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대책위원회, “동아리 내 성폭력 사건 일부만 2차 피해”
  • 고경환 기자
  • 승인 2018.05.2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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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인·피신고인 사과문 작성 권고

A학생, 결정사항에 이의제기

성폭력대책위원회(대책위)가 지난 1월 인권센터에 제소된 ‘동아리 내 성폭력 2차 피해’사건 전부를 2차 피해로 보기 어렵다고 최종 결정했다. 한 사례만 2차 피해로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한 운동 동아리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동아리 소속이던 가해자 B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시인했고 준강간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이후 A학생은 동아리 간부에게 동아리 내 성폭행 사건 공론화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지만 사건 발생 2달 후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A학생과 동아리원 간 갈등이 있었다. 그 결과 지난 1월 24일 A학생은 2차 피해를 당했다며 동아리 간부 9명을 인권센터에 제소했다.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제22조 2항 3호에서 성폭력 2차 피해를 ‘기타의 방법으로 피해자 및 신고인 또는 참고인에게 신체적·정신적 위해를 가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대책위는 해당 규정의 ‘기타의 방법’을 구체화하는 해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기타의 방법을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탕으로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위해를 끼치는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행위’로 정의했다.

  지난달 30일 제4차 대책위에서는 A학생이 2차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7가지 상황중 3가지 상황은 명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힘들어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 외 상황은 2차 피해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공론화 과정 중 A학생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A학생의 성폭력 피해를 동아리내에 공지한 행위는 2차 피해 유발 행위로 판단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2차 피해 유발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A학생이 먼저 공론화를 요구했고 최초 공지 이후 사실관계를 명확히 재공지하라는 A학생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피해자인 신고인의 촉탁에 의한 행위는 2차 피해 유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피신고인들이 별도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A학생을 비난·모욕하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A학생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A학생이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동아리원 일부를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협박하는 표현을 사용한 정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대책위는 ▲피신고인들 전원은 인권센터 주관 ‘성폭력 2차 피해 인식개선 교육’을 2시간씩 2회 이수한 후 각자 교육을 통해 알게 된 문제 행위를 명시하여 신고인에 대한 사과문을 작성할 것 ▲A학생은 피신고인 C·D·E학생에 대하여 문제 행위를 명시한 사과문을 작성할 것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당사자들에 대하여 학생상벌위원회에 징계를 요청할 것 등을 결정사항으로 정했다.

  이에 A학생은 지난 8일 이의신청서와 결정통지서 반박문을 대책위에 제출했다. 반박문에서 이미 사과한 바 있으니 대책위에서 피신고인에게 사과문을 작성하라는 결정사항에 자신은 사과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문제시 되는 발언 때문에 피신고인이 자신을 고소했지만 혐의 없음으로 판명났다고 밝혔다. 이어 공론화와 사실관계를 요구했지, 편파적인 내용과 사실과 무관한 내용, 정신과 병력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인 자신의 이름만 기재됐고 다른 사건 당사자의 이름은 기재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히 악의적인 공지였음을 주장했다.

  이의 신청서와 결정통지서 반박문 제출 이후 지난 14일 제5차 대책위에서는 해당 공지 행위를 2차 피해 행위로 인정했다. 대책위는 해당 공지 행위를 ‘신고인의 실명을 기재한 채 성범죄 사실을 포함한 일련의 상황 정리 내용을 신고인과의 협의 없이 동아리 구성원들에게 공지한 상황’으로 재판단했다. A학생과 상의 없이 성폭력 피해사실과 일련의 진행 상황을 A학생의 의사에 반하는 방식으로 사실관계를 작성하고 이를동아리 내에 공지한 행위는 2차 피해 유발 행위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나머지 상황은 모두 2차 피해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존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힌 3가지 상황 또한 2차 피해가 아니라고 밝혔다. ▲피신고인들이 A학생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인지 후 나름의 방식으로 A학생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한 점 ▲학내 성폭력 사건 발생 시 동아리 차원의 대응 가이드라인이 별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신고인들에게 작위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부작위의 동가치성이 인정될만하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 때문이다. 또한 ‘당사자 양측이 각자 서로를 비난하고 폭언한 맥락을 고려한 점을 미루어 보아 양측 모두 서로의 언행에 대한 책임이 있고 이를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4차 대책위 결정 사항은 ‘성폭력 2차피해 인식 개선 교육’은 ‘인권 감수성 교육’으로, 기존 ‘피신고인 C·D·E학생에 대한 사과문 작성’은 ‘피신고인 C·D·E학생 및 동아리(동호회)원들에 대한 사과문작성’으로 일부 변경됐다. 이번 결정에 A학생은 “대책위가 피해 당사자가 있는데 피신고인의 진술을 참고해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을 요지로 2차 피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이는 성폭력 2차 피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대책위는 서울캠 동아리연합회(동연)에는 ‘성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할 것을, 학생처 및 인권센터에는 이러한 활동에자료 제공 및 예산 지원 등으로 적극 조력할것을 권고했다.

  서울캠 동아리연합회 김민진 회장(경제학부 3)은 “대책위에서 권고한 가이드라인과 지난 3일 신설된「동아리연합회 성폭력예방 및 처리에 관한 회칙」은 별개다”며 “논의 후 인권센터와 학생처의 지원을 받아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도 충분한 사전조사, 단정적인 표현 주의, 본 사건에 대한 정정 보도를 권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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