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최전선에서 환자를 수호하다
  • 이웅기·노유림 기자
  • 승인 2018.12.0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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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는 생명을 밝히는 불빛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에 따르면 응급의료는 ‘응급환자가 발생한 때부터 생명의 위험에서 회복되거나 심신상 중대한 위해가 제거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응급환자를 위해 하는 상담·구조·이송·응급처치 및 진료 등의 조치’를 말합니다. 우리 지역에도 응급환자를 위해 생명의 최전선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중앙대병원 응급센터(응급실) 의료진이죠. 이번주 중대신문은 ‘동작 인사이드’를 통해 ‘응급’과 ‘긴장’이 언제나 존재하는 곳, 중앙대병원 응급실에 다녀왔습니다.

 

 

중증도 따라 분류된 진료실

‘KTAS’프로그램으로 더 정확한 분류

 

“오후 2시~10시 응급실 가장 바빠”

“무사퇴원 소식에 보람 느낀다"

 

“긴급환자 이송 중입니다. 대기해주세요.”하루 24시가 쉴 틈 없이 흘러가는 이곳, 중앙대병원 지역응급의료센 터(응급실)에서는 낮과 밤을 구별할 수 없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가벼운 복통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심정지까지.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중앙대병원 응급실을 찾기 때문이다. 어떤 환자가 들어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이곳은 잠시 여유롭다가도 다시금 급박해지기 일쑤다.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 동안 중앙대병원 응급 실을 직접 살펴봤다.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이동훈 교수가 간호사와 환자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이동훈 교수가 간호사와 환자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준비된 시설, 환자 맞이 OK

  지난달 28일 오후 7시 7분, 해는 이미 기울어 어둠이 찾아왔지만 중앙대병원 응급실 불빛은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구급차 한대가 응급실 입구 앞에 멈췄고 119 구 급대원과 간호사는 환자를 빠르게 진료실로 이송했다. 의료진 모두가 긴장한,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입구 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응급실 내부가 바삐 움직인다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앙대병원 응급실은 ▲중증응급진료A(A셀) ▲중 증응급진료B(B셀) ▲경증응급진료C(C셀) ▲소아응급 진료(소아진료실) ▲심폐소생실 ▲예진실(트리아제 룸) 등으로 이뤄져 있다. CPR(심폐소생술)이 필요하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등 당장 의료진 투입이 필요한 환자는 A셀로 옮겨진다. 위급한 상태는 아니지만 주의가 필요한 환자와 가벼운 부상을 입은 환자는 각각 B셀과 C셀에서 담당한다.

  응급실 의료진은 급성질환이나 손상으로 인한 이상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처치하여 환자의 생명을 구한다. 또 짧은 시간 안에 환자를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회복시키고, 계속된 수술이나 재활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응급의료를 제공한다. “보호자를 안심시킨 후 환자가 의식을 되찾도록 진료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양동준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응급실 의료진의 역할을 설명했다.

  응급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환자는 우선 응급실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원무과에서 진료를 접수해야 한다. 접수 명단에 이름이 오르면 환자는 예진실로 향한다. 그곳에서 간호사가 환자를 예진해 상태의 중증도를 판단하고 A셀, B셀, C셀 중 어느 진료실로 보낼지 결정한다. 위급한 환자는 시간 단축을 위해 예진을 생략하기도 한다.

  응급실에서 의료진의 시간은 환자 생명과 직결돼있기에 매우 중요하다.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앙대병원 응급실은 혈액, 소변 등 환자의 검체를 사람이 직접 검사실로 운반하지 않는다. 응급실 간호사 스테이션 뒤로 3층 검사실과 바로 연결된 장비가 설치돼 있어 버튼만 누르면 기계가 검체를 자동으로 운반해준다. 3층에서 검사 결과를 전달하면 의료진은 이를 살펴 본 후 환자에게 상태를 설명한다.

간호사가 어깨를 주무르며 동료를 격려하는 모습이다.
간호사가 어깨를 주무르며 동료를 격려하는 모습이다.

 

  놓을 수 없는 긴장의 끈

  오후 8시가 넘자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소규모 의원이나 종합병원은 대부분 오후 6시 전에 진료 를 종료하지만 응급실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바빠진 다. “간호사는 하루를 데이(Day), 이브닝(Evening), 나이트(Night)로 나눠 3교대 근무해요. 그중 오후 2시 부터 오후 10시까지인 이브닝 시간대가 제일 바쁘죠.” 최향 응급의료센터 책임 간호사는 응급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오후 8시부터 늘어난 환자는 보통 다음날 오 전 3시 안팎이 되면 뜸해진다고 설명했다.

  오후 8시 40분경, 응급실 대기실. 앉아있는 환자에게 곧바로 간호사가 다가왔다.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였다. “아픈 느낌은 어때요? 찌르는 것 같나요?” 간호사는 복통의 원인을 찾기 위해 환자에게 통증의 특징을 차근차근 물었다. 분주한 상황에도 환자의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물음은 꽤 오래 이어졌다.

