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시술의 경계, 문신을 말하다
  • 홍희지 기자
  • 승인 2018.11.12 0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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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란 낙인 속에서

조폭’ 상징에서 개성 표현으로
제도와 현실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안전한 문신은 어디에

정세영 학생의 문신
정세영 학생의 문신

올해 여름을 뜨겁게 달군 월드컵에서 시청자들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다. 바로 조현우 축구선수의 몸에 새겨진 문신이다. 조현우 선수는 사랑하는 아내의 초상화를 팔에 새겨 넣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명인의 문신이 주목받고 문신을 소재로 한 노래가 울려 퍼지는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서 비의사의 문신은 불법이다. 현재 문신 관련 제도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 봤다.

김동호 문신사의 작품
김동호 문신사의 작품

  문신 ‘걸치는’ 사회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문신 샵이 다양한 도안을 내걸고 문신 시술을 하고 있다. 큼지막한 호랑이 문양부터 작은 글씨까지 주변에서도 문신을 한 사람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김동호 문신사는 문신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이전까지 한국 사회에서 문신은 조직 폭력배의 상징처럼 여겨져 인식이 좋지 않았어요. 요즘에는 연예인, 국가대표 운동 선수 등 유명인들이 대중에게 문신을 많이 노출시켰고 문신이 패션의 영역이자 개성의 표현으로 자리잡았죠.”

  한국패션타투협회 임보란 회장은 최근 들어 문신의 기조가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이전까지는 ‘문신’ 하면 크고 위협적인 용 문양이 떠올랐다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예쁘고 아기자기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요즘에는 위화감을 주는 문신보다 아름다운 문신이 대세에요. 눈썹 문신, 민머리 문신, 튼살이나 흉터 문신 뿐 아니라 특별한 의미를 담은 문신을 새기는 분들이 많아요. 자신을 다잡기 위한 다짐을 새기기도 하고, 용기나 희망을 주는 문구를 새기기도 하죠.”

  정세영 학생 (도시계획·부동산학과 2)은 손가락에 의미 있는 문신을 새겼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날짜를 잊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다 문신을 새겼어요. 손가락 두 군데에 레터링과 도형을 넣었는데 만족하고 있죠.”

불법이 낳은 폐단

  문신 합법화에 대한 요구는 계속돼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1992년 반영구 화장(미용 문신)을 의료행위로 판결내렸다.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27조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문신사의 시술은 모두 불법에 해당한다. 판결 이후 아직까지 구체적인 문신 관련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동호 문신사는 문신에 관한 법이 부재해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문신 시술은 어차피 불법 행위라는 생각으로 미성년자에게 시술을 하는 일부 문신사도 있어요. 심지어 전문성이 없는 문신사에게 잘못된 문신을 받고 평생 수치스러움에 시달리는 고객도 있죠.”

  비의사가 타투 시술을 하면 「보건범죄단속법」 제5조에 따라 2년 이상의 징역과 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임보란 회장은 단속이 이루어지면 대처할 방법이 거의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문신사들이 단속에 걸리고 있어요. 현재로선 벌금을 그대로 납부하거나 변호사를 고용해 처벌을 줄이는 게 최선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문신사들은 마음 편히 영업하지 못하고 있다. “문신이 불법으로 규정되다 보니 조직 폭력배가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금품을 갈취하는 경우도 있어요. 고객이 무상 문신을 요구하기도 하죠.” 김동호 문신사는 고객, 구청 직원, 동종 문신사 등 다양한 주체가 문신 영업을 신고하거나 신고를 빌미로 협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지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몸에 문신을 새긴 문신 인구는 최근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한 문신을 위해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사 문신전문가’ 빈센트의원 조명신 원장은 현재 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무조건적인 규제가 해결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현재 국내에서 문신 시술을 하는 의사는 10명 이내로 극소수에요. 의사가 모든 문신 시술을 담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 행해지는 문신을 전부 규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죠.”

  조명신 원장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현실적 방안으로 점진적인 시술 자격의 확대를 제시했다. “현재 규정대로라면 의료 행위를 하는 간호사도 문신을 시술할 수 없어요. 문신 시술에서 허용된 범위를 의사에서 간호사로 늘리면 시술 자격을 갖춘 사람이 10만 명 이상 늘어나죠. 이후 간호조무사 수준의 의료 지식을 갖춘 사람까지 문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명신 원장은 해당 방안이라면 문신 시술의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신 업계는 현재 문신 반영구 시술 합법화를 주장하는 집단 헌법소원을 청구해 진행 중이다. 임보란 회장은 오히려 국민의 건강과 보건 위생을 위해 문신의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문신사가 소독용 알코올과 일회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등 청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나 법이 갖춰지지 않아 음지에서 위험한 시술이 이뤄지기도 하죠. 보건 의료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문신사에게 위생 교육을 받도록 지도·검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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