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학은 상식을 원한다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7.10.3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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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을 깨려면
 
제도가 밀어주고
서로 손잡아 끌어줘야
 
지난 2015년에 취임한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내각의 절반을 여성으로 구성했다. 그 이유를 물은 기자에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은 2015년이니까요.” 국민 전체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공정하게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나 상식적인 이야기가 작은 사회라 불리는 대학과는 동떨어진 말처럼 들린다. 2017년인 지금, 대학에 여성 전임교원은 남성 전임교원에 비해 턱없이 적다. 전문가들과 함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알아봤다.

  보장하지만 보장받지 못 한다
  ‘대학의 장은 대학의 교원을 임용할 때 특정 성별에 편중되지 아니하도록 3년마다 계열별 임용 목표비율이 제시된 임용계획 등 적극적 조치를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계획 및 그 추진 실적을 평가하여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교육공무원법」 제11조로 여성 전임교원 비율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다.

  하지만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은 해당 조항은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채용에서 특정 성별에 편중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채용비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해야 해요. 그리고 각 대학 실적을 평가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반영함으로써 해당 법률의 실효성을 높여야 하죠.” 여성 전임교원 확보를 위해 관련 법 조항에 강제성과 구체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의 개정뿐만 아니라 기존 대학 구성원의 인식 개선 역시 중요하다. 2016년 부산대 여교수회의 회장직을 맡았던 윤애선 교수(부산대 불어불문학과)는 전임교원 채용이 대부분 해당 전공의 기존 구성원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사실 대학 전임교원 임용에 있어 특정 성별에 유·불리한 규정은 없다. “기존 전임교원들은 대학의 여성 교원 비율 실태를 알아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게 없으니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요. 기존의 성차별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채용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죠. 대학사회 구성원의 전반적인 인식이 변해야 해요.” 기존 대학 구성원의 성인지 지수가 높아져야 지금의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

  머리를 맞대고 높이는 목소리
  지난 1998년 4500여 명의 여성 교원이 연대한 전국여교수연합회가 출범했다. 전국여교수연합회 정관 제1장 제3조에는 주요 활동으로 ‘신임 교원 임용 시 여성이 부당한 대우와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감시한다’고 명시돼있다. 전국여교수연합회뿐만 아니라 바뀌지 않는 대학사회의 성불평등 개선을 요구하는 전국 국공립대학교 여교수회 연합회와 개별 대학 여교수회 등 다양한 여성 교원 연대가 있다.

  “여성 교원 연대는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여성 교원 관련 정책 방향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이혜숙 교수(경상대 사회학과)는 여성 교원 연대의 형성을 통해 여성 교원들이 공동으로 사회에 맞설 힘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여성 교원 연대가 대학 내외의 여성 관련 연구소나 여학생회 조직 또는 여성 관련 학과 등과 교류하며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애선 교수는 여성 교수 연대가 여성 교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대학 내의 ‘소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교수들이 여성뿐만 아니라 대학사회에서 소외당하는 다른 소수자와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표명하기 힘든 비전임교원과 학문 후속세대 그리고 많은 소수자가 있어요. 이러한 ‘기득권을 갖지 못한 부류’의 상황도 예의주시해야 하며 더욱 평등한 대학을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하죠.”

  대학사회의 낮은 여성 전임교원 비율은 우수한 여성 인력이 사회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는 여성 대학생의 역할모델 부족으로 학문 후속세대에서도 불평등이 재생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학 전임교원 성비가 해결될 때 비로소 사회로 진출하는 학문 후속세대들이 당당히 사회에 발을 디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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