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의 결승선, 지금 만나러 갑니다
  • 허효주 기자
  • 승인 2018.03.26 0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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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필제 황인희 학생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고 수많은 사람의 이목을 끄는 메인스테이지. 하지만 무대 주인공의 뜨거운 열정은 조명과 관심이 꺼진 백스테이지에서도 계속됩니다. ‘백스테이지’에서는 메인스테이지 뒤 중앙인의 시간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백스테이지’의 네 번째 주인공은 바로 황인희 학생(철학과 4)입니다. 언론시험준비반(언필제) 반장이자 예능 PD를 꿈꾸는 ‘언론고시생’이죠. 메인스테이지에 첫 발을 내딛기 전 백스테이지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예능 프로그램이 안방극장을 달굴 그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 어떠한 예능 프로그램보다 더 유쾌하고 활기찬 황인희 학생을 찾아가 봤습니다.

  오랜 시간 꿈꿔온 예능PD

  경험은 고시 준비의 페이스메이커

 

후문으로 나와 301관(중앙문화예술관) 옆 좁다란 길을 내려가다 보면 분홍색 원형 건물이 나온다. 이 건물은 바로 307관(글로벌 하우스)! 지난 2010년 308관(블루미르홀) 완공 이후부터는 고시반 학생들의 기숙사로도 사용되는 이 건물 지하 1층에는 언필제가 자리 잡고 있다. 지하 1층에 들어선 순간 ‘言必齊(언필제)’라고 쓰인 현판이 보이고 묵직한 분위기가 기자를 맞이한다. 무거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몸이 저절로 굳었다. 하지만 이내 맑은 산소가 느껴진다. “아, 늦을 뻔했다!” 황인희 학생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출석부에 이름을 쓰더니 한숨 돌린다. 황인희 학생의 본격 하루가 시작됐다.

  황인희 학생을 파헤쳐보자, 팍팍!

  그의 하루를 살펴보기에 앞서 잠깐! 황인희 학생을 소개한다. 그는 이번달부터 언필제 반장을 맡았다. 반원들과 더 친해지기 위해 반장을 자원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고 말하기를 좋아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신념 아래 운동을 비롯한 역동적인 활동을 즐기기도 한다.

  황인희 학생은 중학생 때 PD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도 잘 몰랐다고 한다. 우연히 하게 된 적성검사에서 다른 직업보다 PD가 월등하게 적성에 맞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제야 PD의 업무를 찾아봤고 이것저것 경험하는 걸 좋아하는 자신에게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 와서는 할 수 있는 건 모조리 경험했다 특히 아르바이트 능력치는 그를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다. 콜센터 직원부터 전단지 돌리기까지 약 20개 아르바이트를 해봤다. 아르바이트에 목숨 건 자신이 한심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모든 경험이 프로그램 기획에 한몫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르바이트생을 위한 쓸데없는 꿀팁’을 전해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는 현재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 이번학기 목표는 처음 치르는 언론고시를 바로 통과해 예능 PD가 되는 것이다. 긍정적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응원하는 그를 응원한다.

  10:30
  읽어야 산다 

  황인희 학생은 글로벌하우스 B113호에 위치한‘TV실’로 들어선다. TV실은 언필제 반원들이 신문을 읽거나 컴퓨터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다시 보는 공간이다. 책상에 12개의 신문과 3개의 잡지가 일렬로 누워 황인희 학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 개의 신문은 언필제 출신 선배들이 정기 구독을 후원해주고 있다.

  “○○일보부터 읽어볼까?” 신문 한 부를 집어 들고 자리를 잡는다. 이내 신문을 읽는 데 집중한다. 많은 신문 중 예비 언론인들이 주로 읽는 신문은 무엇일까. “골고루 보려고 노력해요.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은 매일 모든 신문을 다 읽죠. 입사하고 싶은 신문사의 신문을 정독하는 반원도 있고요. 그 신문만의 차별점을 알기 위해서죠.”

