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꺼지지 않는 경광등
  • 노유림 기자
  • 승인 2018.11.19 0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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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틈없는 민중의 지팡이

‘삐뽀삐뽀~’ 혹시 어릴 적 경찰차 사이렌 소리를 내며 경찰관 놀이를 해본 적 있나요? 우리 지역에는 실제로 사이렌을 울리며 흑석동 일대를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흑석지구대 경찰관이죠. 지구대의 경찰관들은 어둠이 깔린 밤에도 잠들지 않고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중대신문에선 ‘동작 Inside’ 코너를 통해 중앙대가 위치한 이곳, 흑석동의 치안을 책임지는 흑석지구대와 함께했습니다.

 

 

출동부터 순찰까지 동분서주
길고 깊은 지구대의 밤

흑석동 주민의 치안을 위해
좁은 골목 사이도 구석구석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막중한 사명, 낮이든 밤이든 신고 접수 한 통이면 출동! 반듯한 제복에 호루라기를 불며 가장 먼저 사건 현장에 달려가는 이들은 바로 경찰관이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사건사고에도 지역을 수호하는 경찰관 덕에 우리의 안전한 삶이 완성된다. 중앙대에서 멀지 않은 흑석로 13길에는 흑석동의 안전을 책임지는 흑석지구대가 있다. 이곳은 긴급한 사건 신고부터 민생안전을 위한 치안 활동까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지난 13일 밤 중대신문은 흑석의 어둠을 밝히는 흑석지구대 경찰관들과 함께 동행 취재에 나섰다.

흑석지구대에서 경찰관들이 업무를 보고있다. 사진 김정훈 기자
흑석지구대에서 경찰관들이 업무를 보고있다. 사진 김정훈 기자

  안전한 밤을 준비하는 시간
  이미 어둠이 깔린 오후 7시 40분. 골목을 따라 흑석지구대에 들어섰다. 전화 민원 처리부터 순찰 준비까지 지구대 관내 경찰관은 각자의 위치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구대는 경찰서 산하조직으로 기존 파출소 2~3개가 통합된 규모다. 흑석지구대는 동작경찰서 산하로 흑석동의 ▲집단 범죄 ▲이동성 범죄 ▲광역 범죄 대응 업무를 담당한다. 흑석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약 44명 정도다. 이들은 4교대로 근무하며 야간 근무는 보통 12명이 한다. 야간 근무 시간은 서울 시내 지구대마다 차이가 있지만 흑석지구대의 야간 근무 시간대는 오후 7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8시 30분까지가 일반적이다.

  야간 순찰은 보통 오후 8시에 시작한다. 흑석지구대는 총 세 대의 순찰차로 순찰을 돌며 남은 경찰관이 관내에서 신고 접수를 하거나 대기한다. 하지만 순찰 도중 신고가 들어오면 신고 현장으로 출동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업무가 시간대별로 고정돼있지는 않다. “업무가 시간대에 맞게 정해질 수가 없죠. 보편적으로 순찰을 하는 장소는 있지만 시간과 순찰 지역을 고정하지는 않아요.” 1팀 김형섭 팀장은 흑석지구대의 순찰차가 각각 배당된 구역을 순찰해 취약지역을 살핀다고 말했다.

 

오후 9시 반. 경찰관들이 노들나루공원을 순찰하고 있다.
오후 9시 반. 경찰관들이 노들나루공원을 순찰하고 있다.
순찰을 할 때 경찰관들은 경찰조끼와 전자호루라기, 테이져건, 일반 호루라기, 삼단봉, 수갑, 실탄리볼버, 무전기 등의 장비를 착용한다.
순찰을 할 때 경찰관들은 경찰조끼와 전자호루라기, 테이져건, 일반 호루라기, 삼단봉, 수갑, 실탄리볼버, 무전기 등의 장비를 착용한다.

