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다 - 중대신문
최종편집 : 2017.9.25 월 15:38
인터뷰앙잘앙잘
오늘 밤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다
김예령 기자  |  kduaud@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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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4  1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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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잘앙잘’은 작은 소리로 원망스럽게 종알종알 군소리를 자꾸 내는 모양을 뜻합니다. 
   
 
이번학기 앙잘앙잘에서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작은 소리를 모아 보려 합니다. 이번주 주제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아이돌은 ‘우상’이라는 어원에 걸맞게 많은 청소년의 꿈으로 꼽힙니다. 아이돌을 꿈꾸는 청소년에게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일확천금(一攫千金)의 기회로 다가오죠. 그러나 그 반짝이는 기회 의 뒤편에는 어떤 어둠이 도사리고 있을까요. 3명의 학생들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일러스트 윤국화님
꽃길만 걷게 해준다더니
‘열정페이’만이 남았다

성과 외모의 상품화
정말 기회일까
 
  경쟁으로부터 얻는 긴장감과 성취감에서 우리는 재미를 느낍니다. ‘실제상황’이나 ‘서바이벌’이란 단어가 주는 두근거림도 있죠.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얻는 즐거움도 큽니다. 이 모든 재미를 담은 콘텐츠가 있습니다. 바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주는 재미가 마냥 편하기만 할까요? 한아름 학생(사회복지학부 2), 이지영 학생(일본어문학전공 3), 정인선 학생(고려대 미디어학부)과 함께 아이돌 서버이벌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사회자: 반갑습니다. 제가 이번 좌담회를 준비하고 오는 길에 워너원(Wanna One)의 ‘에너제틱’이란 노래를 들었어요. 여러분은 들어보셨나요?
아름: ‘프로듀스 101(프듀) 시즌 2’ 우승자들의 노래 아닌가요?
사회자: 맞아요. 여러분은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즐겨 보시나요?
아름: 아이돌이 나오는 프로그램에 딱히 관심 있진 않아요. 그래도 주위에서 워낙 반응이 뜨겁다 보니 대충은 알고 있어요.
지영: 저는 즐겨 봐요. ‘프듀 시즌 1, 2’ 모두 챙겨봤어요.
인선: ‘프듀 시즌 1’ 우승자들로 이뤄진 그룹인 아이오아이를 뒤늦게 좋아하게 돼서 ‘프듀 시즌 1’은 봤어요. 그래도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 많은 연습생은 어디서 왔을까
사회자: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든 보지 않든 다들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고 있네요. 그만큼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란 뜻일 텐데요. 왜 이런 프로그램이 유행하게 됐을까요?
지영: 저는 일본 아이돌 문화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일본 걸그룹 AKB48은 팬들의 투표를 통해 멤버를 정하잖아요. 앨범에 투표용지가 들어있죠.
인선: 맞아요. AKB48의 선거 시스템에서 모티브를 따온 ‘프듀 시즌 1’부터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유행이 시작됐다고 봐요. 삼각형의 무대가 합쳐지면서 그 위로 수많은 연습생이 춤추던 장면이 아직도 잊히지 않네요.
사회자: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달리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만이 갖는 특징이 뭘까요?
인선: 일단 지원자의 연령대가 비교적 낮아요. 그리고 타겟팅이 명확하죠. 아이돌을 좋아하면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요.
아름: 시청자에게 주어지는 선택권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제 친구가 본인을 ‘국민 프로듀서’라 칭하더라고요. 그리고 아이돌에게는 노래나 춤 이외에도 인기를 끌어모을 수 있는 요소가 여러가지 존재해요.
사회자: 어떤 요소가 인기를 끌어모으기에 유리할까요?
지영: 아무래도 외모겠죠. 외모가 주는 시각적 자극이 아이돌의 실력보다 더 크게 다가오니까요.
사회자: 이런 프로그램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아름: 과연 실제상황인지 의문이 들어요. 결국엔 제작자의 편집으로 내용이 구성된다는 점에서 드라마와 다를 게 없잖아요.
지영: 매회 경쟁을 통해 평가받으니까 참가자들이 힘들겠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좋아하는 아이돌을 볼 수 있고 경쟁이 주는 재미 때문에 챙겨 보게 돼요.
인선: 저는 프로그램 제작자가 참가자를 대하는 방식이 맘에 들지 않아요. 어린 연습생을 성적으로 묘사하거나 의도적인 편집으로 참가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수두룩하거든요.
 
