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불황, 기업연쇄부도, 환율급등과 주가폭락의 금융위기, IMF시대로 장식
되는 헤드라인이 최대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임을 여실히 말해 주고 있다. 김
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내일 파산할지, 모레파산할지 모른다고 말할 정도로
사태는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지금 우리는 누가 어떻게 잘못해서 이 지경이
되었는지 따지고 있을 겨를이 없다. 이제부터는 각각의 경제주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곧바로 실
천에 옮겨야 한다. 오늘의 위기가 상당부분 정부당국의 안이한 사고와 발상
에서 비롯되었고 정경유착으로 빚어낸 재벌들의 비만증, 소비자들의 무분별
한 소비행태도 한 몫을 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어떻게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가. 난감하기만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이 정부와 기
업, 소비자 모두가 대대적으로 살빼기 작전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에는 인식
을 같이 하고 있다. 모든 경제주체가 그동안 너무 비대해져서 성인병에 걸려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고혈압과 당뇨병 등의 합병증이 현실화되니
까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갑자기 합병증이 온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 예견하면서도 설마 하면서 지내왔다 하는 것이 올바
른 표현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죽을지도 모른다고 몹시 불안해 하고 있다.

너무나 비대해진 정부는 움직임이 둔하고 게으르기가 절정에 달해 있어오늘
날의 위기를 불러 들였고 기업들도 성장일변도의 개념에 사로잡혀 부실기업
을 스스로 만들었고 가계도 과소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구조조정이란
다른게 아니라 바로 살빼기 운동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공무원을 대폭 줄여
다이어트를 해야 하고 소위 자기 자식이라고 하는 유관기관을 과감히 독립시
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든지 정경유착하여 뜯어먹기만 하려
는 도둑놈 기질도 확 버려야 한다.기업은 과거의 성공한 경험을 과감히 버려
야 한다. 마이너스 성장시대가 오고 있다는 전제하에 거꾸로 짜 맞춰야 살아
남을 수 있다. 매출액 등을 줄여 잡고 여기에 맞추려면 인원을 어떻게 조정
하고 살림을 어떻게 줄여야 할지를 계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살빼기에 있어
다이어트도 중요하지만 살만 뺀다고 체질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므로 운동을
해서 경쟁력도 강화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생존전략도 중요하지만 생존후의 상황도 무시못할 것이다. 살만
빼서 비실비실 살아남는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결국 기업은 죽든지 아니면
튼튼한 몸으로 변신하든지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살을 빼고 운동을 하
여 체질을 강화한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 뒤따른다. 또 하루아침에 되는 것
도 아니다. 그러나 성인병의 합병증으로 죽지 않으려면 그러한 고통을 이겨내
야만 한다. 이겨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할 때다. 이제 우리 앞에
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 일만이 남아 있다.

이용근<경영대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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