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왜 거리로 내몰렸나
  • 홍희지 기자
  • 승인 2018.12.1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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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홈리스(Homeless) 

겨울을 온몸으로 만날 수 있는 시기입니다. 지난 주말엔 서울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는 등 동장군이 기세를 떨치고 있죠. 유독 추위가 무서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노숙인입니다. 이번주 기획부는 청년 노숙인에 주목해보려고 합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생활 시설에 있는 노숙인 9325명 중 청년 노숙인의 비율이 약 7.7%에 달합니다. 금보다 값지다는 젊음을 가진 청년들이 왜 거리에 나오게 됐을까요? 전문가를 만나 청년 노숙인이 처한 현실을 살펴보고 청년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알아봤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청춘 길에 몸을 누이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불공정한 레이스 속

사회가 책임져야 할 우리 옆의 약자들

영화 <소공녀>에서 주인공은 일용직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고단한 하루를 함께 마무리하던 위스키와 담배의 가격이 오르고 월세까지 오르자 주인공은 집을 포기하고 친구네 집을 전전한다. 여기저기 떠돌던 주인공은 한강 둔치에 텐트를 치고 노숙 생활을 시작한다. 영화에서만 나올 법한 청년 노숙인은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2016년 조사에 따르면 20~39세 청년 노숙인은 전체 노숙인의 약 7.7%로 나타났다. 사회에서 일할 나이인 청년들이 직장 대신 길거리로 내몰린 것이다. 한국의 청년 노숙인 현황을 알아보고 청년 노숙인이 발생하는 원인을 살펴봤다. 

‘집’ 없는 사람들

 역 주변, 도심 거리를 걷다 보면 신문지를 덮고 바닥에 누워 있는 노숙인을 종종 볼 수 있다. 흔히 노숙인은 일정한 숙소 없이 길에서 잠을 자며 생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러나 벧엘의 집 원용철 담당목사는 노숙인의 개념을 폭넓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숙인은 통념적으로 거리에서 사는 사람들로만 인식돼요. 그런데 실제로 법률이 지정한 노숙인의 개념은 주거공간이 있더라도 환경이 최소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포함해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노숙인은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뿐 아니라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 정의돼 있다. “쪽방이나 비닐하우스, 고시원에 생활하는 사람, 찜질방이나 만화방을 떠도는 이들도 노숙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원용철 담당목사는 노숙인이라는 단어를 보다 폭넓은 개념의 ‘홈리스(homeless)’로 개정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2017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가구의 약 10.5%는 쪽방과 같이 최저 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에 거주한다.

 노숙하는 젊은이가 되기까지

원용철 담당목사는 노숙인이 사회에서 ‘빈곤의 끝자락’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노숙인은 주거 기준 최저치에도 못 미치는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에요. 단순한 주거 문제를 넘어 경제적 문제이자 빈곤 문제라고 할 수 있죠.” 노숙인을 개인적 결함보다는 실업과 빈곤, 주거 문제가 연결된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보건복지부 노숙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숙인의 약 64%가 직업이 없는 상태였으며 노숙인의 절반가량이 기초생활보장급여와 기타복지급여에 의존해 살아가는 빈곤층이었다.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는 서울노숙자선교회 최성원 목사는 과거에 비해 많은 청년 노숙인을 마주한다. “취직이 안되어 경제적으로 빈곤한 청년을 많이 만났어요. 부모에게 미안한 마음에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생활하다 무료 급식을 먹으러 온 청년 노숙자도 본 적 있죠.” 최성원 목사는 청년 노숙인 문제가 청년 일자리 문제와 연관돼 있다고 덧붙였다.

 노숙인자활시설에서 생활하는 청년은 생활시설노숙인 중 약 15.4%에 달한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노숙인 자활시설인 대한성공회살림터의 입소인원 24명 중 20~39세 청년 노숙인은 5명이다. “최근 들어 시설에 입소하는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어요.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노숙인 시설이 생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죠.” 대한성공회살림터 박다희 사회복지사는 시설에 입소하는 청년 노숙인 또한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박다희 사회복지사는 주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시설에 입소하는 청년 노숙인을 많이 만났다. “혼자 생활하다가 월세를 못 내는 등 이유로 시설에 들어오는 분이 많아요. 건물주에게 월세나 보증금을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은 청년이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거리로 나오는 거죠.”

