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의견이 전하는 해법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정책 중 하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이 마련됐다. 그동안 검찰은 고위공직자 수사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수처는 검찰의 고위공직자 수사권과 기소권 등을 가져 검찰과는 다른 개별적 수사 기관으로 존재하게 된다. 지금의 대학가도 이와 비슷하다. 학생들이 직접 선출한 총학생회(총학)와 특정 사안에 집중해 활동하는 별도의 학생 기구가 병존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이러한 대학가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학생 총 173명을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대학생이 생각하는 총학과 새로운 학생 기구의 등장에 대해 들어봤다.

 

 

  저마다의 총학은 달랐다
  총 173명의 대학생은 총학을 각기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총학을 ‘긍정적(약 34.7%, 60명)’으로 평가한 학생들은 중복응답을 통해 ‘복지사업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서(약 71.7%, 43명)’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총학의 복지사업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혜택을 줄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총학이 자체적으로 추진 가능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최선의 선택이죠.” A 학생(전자전기공학부)은 총학의 복지사업이 학생들의 복지를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학생이 간식 사업이나 공동구매와 같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복지사업 등을 통해 총학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약 34.7%(60명)의 학생은 총학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응답자들은 ‘그동안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고 기대감도 없어서(약 66.7%, 40명, 중복응답)’, ‘복지사업에만 힘을 쏟고 있어서(약 56.7%, 34명, 중복응답)’ 등을 그 이유로 밝혔다.


  서울캠 총학 백채경 성평등위원장(사회복지학부 3)은 총학 활동이 복지사업에 치중된 점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간식 사업과 같은 총학의 복지사업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요. 다만 총학이 내세운 공약이나 학내 여러 문제는 등한시하고 복지사업에만 몰두하는 것은 선후 관계가 잘못돼 있어요.” 백채경 위원장처럼 몇몇 학생들은 총학이 학내외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음에 불만을 느꼈다.


  “한국체육대에선 기숙사 확충 문제가 학내의 중요한 이슈에요. 하지만 총학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알기 힘들죠. 축제 준비나 간식사업 외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요.” 실제로 고준혁 학생(한국체육대 운동건강관리학과)을 포함한 다수의 응답자들은 총학이 복지사업 이외에 어떤 활동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총학의 행보에 궁금증을 드러냈다.


  ‘우리를 위한 총학’을 원한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총학 투표가 본인의 대학과 대학 생활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느낄까.  응답자들이 총학으로부터 느끼는 정치적 효능감은 앞선 총학 평가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B 학생은 총학 선출을 통해 학생 사회가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 사회에서 학생은 대학본부와 교수에 비해 항상 뒷전이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총학은 학생들을 대변하기에 그를 선출하는 투표는 학생으로서 당연한 권리 행사죠.” B 학생을 비롯한 약 37.6%(65명)의 학생이 총학 투표를 통해 대학 생활의 변화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각자가 원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그와 반대로 대학 생활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도 약 33.5%(58명) 존재했다. 응답자들은 대체로 총학에 대한 신뢰 하락을 이유로 들었다. 이는 기존 총학의 행보에 느낀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동안 제가 경험한 몇몇 총학은 대학본부의 불합리한 조치에 학생들의 입장을 제대로 관철하지 못했어요. 당장의 투표보다 총학의 자체적인 변화로 학생 사회의 신뢰를 얻는 것이 선행돼야 하죠.” 김민석 학생(홍익대 법학부)은 그동안 학생들의 지지를 배반하는 총학을 보면서 총학 투표에 회의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마음은 하나다


  총학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지만 이는 각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총학의 판단 기준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응답자들에게 대학 사회에서 총학의 바람직한 역할이 무엇인지 물었다. 다수의 응답자가 복수응답을 통해 ‘대학본부에 학내 사안 및 정책에 대한 의견 전달(약 79.2%, 137명)’, ‘재학생을 위한 정책 공약 이행(약 78.6%, 136명)’ 등을 총학의 중요한 역할로 꼽았다. 장비단 학생(정치국제학과 1)은 총학은 학생들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학생들의 투표로 뽑힌 대표자가 주축이 되는 집단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의견을 대내외에 관철해야 해요. 그리고 대학본부와의 적극적인 협의로 대학본부와 학생 간 소통의 매개체가 돼 공약을 하나씩 이행해야 하죠.” 이처럼 응답자들은 총학이 학내외 여러 문제에 학생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성실하게 공약을 이행하기를 바랐다.


  학생 사회에 불어온 새 바람
  최근 몇몇 대학에서는 총학을 대신해 학내외 사안에 목소리를 높이는 별도의 학생 기구가 등장하고 있다. 이에 약 63%(109명)의 응답자는 총학 외의 학생 기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중 약 77.1%(84명, 중복응답)의 학생은 총학이 다루지 않는 분야에도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김민석 학생은 총학이 관심을 두지 않는 사안에 학생 사회가 대응하기 위한 보완책으로서 대체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정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조직된 학생 기구는 그 사안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주축이 되는 만큼 소극적이고 무관심한 지금의 총학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실제로 서울대나 이화여대의 사례로 보아 학생 기구가 보다 전문적으로 문제에 대응할 수 있음을 알게 됐죠.”

  총학이 학내 사안에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기에 별도의 학생 기구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학생도 있었다.(약 51.4%, 56명, 중복응답) 백채경 위원장은 총학 산하기구인 성평등위원회(성평위)에서 직접 일하며 느낀 경험을 토대로 별개의 학생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가 기억하는 총학은 학내의 정책이나 젠더 관련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소극적으로 몸을 사리곤 했어요. 이런 경우에 다른 기구가 존재한다면 다양한 사안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반면 총학 외 학생기구가 ‘필요하지 않다(약 15.6%, 27명)’, ‘잘 모르겠다(약 21.4%, 37명)’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 “총학의 활동을 보완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새로운 학생 기구의 설립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요. 그렇지만 전체학생대표자회의나 건의를 통해 총학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먼저라고 봐요.” A 학생은 새로운 기구의 등장보다는 일차적으로 총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선택으로 뽑힌 대표자라 할지라도 사회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키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구성원 모두의 담론을 이해하고 담으려 노력할 때 대학 사회는 더욱 성숙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