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학인은 일반 사회인과 뭔가 틀려야 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그 자부심을 계속 유지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부분적으로 가지고 있
다. 지난 시기 대학인이 사회개혁에 앞장섰던 것은 그런 `자부심'의 하나라
고 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내용과 형식은 틀릴지언정 시대흐름을 이끌어 나
갈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대학이라고 생각한다.그렇다면 미래 한국
사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대학인과 대학문화는 현재 어떠한 위상을 가
지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현재 대학인들의 삶은 소비, 경쟁지상주의에 매몰
되어 있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더군다나 IMF위기는 자본이 반지구적으
로 인간공동체와 자연생태계를 더욱 더 급속도로 파괴할 것이고, 대학인들은
자신들의 재능을 맘껏 펼치기도 전에 노예처럼 노동시장에 내몰리는 위기에
몰리고 말았다. 세계화된 경쟁물결 속에서 이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과 기업
중에 단지 5%만이 성공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그 패배한 나머지 사람에 대
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될 것인가?라는 사회적 고민에서 대학
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현재 대학의 모습이다.본래 대학은 창조적인 정
신과 실험정신의 온상이었다. 아울러 정열이 넘치고 기존 관념을 거부하는
저항정신이 가득찬 곳이었다. 대학의 본래 의미를 망각한다면 대학의 존재는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문제는 아는 만큼 실천하지 못한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고, 바로 이점이 우리 교육의 수난적인 폐해라는 점이다. 우
리 조상들의 공부방식은 철저한 `지행합일(知行合一)' 이었지 `지식 따로 실
천 따로'가 아니었다는 점은 현재 대학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
한다.최근 3~4년전부터 `대학이 지역속으로 들어가자'는 구호가 난무하면서
, 대학이 지역공동체운동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무성하다
. 바람직하긴 하지만 아직도 지역 주민들은 불만이 많다.대학의 축제가 대학
내부의 행사이었지 안성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장으로 실천하기에는 어려웠
던 게 현실이었다. 대학의 교수들도 서울로 올라 가기 바빠서 안성지역의 시
민, 환경, 문화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모든 공연이
나 문화, 동아리 활동 심지어 각 학과행사는 캠퍼스나 서울에서 치뤄지는 `
문화패권주의'에 물들어 있다.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는 자립자족과 상부상조
의 원리를 기본으로 `연대와 협동' 속에서 진정한 `대학문화와 지역공동체'
를 건설해 나가는 것이며, 이것은 바로 대학인들의 손에 달려 있다. 착취하
고 파괴하는 `동물적인 삶'이 아니라 자기의 생명까지도 자연을 위해 헌신하
는 `식물적인 삶'을 바로 지금 여기에서 대학인들이 시작할 일이다.

조 천 호<안성천 살리기 시민모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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