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꺼내 먹어요
  • 고경환 · 최지인 기자
  • 승인 2017.09.04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식은 먹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음식의 맛과 향에는 추억이 담기기도 하죠. 이번주 ‘캠퍼스를 거닐며’에서는 ‘나에게 소중한 음식’을 주제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음식의 감칠맛보다 더 진한 추억의 맛을 안겨준 다양한 음식 이야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금 바로 들어보겠습니다!

   
고향이 생각날 때마다

친절한 떡볶이가 심리치료를 해줘요

  정홍우 학생(국어국문학과 1)
 
-추억이 떠오르는 특별한 음식이 있으신가요?
“하나 뽑자면 떡볶이요. 처음으로 먹은 한국 음식이 떡볶이였거든요. 유학을 결심하는데 떡볶이가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죠.”

-떡볶이가요?
“2년 전 중국 광저우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떡볶이를 처음 먹었어요. 이렇게 매콤하고 맛있는 건 처음이었죠. 광저우 음식은 대부분 달거든요. 예전부터 한국문학에 관심 있던 차에 떡볶이를 먹고 한국에 가겠다고 결심했죠.”

-한국에 매운 음식이 많긴 하죠.
“맞아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찌개를 먹으면 ‘헉!’ 하고 눈물이 나오곤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매운 떡볶이로 단련돼서 매운 음식도 잘 먹을 수 있게 입맛이 바뀌었죠.”

-떡볶이를 자주 드시나 봐요.
“한국은 분식집이 엄청 많잖아요. 가게마다 맛이 달라서 좋아요. 광저우에서 처음 떡볶이를 먹어 봐서 그런지 한국 음식인데도 떡볶이를 먹으면 광저우에서의 추억이 떠오르죠. 고향 생각이 날 때면 항상 떡볶이가 먹고 싶어져요.”

-떡볶이를 정말 좋아하시는 게 느껴져요.
“떡볶이는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친절하고 편한 매력이 있어요. 먹고 싶을 때마다 어렵지 않게 사 먹을 수 있고요. 우울하거나 고향 생각에 외로울 때 떡볶이가 심리치료를 해주죠.”
 
 

김치볶음밥에서 부정(不定)할 수 없는

부정(父情)을 느꼈죠.

 
  한태훈 학생(경영학부 1)
 
-‘소중한 음식’하면 어떤 음식이 떠오르시나요?
“중학생 때부터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어요. 어머니가 미국에 가셔서요. 그때 아버지께 해드렸던 김치볶음밥이 떠오르네요.”

-중학생인데 요리를 하셨다고요? 어릴 적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나봐요.
“아버지께서 직장에 다니느라 바쁘셔서 냉동식품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었어요.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대로 김치볶음밥을 한번 만들어 봤죠. 요리에 재능이 있는지 시험해볼 겸 해서요.”

-시험해보니 재능이 있던가요?
“누가 봐도 맛없어 보이는 김치볶음밥이 탄생했어요. 밥이 완전 떡이 돼 있더라고요. 그날 이후 요리에 재능이 없는 걸 깨닫고 더 이상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았죠. 이제는 라면밖에 못 끓여요.(웃음)”

-그런데도 소중한 음식이 된 이유가 궁금하네요.
“퇴근하고 오신 아버지가 제가 만든 김치볶음밥을 맛있게 드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았거든요. 제가 먹어도 엄청 맛없었는데 내색 없이 고맙다는 말씀만 하시고 맛있게 드셨죠.”

-요리를 망친 덕분에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네요.
“맞아요. 부정(不定)할 수 없는 부정(父情)을 느꼈죠. 누구라도 먹기 힘들 그 김치볶음밥을 저를 위해 다 드셨다니…. 맛없는 김치볶음밥이 결국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음식이 됐네요.”
 

 

된장찌개는 

어른이 됐다는 선언이에요

 
  김원재 학생(경영학부 1)
 
-추억이 떠오르는 특별한 음식이 있으신가요?
“하나 뽑자면 된장찌개가 생각나네요. 제가 요즘 요리에 관심이 많거든요. 처음으로 부모님께 해드렸던 음식이 된장찌개였죠.”

-언제 처음으로 해주신건가요?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신 적이 있었어요. 항상 어머니가 밥을 해주셨는데 입원을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집에서 밥을 하게 됐죠.”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어머니께서 지금은 퇴원하셨나요?
“네. 지금은 퇴원하셨어요. 사실 처음에는 아버지께 먼저 된장찌개를 해드렸어요. 드시고 맛있다고 하셔서 어머니가 퇴원하고 오셨을 때 한 번 더 된장찌개를 만들었어요.”

-어머니도 맛있게 드셨나요?
“안 그래도 어머니께서 ‘우리 아들이 다 컸구나!’ 하고 엄청 좋아 하셨어요. 그래서 요리가 더 재밌게 느껴지고 뿌듯했죠.”

-부모님께서 아주 대견하셨나 봐요.
“제가 이번학기부터 자취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된장찌개를 맛있게 만들어서 자립심을 보여주고 싶었죠. 걱정 안 해도 혼자 잘 지낼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서요. 된장찌개는 아들이 이제 어른이 됐다는 선언이에요.”
 


비 오는 날이면 순댓국에 담긴

추억이 한 장의 사진처럼 떠올라요

 
  천주원 학생(사회학과 3)
 
-소중한 추억이 담긴 음식이 있나요?
“순댓국이요. 2년 전 비 오는 날이었어요. 그날 친구와 순댓국을 먹으러 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어떤 점이 기억에 남던가요?
“순댓국은 보통 뚝배기에 끓이잖아요. 순댓국이 뚝배기에서 끓는 소리를 듣고 친구가 빗소리 같다고 했죠. 그 후로 비 오는 날이면 순댓국을 찾게 되더라고요.”

-상상력이 풍부한 친구네요.
“고등학교 때부터 사귄 친구인데 약간 4차원 기질이 있는 친구예요. 그래서 왜 뚝배기 끓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느껴졌는지 물어보지 못했죠.(웃음)”

-비 오는 날이 아니어도 순댓국을 먹나요?
“평소에도 가끔 먹긴 하는데 아무래도 비 오는 날에 많이 찾게 되더라고요. 한 달 전 장마가 시작됐을 때 정말 많이 먹었어요. 비 오는 날이다 보니까 막걸리도 한 잔 곁들이죠.”

-순댓국에 담긴 추억이 많으신가 봐요.
“순댓국은 제게 한 장의 필름 같아요. 비 오는 날 순댓국을 보면 학창시절 친구랑 순댓국을 먹었던 추억이 떠오르거든요. 마치 사진처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