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추진력을 얻지 못할 때가 있었나요? 그럴 땐 주변 사람이나 사물이 ‘힌트’가 돼 앞길을 밝혀주는데요. 혼자서만 해내는 인생은 없기 때문이죠. 창조적인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집니다. 주변에서 얻은 영감이 힌트가 돼 소중한 아이디어를 선물해줍니다. 여러분도 주위를 둘러보세요. 힌트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주 ‘캠퍼스를 거닐며’에서는 중앙인의 인생에서 도움닫기가 된 인생의 힌트를 들어봤습니다.

중학생 때 만난 유전체가 진로가 됐어요이우택 학생(식품공학전공 4)

중학생 때 만난 유전체가 진로가 됐어요
이우택 학생(식품공학전공 4)

    -(톡톡) 생활관 가기 전에 잠깐 인터뷰 가능하신가요?
    “네, 가능합니다! 저는 식품공학전공 4학년 이우택이라고 해요.”  

  -혹시 식품공학을 전공한 계기가 있나요?
  “고등학생 때 배운 과학 과목 중에 생물 과목을 가장 좋아했어요. ‘유전체’가 재밌었기 때문이죠. 식품공학이 생물과 관련 있기도 하고 먹는 걸 좋아해서 식품공학의 길로 접어들었어요.(웃음)” 

  -유전체라고요? 듣기만 해도 어려운 것 같아요!
  “신기하지 않나요? 유전자는 사람을 구성하는 기본이잖아요. 유전자가 다르니 사람이 모두 다르기도 하죠.”  

  -유전체를 처음 배웠을 때부터 유전체에 관심이 많았나요?
  “중학생 때 다닌 학원의 생물 선생님 덕분이기도 해요. 유전체를 재밌게 설명해준 분이죠. 과학고 진학을 목표로 그 학원을 3년 동안 다녔는데 집보다 학원에 더 오래 있었어요. 부모님보다도 선생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정도로요. 그렇지만 선생님이 계셔서 그 3년이 참 재밌었죠.”

  -어쩌면 생물 선생님이 우택씨의 진로에 큰 영향을 준 분이네요!
  “그렇죠. 선생님께서 생물을 쉽게 가르쳐주셨고 나눠주신 자료도 재밌었어요.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공부하면 지루할 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그러지 않았죠. 수업에 계속 집중할 수 있었어요.” 

  -대학에 와서 강의를 들을 때도 그 시절 배운 걸 기억하시나요?
  “그럼요, 이번학기에 유전체 관련 과목을 듣는데 그때 공부한 게 생각이 나더라고요. 중학생 때 배운 게 전부인데도 말이죠. 관심 있는 게 유전체다 보니 다른 건 별로 집중이 안 돼요.(웃음) 근데 유전체가 포함되면 흥미가 생겨요. 또 유전체는 제가 ‘유일하게’ 공부하는 분야이기도 하죠.”  

  -우택씨가 나아가는 방향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존재가 있나요?
  “부모님과 여동생이라고 답할 수 있겠네요.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가족이 받는 영향을 생각하거든요. 저보다도 가족을 먼저 생각하죠.”

악기는 달라도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안세은 학생(관현악전공 3)

  -어깨에 메고 계신 악기가 뭔가요?
  “테너 트롬본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악기가 마냥 신기해서 관현악 동아리에 들어갔죠. 일 년 동안 호른을 다루고 그 후엔 트롬본으로 바꿨어요.”  

  -악기를 바꾼 이유가 있었나요?
  “금관악기는 입술 두께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호른 피스보다 트롬본 피스가 더 큰데 제 입술이 두꺼운 편이라….(웃음)”

  -그럼 꿈도 트롬본 연주자겠네요!
  “맞아요. 시립 교향악단에 트롬본 연주자로 입단하고 싶어요!”

  -관현악 동아리가 꿈으로 이어지다니…. 세은씨가 꿈에 다가갈 때 힌트를 준 존재가 있었나 봐요.
  “처음 악기를 시작할 때 우연히 트럼펫 선생님을 알게 됐어요.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선생님을 찾아뵙고 레슨을 받고 있죠. 제가 다루는 악기와는 다르지만 배우고 싶은 점이 많은 분이에요. 연주회에 직접 가거나 유튜브에서 영상을 볼 때마다 연주 실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제 롤모델이기도 하죠.”

  -선생님께 어떤 도움을 얻었나요?
  “중요한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악기가 잘 불리지 않아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있어요. ‘계속해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그럴 때마다 선생님께서는 ‘그냥 해!’라고 말씀하시죠. 연습하기 싫다가도 하게 돼요. 최근엔 선생님 추천으로 악기를 새로 바꿨는데 이전보다 연주 실력이 훨씬 좋아졌죠.”