  범죄 예방을 돕는 숨은 장치

  오후 9시 17분. 순찰을 위해 지구대 앞에 대기 중이던 동작22 순찰차에 탑승해 본격적인 흑석동 일대 순찰을 나섰다. 순찰차 뒷좌석은 내부에서 창문과 문을 열 수 없고 주취자 탑승을 대비해 좌석에 비닐코팅이 돼 있다. 앞 좌석과 뒷좌석 사이에는 투명 칸막이가 설치돼 있는데 이는 뒷좌석 탑승자로부터 경찰관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어디로 가시는 거에요?” 골목을 빠져나와 도로로 향하는 중 가는 곳을 물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니까 공원 같은 곳부터 가려고요.” 배명준 경장은 순찰지역을 도는 순서가 늘 고정돼있지 않지만 초저녁에서 오후10시 전후로 공원 등을 먼저 순찰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많은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이후 밤이 깊어질수록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 지역을 중점적으로 돌아보고 심야에는 골목이나 외진 곳을 순찰한다.

  첫 순찰 대상지는 노들역 근처 노들나루공원이었다. 인적이 드문 곳부터 순찰을 하던 중 김경호 경위가 깜짝 질문을 했다. “길을 가다가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누구에게 제일 먼저 신고해야 할까요?” 가족이라고 말하려다 의도를 파악한 기자는 눈치 있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경찰 아닐까요?” 정답을 맞히자 김경호 경위는 경찰이 아닌 지인에게 먼저 연락을 할 경우 사건 대처가 늦어진다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신고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 경찰관이 출동해요. 지인에게 연락을 하면 그만큼 경찰에 연락이 닿는 시간이 늦어지니 출동 시간도 늦어질 수밖에 없죠.”

  서울시는 안전한 귀갓길 조성을 위해 오후 10시부터 오전1시까지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공원에서 이동해 도착한 두 번째 순찰 구역은 노들역 3번 출구에서 언덕을 따라 흑석로 9길 주변 문성한의원까지 이어지는 여성 안심 귀갓길 경로였다. 도로에 써진 여성 안심 귀갓길 문구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서자 으슥한 안길이 보였다. “보통 이 곳은 귀가를 돕는 동작구청 스카우터가 혼자 다니는 분들과 동행해요. 물론 순찰을 하다가 길을 가던 사람이 동행을 요청하시면 저희도 같이 해드리고 있어요.” 최영 경위가 어두운 골목을 비추며 말했다.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오르던 중 길이 조금 트이자 순찰차가 멈췄다. 가로등에 붙은 112 신고 표지판을 지나 아래로 걷다 보니 CCTV가 설치된 전봇대가 보였다. 김경호 경위는 전봇대에 함께 부착된 ‘CCTV 비상벨’이 위급상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 보이는 CCTV는 360도 회전하며 촬영을 해요. 만약 위급상황이 닥쳤을 때 이 비상벨을 누르면 동작구청 상황실 CCTV 관제센터와 연결 되죠.” 동작구청 상황실에는 CCTV를 관제하는 직원뿐만 아니라 경찰관도 상주하고 있다. 때문에 누군가 CCTV 비상벨을 누를 시 자동으로 현장 상황 녹음과 통화연결이 이뤄져 상황을 신속하게 알릴 수 있다. “요즘은 이런 비상벨이 CCTV가 설치된 길목마다 다 있어요.” 흑석지구대 관할 내 CCTV 비상벨은 약 30개다.

순찰을 돌다 만난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 스카우터들과 치안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순찰을 돌다 만난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 스카우터들과 치안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치안을 밝히는 불빛