  가난은 세대를 거쳐 이어지고

원용철 담당목사는 청년 노숙인 문제의 핵심이 빈곤의 대물림이라고 지적한다. 부모의 빈곤은 자식의 빈곤으로 이어진다. “재벌의 부가 재벌 3,4세까지 이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빈곤도 대물림돼요. 부모의 경제 능력이 자식 교육으로 연결되기 때문이죠. 학원, 과외, 학습지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어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어린 시절 빈곤을 겪은 기간이 길수록 학력이 낮았다. 단기간 빈곤을 경험한 경우는 약 60% 이상이 대학 이상의 교육수준이었던 반면, 장기빈곤을 경험한 청년 중 약 68.8%가 고졸 이하의 학력이었다. 또한 ‘OECD 교육지표 2018’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자는 대학원 졸업자 임금의 절반가량을 받는다. 빈곤이 교육 기회의 소외로 이어지고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이 다시 빈곤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빈곤한 가정에서 자란 청년은 안정된 일자리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소 결과에 따르면 아동기 때 6년 이상 장기 빈곤을 경험한 청년의 가장 많은 수가 일용직에 종사했다.

 원용철 담당목사는 청년들의 불안정한 일자리가 주거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말한다. “빈곤한 청년들이 갖는 일자리는 정규직이 아니에요. 불안정하죠. 그러다 보니 실업과 같은 부정적인 요인에 쉽게 노숙자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고요.” 부모 세대의 가난이 자식 세대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 원용철 담당목사는 IMF 이후 중산층이 무너지고 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져 계층 간 이동이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이제는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아니에요. 부유층과 빈곤층 간에 벌어진 경제적인 격차에 의해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죠. 경쟁에서 부유층이 결승점에 서 있는 반면 사회적 빈곤층은 겨우 출발선에 있는 상태인 거예요.”

 최소한의 안전장치

 노숙인의 대부분은 40~60대의 중·장년층이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생활시설 노숙인의 약 80%가량이 40~60대 연령의 노숙인이었다. “중장년층 노숙인은 그들이 노숙에 이르는 과정이 있어요. 사업 실패, 빚보증으로 재산을 잃거나 질병을 얻는 등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어요. 주거공간까지 얻을 수 없는 여건이 될 때 가정이 해체되고 벌이가 없으니까 거리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원용철 담당목사는 중장년층이 노숙인이 되는 계기를 설명했다.

 원용철 담당목사는 청년 노숙인은 노숙을 하게 된 계기에서 중장년층 노숙인과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청년층의 경우 가정을 벗어나 이제 사회로 나오는 연령층이에요. 청소년이랑 노인과 달리 보호해 줄 가정이 없다 보니 실직과 같은 약간의 외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리죠. 그러다 보면 사회가 정한 길을 벗어나기 쉬워요.”

 원용철 담당목사는 사회 안전망 확충이 절실하다고 덧붙인다. 사회 안전망은 개인이 실업자가 된 뒤 노숙인과 같은 사회적 무기력층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넓은 의미에서 사회 안전망은 노령·질병·실업·산업재해 등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는 사회보장과 뜻을 같이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말 IMF 경제 위기를 계기로 실업자 수가 급증하면서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아직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충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는 2019년 예산안 중 청년 지원 및 일자리 예산을 삭감하기로 했다. 삭감된 예산에는 취업성공 패키지,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 구직활동지원금, 청년추가 고용장려금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원용철 담당목사는 예산의 문제가 아닌 국민에 대한 의무 차원에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3년부터 시행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의 개인적 차원의 직업 훈련이나 주거 지원 등은 노숙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요. 노숙인이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파악하고 보다 세세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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