  -선생님은 세은씨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나무예요. 본인의 경험에 빗대어 유익한 조언을 많이 해주시죠. 특히 악기 소리가 잘 나지 않을 때 많은 도움이 돼요. 든든해요, 정말.” 

  -미래에 세은씨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존재가 되고 싶나요?
  “저는 연주 실력에 욕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만약 학생을 가르치게 된다면 실력 면에서 신뢰가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공예 작품에 록의 반항심을 담고 싶어요
김선준 학생(공예전공 3)

  -잠깐만요! 지금 이어폰을 꽂으려 하는데, 무슨 노래 들으시게요?
  “록(Rock)이요. 특히 헤비메탈을 좋아해요. 다른 사람은 록이 시끄럽다는데 저는 록이 단순하면서 시원시원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해요. 일렉트로닉 기타 특유의 긁는 소리가 좋아요. 드럼이나 베이스 기타 소리가 가슴 한쪽을 ‘쿵쿵’ 울린다고 해야 할까요.”

  -주로 언제 록을 듣나요?
  “지금처럼 길을 걸을 때 듣죠. 자기 전에도 듣고요. 아! 공예 작업할 때도 들어요.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아 집중하는 데 좋기 때문이죠.”

  -공예 작품을 만드시나 봐요!
  “금속공예와 목공예를 전공하고 있어요. 아직 자신 있게 내놓을 작품은 없지만 저만의 개성을 살려 창업하고 싶어요.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고객의 요구를 공략하는 게 목표죠.”

  -선준씨 작품에 어떤 개성을 담고 싶나요?
  “저만의 ‘시그니처’를 개발하는 중이에요.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기 보단 록의 반항심이 담긴 제 작품을 마음껏 만들고 싶어요. 기존의 틀을 깬다고 해야 할까요? 다른 사람이 좋아하지 않을지라도 말이죠.”

  -록에서 공예 작업의 영감을 얻기도 하나 봐요. 선준씨의 공예 작품도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헉! 그럴 수도 있을까요?”

  -물론이죠. 어떤 영감을 주고 싶은가요?
  “이상하게도 어릴 때부터 예쁜 대상을 잘 그리지 못했어요. 대신 기괴하고 못생겼지만 특색 있는 그림을 그렸죠. 지금도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고요. 다른 사람도 제 작품에서 록 정신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선준씨에게 록이란 무엇인가요?
  “록은 저에게 집이에요. 집에 있으면 편안하듯 록을 들으면 정신이 편해지거든요.”

“여러 갈래 길은 삶의 이정표가 되죠.”
김지현 학생(좌측·생명과학과 1) , 이규산 학생(우측·생명과학과 1)

  -안녕하세요, 두 분 대화가 재밌어 보이는데 저도 들어봐도 될까요?
  지현:
“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생명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죠.”

  -혹시 지금 생각하고 있는 진로가 있나요?
  지현:
“제 꿈은 생명과학연구원이에요. 중학생 때 살던 동네 산에서 자연스럽게 곤충과 식물을 접하며 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됐거든요. 작은 존재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매커니즘이 신기하더라고요. 자연이 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죠.”

  -지현씨에게 자연이 힌트가 된 셈이군요.
  지현:
“자연은 샘물 같은 존재예요. 샘에서 물이 솟아나듯 제게 힌트가 되었잖아요. 목이 마르면 샘물에서 물을 마실 수 있듯이 누구든 품어주기도 하고요.”

  -정말 적합한 비유네요! 옆에 있는 규산씨의 꿈은 뭔가요?
  규산:
“저는 이 친구와 달리 아직 확실한 꿈은 없네요.(웃음) 그래서 진로 고민을 나누고 있었죠. 그렇지만 여태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삶의 방향에 대한 힌트는 찾은 것 같아요.”

  -어떤 힌트인가요?
  규산:
“바로 ‘최선’이에요. 그동안 여러 갈래의 길을 경험하며 느낀 가치예요. 중학생 때는 미술, 고등학생 때는 체대 입시 그리고 의대를 목표로 했던 재수 생활을 거쳐 여기까지 왔어요. 그 과정에서 실패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 하니 후회가 없더라고요.”

