈죠. 그래서 그냥 돌려보냈어요.”

-정말 난감하셨겠네요.

“진열된 빵을 핥던 아이가 가장 곤란했어요. 아이에게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부모가 혼을 내거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냥 가버렸죠. 아이가 저지른 잘못을 부모가 책임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요.”

-고생한다며 무언가를 챙겨주는 손님은 없었나요?

“없었어요. 손님들이 말이라도 예의 있게 해주셨으면 하는데 ‘어이 아저씨!’라는 말과 반말을 많이 들었죠.”

-기대씨에게 서울역은 힘든 장소군요.

“일상이자 전쟁터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만큼 정말 힘들고 사람에게 많이 치이다 보니 성격도 전보다 예민해졌죠. 그래도 평일마다 서울역으로 출근하다 보니 학교 다니는 느낌이 들어요. 기차역이라는 곳이 여행 갈 때 아니면 그렇게 자주 오는 곳은 아니잖아요.”

 


엉망진창 여행이 됐어요
이수지씨(20), 차은지씨(20)

 

-짐이 무거워 보여요. 여행 다녀오시나요?

수지: “맞아요. 강릉으로 1박 2일 여행 다녀오는 길이에요.”

은지: “어제 오전 9시쯤 KTX-산천 열차를 타고 출발해 지금 막 도착했죠.”

-그런데 표정이 밝지만은 않아 보여요.

은지: “여행 가기 며칠 전 기차를 예매하고 강릉 날씨를 확인했어요. 비가 온다길래 취소할까 싶었지만 취소 과정이 번거로워 그냥 떠나자고 마음먹었죠. 강릉에 도착했는데 예보대로 비가 왔고 가고 싶었던 맛집도 죄다 문을 닫았더라고요. 계획대로 이뤄진 일정이 거의 없었죠.”

수지: “숙소 예약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돈을 다시 지불하고 후에 환불받기로 했어요. 비 때문에 사진도 많이 못 찍었고 여행 중에 핸드폰 액정이 깨지기도 했죠. 가지 말라는 부모님 말씀을 들을 걸 그랬네요.(웃음)”

-듣기만 해도 안타깝네요. 기차는 어떠셨나요?

수지: “생각보다 기차 내부 시설이 좋았어요. 또 수험생 할인 혜택을 받아 불편한 좌석에 앉게 될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 만족했죠.”

-여행 마치고 서울역에 돌아오니 어떠세요?

수지: “사실 지하철 갈아탈 때를 제외하면 서울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저에게 서울역은 ‘제2의 다리’ 같아요. KTX를 타면 목적지까지 빠르게 도착할 수 있잖아요. 서울역은 저와 목적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죠.”

은지: “‘추억’이 생각나네요. 어렸을 적 부모님과 서울역 근처에 살아 역과 붙어있는 롯데아울렛을 여러 번 다녀갔죠. 그래서 서울역에 오면 그 시절 부모님과의 추억이 그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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