  황인희 학생은 방송도 많이 시청한다고 말했다. PD 지망생이라면 방영 중인 프로그램과 방송 트렌드 정도는 꿰고 있어야 한다.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도 챙겨 보며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예능 PD가 목표인 황인희 학생은 예능 프로그램이 지닌 깊은 뜻을 찾아내고 고민한다. 시청자에게 무한한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 속에도 진중한 의미가 숨어있다고. 예능 프로그램 ‘한 끼 줍쇼’에선 출연자가 저녁 한 끼를 얻어먹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출연자가 거절당하는 모습은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웃음 뒤엔 이웃과 하나라도 나눠 먹으려는 옛정이 사라진 현대 이웃 소외 현상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다. 예능 PD는 무조건 재미만을 추구하기보단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도 프로그램에 함께 녹여내야 한다. 미래의 예능 PD 황인희 학생도 유쾌한 예능 프로그램 한 편 뒤에 어떤 철학적 메시지를 숨길지 고민한다. “제가 PD 지망생인지 모르는 분들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며 노는 줄 알겠지만 사실은 아니에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황인희 학생이 신문을 꼼꼼히 읽는다
황인희 학생이 신문을 꼼꼼히 읽는다.
여러 개의 신문을 정리하고 있다.
여러 개의 신문을 정리하고 있다.

  15:00
  책 속에 답이 있다

  정오부터 3시까지 전공 수업을 마친 후 황인희 학생은 곧장 글로벌하우스 B105호 ‘방’으로 향한다. 방은 언필제 반원들이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등 자율학습을 하는 공간이다. 방에선 같은 직군을 희망하는 반원 6명이 함께 공부한다. 책상 위쪽 언필제 로고가 새겨진 언필제 이름표가 황인희 학생에게 묵언의 응원을 보낸다. 그는 ‘인식론’을 담은 전공 책을 펴 차근차근 읽었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PD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라고 한다.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요?” 그는 PD 지망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꼬집었다. ‘아얏!’

  “사람들은 영상을 많이 만드는 게 PD의 전부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건 오해예요. PD는 ‘스토리텔러’거든요. 아는 것이 많아야 다양한 소재로 스토리를 만들 수 있어요. 현직 PD님 말씀을 들어보면 대학생 때 습득한 지식이 PD가 돼서도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고 해요. 저는 일주일에 책 1권 읽기를 목표로 하고 있답니다.” 황인희 학생은 인문학 도서를 포함해 시, 만화도 읽는다고 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습득하려는 그의 의지가 불타올랐다.

글로벌하우스 B105호에서 자율학습을 하는 황인희 학생.
글로벌하우스 B105호에서 자율학습을 하는 황인희 학생.

  18:00
  스피치, 피치 올려

  해가 저문 시간, 글로벌하우스 B111호 세미나실에선 스피치 수업이 한창이다. 언필제 스피치 반 선생님과 언필제 반원 3명이 함께 수업에 참여했다. 스피치 수업은 원래 언필제 아나운서 지망생을 위한 수업이다. 황인희 학생을 비롯한 다른 직종 지망생은 면접 준비를 위해 참여하고 있다. 수업은 지난 19일 실제 방송에 사용된 뉴스 원고와 어려운 영어 발음이 들어간 스포츠 뉴스 기사를 읽는 것으로 진행됐다.

  선생님이 앵커 멘트를 읽으면 이어서 반원들이 돌아가며 리포트 원고를 읽었다. 황인희 학생은 처음 읽어보는 원고지만 자신 있게 읽어 내려갔다. 한 글자씩 또박또박 읽은 후 마지막엔 멋있게 ‘○○○뉴스 황인희입니다’로 마무리, 인 줄 알았다. 스피치가 끝나자마자 선생님은 잘못된 발음을 짚어주셨다. “‘변주돼’에서 ‘돼’ 발음을 좀 더 확실히 해야 해.” 황인희 학생은 원고에 표시하며 반복해서 발음했다. “변주돼, 변주돼, 변주돼….” 눈으로 읽기 어려운 문장도 척척 읽어냈다. “오클라호마시티 러셀 웨스트브룩은 5경기 연속 트리플 더블을 기록하며 토론토 격파의 주역이 됐습니다.” 스피치 수업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황인희 학생은 ‘언론고시’ 준비에 피치를 올렸다.

스피치 수업에서 방송 뉴스 원고를 차분히 읽어내려간다.
스피치 수업에서 방송 뉴스 원고를 차분히 읽어내려간다.

  人stage

  하루가 모여 언론인이 되고

  -귀한 시간을 내어주신 예비 언론인들께 감사합니다! 일과가 궁금해요.

  황인희 학생: “하루를 자율적으로 보내요. 전공 수업이나 언필제 수업을 들으며 하루를 보내죠. 이번학기엔 15학점을 들어요. 화, 목, 토요일에는 언필제 수업이 있고요.