  한동안 인적이 드문 곳을 돌던 순찰차가 오후 10시 10분경 중앙대 중문 쪽으로 향했다. 중문에서 왼쪽으로 난 흑석로 6길은 자취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자취촌이다. 같은 골목길이지만 앞서 들렀던 곳에 비해 가로등도 많고, 벽 곳곳이 푸른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입구에 차를 세우고 나란히 걷던 중 최영 경위가 이 구역은 '범죄환경예방설계(CEPED)'기법을 적용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환경 개선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거죠. 동작구청이 예산을 지원해 가로등과 CCTV를 설치하고 관리해요.” 중앙대 중문 원룸촌은 학생들이 많이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범죄 노출 가능성이 높아 CEPED기법 대상 구역이 됐다. 흑석지구대에서도 이곳을 특별 관리 구역으로 지정해 순찰을 자주 하는 등 치안 유지에 더욱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향한 노량진 근린공원은 흑석동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높은 곳이었다. 새삼 쌀쌀해진 가을 밤바람에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오후 10시 42분이었다. “원래 이쪽도 순찰 구역인가요?” 사람이 거의 없어 최영 경위에게 묻자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웃음과 함께 대답이 돌아왔다. “일단 범죄가 있을 만한 곳은 경찰이 다 가야 해요. 딱히 못 가는 곳은 없죠.” 인적이 드물고 잦은 여부가 아닌 위험 정도에 따라 순찰을 돌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민의 안전을 위해 어두운 골목을 동분서주한 흑석지구대 경찰관처럼, 흑석동을 굽어볼 수 있는 이곳에서 어둠을 밝힌 가장 밝은 불빛 역시 순찰차 위의 경광등이었다.

늦은 새벽까지 야간 근무를 하는 흑석지구대 경찰관들.
늦은 새벽까지 야간 근무를 하는 흑석지구대 경찰관들.

안전한 흑석, 든든한 경찰관

1팀 김형섭 팀장 인터뷰. 사진 김정훈 기자
1팀 김형섭 팀장 인터뷰. 사진 김정훈 기자

  -야간에도 늘 바쁘겠다.
  “지정된 순찰 구역을 돌고 오전 3시 정도가 되면 조금 조용해진다. 그때부터 취약지역에 순찰차를 주차해두고 그 안에서 신고 내용을 확인하며 거점근무를 한다. 지구대 업무 전용 휴대폰이 따로 있는데, 이것 때문에 공무 중 휴대폰을 사용한다고 오해를 산다.”

  -신고가 들어오면 이 휴대폰으로 업무를 확인하나?
  “대체로 그런 편이다. 순찰차 안에도 신고 접수 내용을 알리는 화면이 있지만 계속 떠 있지 않는다. 신고 내용이나 사건 장소는 한 번에 외우기 어렵기 때문에 업무용 휴대폰을 통해 세부사항을 확인하고 업무를 처리한다.”

  -주의 깊게 순찰하는 곳은?
  “모든 순찰에 주의를 두지만 특히 한강대교 근처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아무래도 한강이 가깝다 보니 종종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는 신고가 있다. 흑석지구대는 다른 곳에 비해 강도나 절도 사건이 적고 이러한 안전 관련 신고가 많다.”

  -순찰 신문고는 무엇인가?
  “주민들이 지도에 직접 순찰을 원하는 장소와 시간을 스티커로 붙여둔다. 스티커는 색에 따라 나타내는 시간이 다르다. 원하는 장소가 다양해서 전부 방문하기 힘들기 때문에 주로 장소 취약도와 주민 의견을 반영해서 시간대별로 순찰을 한다.”

  -노숙자나 주취자는 어떻게 대응하나?
  “요즘은 날씨가 추워서 별로 없지만, 여름엔 노들역 근처 공원이나 한강대교 주변에 노숙자분들이 많다. 그분들을 사회복지센터에 모셔다드린다. 주취자는 특히 대응하기 힘들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주취자도 다 똑같은 주취자가 아니다. 금방 멀쩡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온갖 행패를 다 부리는 분도 있다. 가끔 시비를 거는 분도 있는데 일일히 대답하지 않고 넘어간다.”

  -중앙대 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은?
  “중앙대는 다른 곳에 비해 조용하지만 적당한 자기 절제를 통해 술을 마시면 좋겠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나중에 후회할만한 일이 생길지 모른다.”

  -업무에서 느끼는 보람이나 기억에 남는 사건은.
  “기본적인 업무 수행 자체가 전부 보람이다. 경찰관으로 33년간 근무하면서 이런저런 사건이야 있었지만, 일상에서 근무하고 느끼는 것이 전부 보람이다. 그동안 해왔던 업무에 특별히 어떤 순위를 매길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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