  이는 대기실 환자 상태에 따라 경증, 중증으로 분류 하기 위한 과정이다. 최향 간호사는 육안으로 중증도를 알아보기 어려운 환자를 구분하기 위해 ‘케이타스 (KTAS)’프로그램을 사용한다고 했다. “KTAS는‘한국형 응급환자분류도구’예요. 이 프로그램으로 환자 중증도를 분류하고 질환에 따라 알맞은 구역으로 환자를 안내할 수 있죠. 환자의 질환 심각성에 따라 등급이 매겨져요.” KTAS를 거쳐 분류된 환자라도 꾸준히 모니터링을 받는다. 경증으로 파악됐지만 갑자기 증세가 나빠져서 중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응급실을 찾는 소아 환자도 적지 않았다. 오후 9시 24분, 입구에서 소아진료실로 가는 대기실에서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솔이(가명) 어머님, 여기 앉으시면 돼요. 아이가 미성년자라 생년월일 알려주셔야 해요.”간호사는 설명을 한 후 보호자를 소아진료실로 안내했다. 소아진료실 내부에서는 한 환자가 진찰을 받고 있었고 링거를 맞은 다른 소아 환자 울음소리도 간간이 들렸다.

환자 차트를 보며 응급실 의사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환자 차트를 보며 응급실 의사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생명 지킴이를 자처하다

  오후 10시를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응급실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 잠시 후 한 방향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의료진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119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방금 막 구급차로 이송된 환자를 A셀 침대로 옮기는 중이었다. 의료진은 새로운 환자를 진찰하기 위해 숨 가쁘게 움직였다. 양동준 전공의는 응급의로서 가장 주의하고 신경 쓰는 점으로‘ABC’를 꼽았다. “응급 환자가 도착했을 때 ABC를 확보해야 해요. 기도(Airway)가 열려 있는지, 호흡(Breathing)이 잘 되는지, 혈액 순환 (Circulation)이 원활하고 혈액이 부족하지 않은지를 점검하는 것이죠. 이 과정을 확보하면 환자의 갑작스런 죽음을 방지할 수 있어요.”

  응급실 환자의 증상과 수는 시기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환절기에는 기침·가래 등 급성 호흡기 질환이나 폐렴, 독감을 앓는 환자 비율이 높다. 연휴나 주말처럼 일반 병원이 휴업을 할 때는 환자 수가 하루 200명 안팎까지 치솟기도 한다. 말 그대로 ‘숨 돌릴 틈 없는’ 시기가 응급실을 덮치는 셈이다.

  힘들고 바쁜 환경에도 최향 간호사는 응급의료센터 소속 간호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가 간호하던 중환자가 퇴원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보람을 느껴요. 업무 당시에는 바빠서 느끼지 못하다 나중에 환자 소식을 들으면 중요한 일을 했다는 뿌듯함이 들죠.” 양동준 전공의도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서 기쁨을 찾는다. “응급의학과의 역할은 환자를 살리는 순간에서 끝나요. 그 후 환자의 소식이 궁금하면 차트를 찾아보는데 이때 무사히 퇴원했다는 기록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생명의 최전선, 중앙대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한구절을 매 순간 자신의 삶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가벼운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경증응급진료C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다.
가벼운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경증응급진료C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다.

 

  응급실 그 너머 이야기

응급의학과 이동훈 교수 인터뷰
응급의학과 이동훈 교수 인터뷰

 

  -응급실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중앙대병원은 지역응급의료센터예요. 우리나라 응급센터는 응급의료체계에 따라 중앙응급의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 기관 등으로 분류할 수 있어요. 보통 대학병원 응급실은 지역응급의료센터인 경우가 많죠.”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구성은?

  “중앙대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료진은 응급의학과 전공의 8명, 전문의 5명, 간호사 31명이에요. 의사는 하루 2교대, 간호사는 하루 3교대 체제로 근무하죠. 직군마다 교대 시간이나 근무 체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 인원이 힘을 합쳐 24시간 내내 환자를 관리해요.”

  -환자는 어떻게 이송하는가.

  “우리나라에서 환자 이송 업무는 대부분 119 구급차가 맡고 있어요. 병원 구급차가 직접 현장에 가기보다 119 구급차가 출동해 응급환자를 싣고 병원으로 오죠. 병원에 있는 구급차는 주로 병원 업무용으로 쓰이고 종종 위급환자와 혈액을 이송할 때에도 쓰여요.”

  -근무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각자를 '가장 위급한 환자’라고 생각하는 점이 힘들어요. 빨리 진료를 봐주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분이 많은데, 더 위급한 환자가 있다고 설명해도 잘 믿지 않아요. 오히려 환자를 진찰하는 일은 크게 힘들지 않죠.”

  -응급 상황에 따라 환자 진료 순서가 달라지나?

  “초진은 접수 순서대로 진행해요. 하지만 응급실은 위중한 순서대로 환자를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초진 이후부터는 접수 순서가 중요하지 않죠. 정확한 질환을 모르고 원인 모를 통증 때문에 응급실에 오는 환자도 많아요. 이럴 경우 접수 후 중증도 분류를 거쳐 우선순위를 정해요.”

  -중증환자를 보고 있는데 다른 위급환자가 오면?

  “예를 들어 CPR(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데 그런 환자가 또 왔을 경우 어쩔 수 없이 늦게 온 환자가 기다려야 하죠. 하지만 심각한 응급 환자는 의사 한 명이 동시에라도 치료해요. 시간이 지연 될 수는 있어도 특정 환자를 포기하지는 않아요.”

  -응급의학과 의사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은.

  “차분해야 해요. 또 환자를 무서워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환자가 많이 오는 상황을 충분히 경험해봤거나 그런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의사는 겁내지 않죠. 어떤 환자가 오더라도 응급의학과 의사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임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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