  송승섭 학생(역사학과 4): “‘매일경제’에서 인턴기자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고 있어요. 기자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거죠. 남는 시간엔 글쓰기 연습을 해요. 매주 언필제 동기와 독서 스터디, 글쓰기 스터디, 신문 상식 스터디도 합니다.”

  민서연 학생(영어영문학과 4): “아나운서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아침엔 운동을 마치고 공부나 아르바이트를 해요. 저녁엔 언필제 수업을 듣고 상식 논술과 카메라 테스트를 위한 스터디를 하죠.”

  -목표로 하는 직종에 따라 필요한 과정이 다를 것 같아요. PD, 기자,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필수 관문’은 뭔가요?

  황인희 학생: “PD는 다양한 경험을 접해보는 게 중요해요. 저도 대학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 본 것 같아요. 우선 중앙대 방송국 ‘UBS’에서 영상기획부 국원으로 2년간 활동했어요. 밴드, 연극, 운동 동아리에 들어간 적도 있죠. 특히 연극 동아리에선 스태프, 배우, 조연출, 연출까지 맡으며 4년을 보냈어요. 아, 그리고 연애도 12번이나 해봤죠.(웃음)”

  송승섭 학생: “기자의 경우 2차 필기시험을 통과하기 어려워요. 소수의 합격자만이 다음 전형을 치를 수 있죠. 글쓰기 실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글쓰기 실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죠. 반복해서 읽고 쓰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있어야 해요.”

  민서연 학생: “방송국 분위기를 느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인턴을 지원해서 방송국에서 일할 기회를 잡아야 하죠. 요새 기자가 앵커로 전향하는 트렌드가 있어요. 그래서 방송기자도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흔히 ‘언론고시’라고 하잖아요. 고시 준비 생활이 힘에 부칠 때가 있을 것 같아요. 고시 생활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있나요?

  황인희 학생: “언필제 반원들과 술 한잔하며 방송 이야기하는 거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 재밌어요. 여러 분야 상식을 공부하는 반원들과의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하죠.”

  송승섭 학생: “사실 힘든 적은 없었어요. 글을 읽고 쓰는 게 재밌거든요. 아무 생각 없이 그 날 계획한 일을 하다 보면 조금씩 글쓰기 실력이 느는 게 보여요. 스스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재밌더라고요. 김연아 선수가 현역시절 ‘훈련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답한 적이 있어요. 저도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민서연 학생: “저는 원동력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정신력 관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시험도 많이 치르고 많이 떨어지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많아요. 현직 아나운서 중 다수도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에서 많이 떨어져 봤다고 하더라고요.”

  -언필제 내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해요.

  황인희 학생: “수업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요. 스피치 수업은 발성 연습을 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 때문에 활발하게 진행돼요. 기자 수업에선 진지하게 토론하죠. 비판적 시각을 키울 수 있어요. 반면 PD 수업은 자유로운 편이에요. 소설이나 에세이 정도의 작문을 하면 선생님이 재치 넘치는 코멘트를 해주시죠.”

  송승섭 학생: “‘세상은 넓고 너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많다’라는 말이 딱 맞아요. 정말 치열하게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에요. 그렇지만 혼자서만 공부하는 건 아니에요. 함께 스터디도 하고 정보도 공유해요.”

  민서연 학생: “언필제 반원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많진 않아요. 취업을 코앞에 두고 각자의 생활에 충실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얼굴만 알아도 인사하고 서로 거리낌 없이 도와요. 합격 소식을 들으면 모두가 축하의 한마디를 건넨답니다. 훈훈한 분위기예요.”

  -n년 후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어떨까요?

  황인희 학생: “당장 1년 후에 ‘정글의 법칙’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네요.(웃음) 탐험과 모험을 좋아해서 정글이 잘 맞을 것 같아요. 5년 후엔 제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겠죠?”

  송승섭 학생: “먼 미래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 하는 공부를 계속해서 1년 후에는 조금이라도 성장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민서연 학생: “1년 내로 방송국에 들어가 아나운서 혹은 방송기자로 정신없는 생활을 보내고 있을 거예요. 따끔한 충고를 들어도,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와 쓰러져도 행복할 것 같아요. 5년 후에는 멘토링도 하면서 언필제 후배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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