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도록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르누아르의 초대
  • 허효주 기자
  • 승인 2018.09.27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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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 여인의 향기展

르누아르의 시선을 마주하고

행복의 순간을 경험하다

"그림이란 소중하고 즐겁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렇다. 아름다워야 한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1841~1919)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아름다움’을 찾아내 그림에 담았습니다. 르누아르에게 그림은 삶을심미적 향유의 대상으로 승화시키는 매개체였던 거죠.특히 그는 여성이 발산하는 매력을 눈부신 색채로 표현해 화가로서 확고한 위치를 점했습니다.

  이런 르누아르의 작품을 액자 속에서 혹은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르누아르: 여인의 향기展>에선 액자 속에 봉인된 전시가 아닌 체험형 예술 전시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죠. 이곳에서 관객은 귀로 은은하게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눈으로 그림을 봅니다. 또 시향 오브제에서 아로마 향기를 깊이들이마시며 작품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죠. 오감을 넘어서 육감(六感)으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 <르누아르: 여인의 향기展>을 소개합니다.

‘Ⅱ.미디어 회랑’에 들어서면 5개의 큰 스크린이 반겨줍니다. 소녀와 여인의 초상화와 르누아르 자화상까지 만날 수 있죠.[사진제공: 본다빈치(주)]
‘Ⅱ.미디어 회랑’에 들어서면 5개의 큰 스크린이 반겨줍니다. 소녀와 여인의 초상화와 르누아르 자화상까지 만날 수 있죠.[사진제공: 본다빈치(주)]

  다채로운 색감 속으로

  관객은 총 9개 전시 공간에서 르누아르의 시선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전시 공간‘Prologue.꽃의연회’에 들어서면 새빨간 장미가 반겨줍니다. 벽면 스크린에선 꽃과 아이 그리고 르누아르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여인이 나타납니다. 풍부한 색채로 행복한분위기를 담아낸 1890년대 르누아르의 작품들이 한눈에 들어오는데요.

  스크린 속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은「뱃놀이 일행의 오찬(Luncheon of the Boating Party)」입니다. 르누아르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휴일 오후의 평화로움을 담아냈습니다. 센 강이 굽어 보이는 발코니 위, 넓은 차양 아래 복잡하게 배치된 르누아르의 친구들이 보입니다. 또 강아지를 손에 들고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여인과턱을 괴고 있는 여인이 화면 속에서 조금씩 움직입니다. 르누아르는 화창한 오후 속 빛의 효과를 포착해 느슨한 붓질로 인물의 움직임을 그렸습니다.

  ‘Ⅰ.몽마르트 가든’에선 인상주의의 주요 소재인 자연풍경을 미디어로 투사한 작품세계가 펼쳐집니다. 르누아르의 풍경화 속 자연 외광을 페이퍼아트로 표현한공간입니다. 그의 생각을 그려낸 듯한 패턴과 그림을 읽어내린 듯한 풍경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죠. 여러 겹의 페이퍼아트와 스크린 속 작품은 몽환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줍니다.

  형형색색의 페이퍼 아트 속 스크린에「물 근처의 어린 소녀들(Young Girls on the River Bank)」이 그려집니다. 강가에 앉은 두 소녀가 넘실넘실 흐르는 강물을 고요히 지켜보는데요. 갈색의 긴 머리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립니다. 관객 머리 위 스피커에선 바람이 부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죠. 스크린을 보고 서 있으면 바람을 쐬는 듯 시원한 느낌을 받을수 있습니다.

  드로잉부터 색채까지
  ‘Ⅲ.드로잉 뮤지엄’에선 르누아르의 초기작 중 습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액자 속 움직이는 캔버스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아름다운 순간을 구현한 드로잉 작품이 있습니다. 르누아르의 드로잉과 습작엔 색채가 없지만특유의 우아함과 부드러움은 그대로 전해지죠.

  ‘사각사각’들려오는 드로잉 소리와‘탁탁’붓의 물을 털어내는 소리에서도 그의 화풍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현을 튕겨내듯 곡선을 그려내는 연필의 터치 소리는 마음을 차분히 정리해줍니다. 시끄러운 일상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 드로잉과 붓질이 만들어낸 섬세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죠.

  ‘Ⅳ.그녀의 실루엣’에 들어서면 하늘하늘한 천과 분홍 조명이 관능미를 발사합니다. 천 위로 드리워진 누드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끔 만들죠. 여인의 신체를 표현한 누드 시리즈는 천 위에 서서히 그려졌다 지워지죠. 곡선 모양으로 전시 공간을 가득 메운 천이 여성의 관능적이고 우아한 모습을 더욱 부각합니다.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영원하다.’ 분홍빛 네온사인에서 르누아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평생의 예술적 과업이었던‘아름다움 추구’라는 목표가 드러납니다. 르누아르는 소녀와 여인의 누드를 통해 평범한 인간의 일상적 삶에 살아 숨 쉬는 생기를 불어넣고자 했습니다. 시기적으로차이가 있지만「등을 보이며 기대어 누운 여인(Reclining Nude from the Back)」과「시냇가의 님프(A Nymph by a Stream)」와 같은작품에선 단순한 관능을 넘어 생기 있는 삶에대한 예찬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당신 곁의 르누아르
  ‘Ⅴ.우아한 위로’에선 바닥과 크고 작은 스크린에 르누아르의 후기 작품이 그려집니다. 관객은 스크린
크기에 맞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죠. 삶의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한 작품들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냅니다.

  시시각각 변하던 스크린이「배우 잔느 사마리의 초상(Portrait of the Actress Jeanne Samary)」을 띄웁니다. 작품 속 여인은 턱을 괴고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듯 눈을 깜박이기도 하죠. 이 여인은‘잔느 사마리’로 당시 프랑스 연극원의 배우였는데요. 르누아르는 잔느 사마리의 싱그러운 분위기를 다수의 초상화에 담아냈습니다. 이처럼 그는 예술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 그들을 모델로 한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르누아르는 프랑스 해안으로 이주한 후‘카뉴’의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돼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됩니다. 후기 르누아르의 작품이 마치 유토피아를 그린 듯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때문인데요. 그는 평생에 걸쳐 아름다운 순간을 추적하면서 일상의 아름다움을 일관되게 담아냈습니다. 관객은 자신의 삶 속에서 행복했던 순간을 되새기며 스스로 위로를 건네죠.

  전시회를 찾은 김정규씨(24)는 르누아르의 작품을 접한 후 잠시나마 추억에 잠겼다고 말했습니다. “르누아르의 작품을 보고 즐겁게 뛰놀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어요.”모든 이에게 그림이 가져다줄 수 있는‘우아한 위로’를 건넨 르누아르는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1)1941년 2월 25일 프랑스 리모주에서 태어나 1919년 12월 3일 카뉴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1869년 모네와 함께 인상파 기법을 도입하고 1872~1833년에 자신의 화풍을 확립했다. 1912년 류머티즘으로 신체에 장애가 생겼으나 원숙한 색채의 풍부함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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