  -결과가 어떻든 다양한 삶의 경험이 인생에 도움이 되죠.
  규산:
“그럼요. 뭐든지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고등학생 때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 운동했어요. 목표했던 곳은 떨어졌지만 최선을 다하니 후회되기보다 오히려 기분이 좋은 거 있죠. 이 경험은 재수 생활을 끈기 있게 해내는 데 큰 몫을 했어요.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시험 공부를 하거나 대인관계를 맺는 데 최선을 다하려 하고요.”
  지현: “저도 청소년 정책을 다루는 ‘청소년 특설회의’나 ‘경기도 차세대위원회’ 등 여러 활동을 하며 꿈을 구체화했어요. 연구원으로서 과학기술에 관한 정책이나 법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자문위원이 되고 싶어졌죠. 정책이 사람에게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배웠거든요. 문과의 전유물이었던 정책에 이과의 과학기술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앞으로 펼쳐질 찬란한 길이 기대되는걸요!
  지현:
“저는 목표를 세우면 어떤 상황에서든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또 원칙과 신념을 지켜나가려 하죠. 언젠가는 그런 제 철학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어요.”
  규산: “아직은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한 다음에 평가해야죠. 겸손하게요.(웃음)”

“같은 길을 걷는 동료가 제 ‘뮤즈’예요.”
정지우 학생 (영화전공 1)

  -영화전공 학생회실이 북적이네요.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영화 제작 회의를 하고 있어요! 저는 아직 1학년이라 선배들 작품에 스태프로 참여하고 있죠.”

  -평소에도 전공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나요?
  “네. 자신의 생각을 많이 표현해요. 사람이나 감정 등에 관한 얘기를 자주 나누는 편이죠. 동기, 선배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영화에 쓰고 싶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제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이죠. 제 ‘뮤즈’라고 할까요?(웃음)”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궁금해요.
  “선배 중 한 분이 우리 세대를 한 마디로 정의한 게 인상 깊었어요. 우리 세대는 ‘무의미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들’이라고요. 요즘 ‘번아웃증후군’이라고 일상에서 무기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 말에 큰 공감이 돼서 작품에 녹여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전공 사람들이 영감을 준다니, 이상적인 관계네요. 지원씨도 누군가에게 아이디어를 준 적 있나요?
  “시나리오 수업에서 각자의 시나리오에 피드백을 주면서 아이디어를 나눠요. 저는 스릴러 장르를 쓴 분께 극중 소재로 삼은 소품을 사용해 음향 효과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적이 있어요. 그 분께 감각이 있다는 칭찬을 들어 뿌듯했죠.”

  -와, 정말 좋은 영화인이 될 것 같아요!
  “저는 늘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 점에서 장래에 촬영감독이 되고 싶어요. 촬영을 통해 만드는 분위기와 이미지는 관객의 심리를 장악할 수 있거든요. 제가 만든 영화로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우씨의 꿈을 붙잡아 주는 작품 하나만 소개해 주세요!
  “‘화양연화’라고 하는 영화예요. 정말 영화 속 이미지 하나하나가 마음에 쏙 들거든요. 정적이고 제한적인 카메라 무빙 속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잘 담아냈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죠. 금전적인 문제나 진로 문제로 ‘내가 계속 영화를 해도 될까?’라는 의문이 들 때마다 이 작품을 봐요. 그러면 다시 영화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죠.(웃음)”

“감이 오는 순간, 큰 변화가 생기죠.”
양철웅 학생 (예술대학원 뷰티디자인전공 석사 4차)

  -아이디어가 샘솟고 일이 술술 풀리는 날이 있나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땐 다들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일순간 스파크가 튀는 느낌이죠. 작은 자극이 한 번 머리에 들어오면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 같아요. 저는 헤어 디자인을 공부하는데, 가끔씩 그리고 우연히 ‘감’이 오는 날이 있더라고요.”

  -감이 오는 날이라고요?
  “어떤 스타일을 만들어낼지 금방 떠오르고 가위도 스스럼없이 나가는 날이에요. 손이 물 흐르듯 움직이고 생각했던 헤어스타일이 그대로 만들어지죠. 원하는 대로 디자인이 잘 됐을 때 정말 뿌듯해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존재가 있을까요?
  “헤어 디자인은 트렌드가 중요한 분야다 보니까 일상적으로 접하는 대중매체에서 영감을 얻어요. 드라마를 볼 때 인물의 헤어스타일을 주의 깊게 보죠. 그런 부분에서 착안해 각각의 사람에게 맞는 느낌으로 변형해요.” 

  -사람마다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이 다른가 보네요.
  “그럼요. 두상, 얼굴형, 외모와 모질이 모두 다른걸요. 최근에 드라마 ‘도깨비’의 주인공 헤어스타일로 유명한 ‘가르마 펌’이 유행했잖아요. 같은 가르마 펌이더라도 각자에게 어울리는 모양으로 스타일링해야 해요. 사실 극중에서 주인공의 가르마 펌도 의상이나 분위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 것 같더라고요. 세팅이나 가르마의 비율이 변했죠.”

  -영감에 변화가 더해지면 각자의 매력을 담는 헤어스타일이 탄생하는군요!
  “제가 헤어디자인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사람마다 어울리는 헤어스타일링을 해 주고 외모를 바꿔 주는 일이 재밌거든요. 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경험을 쌓는다는 점도 큰 매력이에요. 아무런 변화 없이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건 지루하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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