  프로그램에 소비되는 어린 연습생들
사회자: 성적 묘사를 문제점으로 들어 주셨어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어떤 성적 묘사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인선: 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소개 영상에 연습생들이 일렬로 누워있는 장면이 나와요. 이 장면은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인 <간신>에서 여자들을 강제로 모아 성적인 훈련을 시키는 모습과 비슷해요. 패러디한 것처럼요. 그리고 연습생에게 교복을 입히는 점도 이해되지 않아요. 교복을 입고 야한 춤을 추게 하잖아요.
아름: 우연히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광고를 본 적이 있어요. 일본식 체육복을 입힌 채 물을 뿌리는 장면을 보고 놀랐죠. 제작자는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말하지만 그 장면을 보는 모든 사람이 알잖아요. 그런데도 제작자는 굳이 신체 일부분을 강조하거나 성적 뉘앙스가 담긴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죠. 참가자를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거예요.
사회자: ‘리얼리티’와 ‘서바이벌’을 바탕으로 벌어지는 프로그램 내 경쟁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영: 팬들은 아무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일상생활을 궁금해 하죠. 시청자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선 경쟁이라는 요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름: 서바이벌 구조에서 경쟁하면서 참가자의 실력이 향상될 수는 있어요. 하지만 과도한 경쟁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2년 전 한 소속사에서 진행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참가자가 최종 멤버로 발탁되지 못해 자살한 사건이 있었어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어린 나이의 친구들을 극단으로 몰고 간 사례죠.
인선: 리얼리티와 서바이벌이 주는 재미는 인정해요. 그렇지만 제작자가 참가자의 재능을 무보수로 가져가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열정페이’라는 말이 딱 맞아요.
사회자: 참가자의 개인사도 경쟁 요소로 소비되고 있어요. 참가자의 속사정에는 공감하는 편이세요?
아름: 참가자의 힘들었던 시절 이야기는 저도 기사로 많이 접했어요. 처음에는 안쓰러웠죠. 그런데 누구나 다 사연은 있잖아요. 그리고 실력보다 사연으로 인기를 얻는다면 오히려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요.
지영: 저도 딱히 그런 이야기에는 공감이 안 돼요. 역경을 이겨내는 성공담이 흔해지면서 ‘감성팔이’라는 말도 나왔잖아요.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해 주목을 얻으려 하죠. 제작자들이 일부러 캐낸다는 느낌이 강해요.
사회자: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참가자에게 긍정적인 기회의 장일까요? 혹은 제작자의 이익창출 수단일 뿐일까요?
인선: 전 당연히 프로그램의 성공이 우선시 된다고 생각해요. 제작자는 광고 수익과 같은 부가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죠. 참가자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컨셉은 프로그램의 포맷일 뿐이지 누군가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전혀 아니라고 봐요.
지영: 동의해요. 그래도 지원자 스스로 그 정도는 알고 출연하지 않나요. 참가자 입장에서는 방송에 얼굴이 한 번이라도 더 나와야 도움이 되잖아요.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설정도 그들에게 도움 된다고 생각해요.
아름: 기회를 줄 거라면 공평해야 해요. 현재는 제작자의 이익추구가 본래의 취지보다 더 우선시 되는 모습이에요.
지영: 그러네요. 소위 말해 ‘팔릴 것 같은 사람’에게 분량이 몰리죠.

  우린 어디까지 평가해야 할까
사회자: ‘얼굴도 실력이다’란 말이 있어요. 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외모가 중요시되는 걸까요?
인선: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가수지만 하나의 장르로 구분하기도 해요. 아이돌 음악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기준이 다들 있잖아요.
아름: 맞아요. 젊음, 아름다움, 퍼포먼스가 대표적으로 떠올라요. 라디오나 MP3로 듣는 장르였던 음악이 무대 영상, 뮤직비디오로 보고 듣는 장르가 됐으니까요. 
지영: ‘아이돌학교’처럼 ‘얼굴이 예쁜’ 참가자를 찾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나왔어요. 아이돌의 외모를 중시하는 사람이 있기에 이런 프로그램이 계속 나오는 거겠죠.
사회자: 시청자는 참가자를 어디까지 평가할 수 있을까요?
인선: 시청자의 반응도 중요하지만 참가자의 노력을 위주로 평가가 이뤄져야 해요. 노래를 잘하거나 못한다고 실력을 평가하는 건 괜찮아요. 하지만 ‘누구는 눈이 못생겼어, 몸매가 별로야’ 같은 외모를 향한 품평은 안 되죠.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인간을 대상화하는 행위잖아요.
지영: 그렇죠. 아이돌에게 잘생긴 외모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필수 요소로 강요해선 안 돼요.
인선: 예쁜 외모가 아이돌 시장에서 유리한 건 맞아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런 메리트가 없다고 비난하거나 평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름: 평가의 방식에도 문제가 있어요. 단순한 평가를 넘어선 악성 댓글이 달리기도 하잖아요.
인선: 맞아요. 시청자가 고쳐야 할 태도죠.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상황 자체가 제작자에 의해 편집되는 거예요. 전부가 아닌 단편적인 장면만 보여줄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참가자의 일부분만 보고 그들을 판단해선 안돼요.
지영: 저도 동의해요. 제작자뿐만 아니라 시청자도 예의를 지켜야 해요. 누군가 방송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되면 다음날 그 사람의 SNS 계정에 수만 개의 댓글이 달려요. 평가를 넘어 인신공격까지 이뤄지죠.
사회자: 이렇게 다양한 문제점이 있는데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여전히 인기가 많아요. 왜 우린 문제를 알면서도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는 걸까요?
인선: ‘PD는 밉지만 내 새끼는 예쁘다’란 말이 있어요. (일동 웃음) 적절한 말이죠. 내가 좋아하는 연습생은 응원해주고 싶지만 프로그램 진행 방식과 문제점은 마음에 안 들어요. 그럼에도 보는 이유는 순전히 연습생의 개인적인 매력 때문이죠.
지영: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거나 예쁜 외모만 주목하는 건 상당히 자극적인 요소죠. 여기서 오는 재미 때문에 계속 보게 된다고 생각해요.
사회자: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인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인선: 언젠가 유행은 끝나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유행이 갖는 문제를 파악하는 거예요. 그리고 해결해야 해요.
사회자: 좋은 지적이네요. 다음에 나오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재미와 더불어 건강한 가치관이 담겨있길 바라면서 이만 좌담회를 마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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