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을 맞추다 보면 자리에 맞지 않는 조각 때문에 퍼즐을 완성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외국인 유학생을 둘러싼 아르바이트 고용 환경도 이와 같았다. 외국인 유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간제 취업 허가’를 비롯한 관련 제도는 어긋난 퍼즐이었다. 원칙을 지키지 않는 고용주의 태도가 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기도 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마음 놓고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는 현 실태를 꼬집어봤다.

냉혹한 절차 앞에 던져진 유학생
그들을 외면한 고용주

  길고도 복잡한 알바의 길
  외국인 유학생의 시간제 취업은 ‘체류자격 외 활동’으로 분류된다. 법무부가 공개한 「외국인 체류 안내 매뉴얼」에 따르면 전문대학 이상의 교육기관 또는 학술연구기관에서 정규과정의 교육을 받거나 특정한 연구를 하려는 경우에만 유학 비자(D-2)가 발급되기 때문이다. 소득 창출 목적에 해당하는 유학생의 아르바이트는 ‘시간제 취업 허가’ 절차를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외국인 유학생은 사전에 ▲여권 ▲외국인등록증 ▲수수료 ▲신청서 ▲시간제 취업 확인서 ▲성적 또는 출석 증명서 ▲한국어 능력 증빙서류 ▲고용주 사업자등록증 사본 ▲표준근로계약서 사본을 관할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제출해야 한다. 사업자등록증 사본과 표준근로계약서 사본은 유학생이 직접 고용주로부터 받아야 한다. 또한 시간제 취업 확인서는 유학생 본인이 작성해 대학 내 외국인 유학생 담당자와 고용주의 확인을 거쳐야한다. 서류를 준비하는 몫은 오로지 외국인 유학생에게만 있다.

  모든 자료를 제출하면 관할 관청에서 시간제 취업 허가 심사를 시작한다. 심사 기준에는 한국어능력시험 급수, 출석률, 대학 성적 등 여러 항목이 있다. 모든 기준을 충족할 시 시간제 취업을 허가 받을 수 있다. 허가는 체류기간 내 최장 1년 동안만 유지되며 아르바이트 장소는 2곳으로 한정된다.

  이렇듯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고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외국인 유학생은 시간제 취업 허가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다. 서울글로벌센터 생활지원팀 최윤선 대리는 절차상의 까다로움뿐만 아니라 심사 기간이 길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방문 신청만 가능했던 때에는 개강 전후로 신청인이 몰려 심사에 한 달 이상 걸리기도 해요. 이후 온라인 신청이 가능해지면서 심사에 걸리는 시간이 줄었지만 신청 과정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아요.”

  이주와 인권연구소 김사강 연구원은 시간제 취업 허가의 심사 기간이 오래 걸리면 아르바이트 근로 계약에 불이익을 받는 외국인 유학생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당장 알바를 시작하고 싶다 해도 시간제 취업 허가를 받기 전까진 불가능해요. 허가나기까지 고용주가 몇 주 씩 기다려주는 경우는 흔치 않죠. 결국 외국인 유학생이 허가를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발생해요.”

입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현실의 벽과 마주하다

  깰 수 없는 갑을 관계
  시간제 취업 허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외국인 유학생이 포기하는 부분은 고용주로부터 표준근로계약서 사본을 받는 것이었다. 고용주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허다해 사본을 만들 원본 자체가 없는 것이다.

  최윤선 대리는 고용주가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시 부담해야 하는 의무를 피하기 위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용주의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거부는 한국인 파트타이머도 흔히 겪는 문제에요.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허가를 받더라도 근로시간이 한정돼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려는 고용주가 많죠.”

  현재 한국은 내국인 간의 시간제 근로 계약 관계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을 경우 대다수 고용주에만 500만원 미만의 벌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이 시간제 취업 허가를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을 시엔 피고용인인 유학생 또한 처벌을 받는다. 「출입국관리법」 제20조에 따라 고용주와 피고용인 모두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은 같은 법 제89조에 의해 체류 허가가 변경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체류 허가 변경은 체류 자격이 박탈당해 추방될 수 있음을 뜻해요. 유독 외국인 유학생에게만 강력하게 적용되는 처벌은 학생 스스로가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고발을 꺼리게 만들죠.” 김사강 연구원은 유학생의 경우 강력한 처벌 수위를 두려워해 내국인과는 다르게 부당 대우를 한 고용주를 신고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사강 연구원은 이와 같은 외국인 유학생 시간제 고용 환경은 외국인 유학생이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 구조라 지적했다.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해 시간제 취업 허가를 받지 못한 외국인 유학생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상태가 돼요. 고용주는 법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음에도 외국인 유학생이 허가도 없이 학생비자로 취업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우위를 점하게 되죠. 고용주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최윤선 대리는 최저임금부터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선 법정 근로 시간 또한 외국인 유학생의 생활을 힘들게 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학사 과정의 근로 시간은 주당 20시간, 석사 과정 이상은 주당 30시간으로 제한된다. 단 주말과 공휴일은 주당 근로 시간 제한에 포함되지 않는다. 방학 역시 근로 시간 제한이 없다. “최저임금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데도 법에 명시된 아르바이트 시간을 지켜가며 벌어들이는 수입으로는 생활을 감당하기 힘들어요. 돈을 더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불법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외국인 유학생도 있죠.”

  고용주의 부당한 대우가 가능했던 이유에는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문제도 있었다. 한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은 아르바이트 관련 규정을 숙지하거나 근로 계약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김사강 연구원은 각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한국어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어 문제로 근로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적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서명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대학의 한국어 교육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죠.”

  외국인 유학생을 둘러싼 근로 계약 환경은 관련 제도부터 고용주의 의식까지 다방면에서 열약했다.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임에도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할 수도 없었다. 외국인 유학생은 노동 시장에서 전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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