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시대 속 변치않는 악습
  • 김현지 기자
  • 승인 2017.02.26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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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에 대항하기 위해 
군대 문화를 받아들이다

늘어난 대학생
줄어든 지성인


새 신은 불편하다. 새로운 신발을 신으면 내 발에 맞도록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길들이기는 비단 신발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한 집단이 새로운 구성원을 받아들일 때도 길들이기는 어김없이 이뤄진다. 집단에게 길들이기란 새로운 구성원에게 집단문화를 전수하고 그를 집단에 녹이는 과정이다.

  대학 역시 하나의 조직으로서 신입생에 대한 ‘길들이기’를 자행해왔다. 하지만 사람이 신발이 아니듯 사람에 대한 길들이기는 신발의 문제와 같지 않다. 대학 내에서 이뤄지는 길들이기는 어떻게 이어져왔는지를 통해 대학 내 신입생 환영 문화가 가진 문제점을 짚어봤다.
 
  대학으로 들어온 군화
  수많은 환영 문화 중에서도 대학 내 신입생 환영 문화에는 권위주의적인 성격이 더 강하게 드러난다. 지식인 양성소라는 대학의 사회적 특수성 때문이다. 대학이 많지 않았던 1970년대 이전의 시절에 대학생은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으로 사회를 선도할 엘리트 집단으로 여겨졌다.

  엘리트 집단의 특징은 우월성과 내집단에 대한 특권의식이다. 엘리트 집단에 속하기 위해선 집단의 ‘격’에 맞는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인지 대학 내 신입생 환영 문화는 다른 조직의 환영 문화보다 권위주의적인 것이다. 정준영 교수(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는 이를 일종의 텃세 문화라고 비판했다. “선배들의 후배 괴롭히기는 어느 조직에서나 존재했어요. 다만 대학의 경우에는 특권 의식 때문에 더 심했죠.”

  기존부터 존재했던 대학 내 권위주의는 1970년대에 이르러 정점을 찍었다. 나윤경 교수(연세대 문화인류학과)는 대학 내 권위주의가 심화된 원인으로 학생운동을 꼽았다.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대학에서는 독재에 저항하는 학생운동권이 등장했다. 학생운동권은 탄압과 폭력이라는 시대적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그들은 독재정권을 타파하기 위해 최대한 효과적인 전략을 모색해야 했다.

  “역설적이게도 학생운동권은 군사독재를 모방했어요. 저항하는 대상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죠.” 학생운동권은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군대문화를 그들 안으로 끌어들였다. 바로 권위를 통한 효율성이다.
전쟁을 전제로 하는 군대에서 소통은 위계적인 상명하달식 구조로 이뤄진다. 군대에서 효율성이란 전달되는 명령에 군말 없이 복종하는 능력을 말한다. “결국 당시의 학생운동은 신입생 환영 문화를 순종적인 후배를 양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죠.”

  대학 문화는 사회와 같이 간다
  “과거에 비해 신입생 환영 문화에서 권위주의가 더 강해진 건 아니에요. 단지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변했기 때문에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 거죠.” 정준영 교수는 신입생 환영 문화의 문제점은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말한다. 다만 대학생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그 성질만 달리해 왔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당시 김영삼 정부는 사립대학 설립 자유화 정책을 발표했다. 사립대 설립과 운영에 대한 규제를 크게 완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대학생의 수는 급증했고 대학생은 지식인으로서의 희소성을 잃었다. 대학생이 가지고 있던 엘리트 집단이라는 특권의식이 희미해진 것이다.

  사회에서 대학생의 역할과 위상은 갈수록 축소됐다. 대학생을 지식인 선도 집단으로 보는 시선도 사라졌다. 대학생들 스스로도 대학생 집단을 민주화의 주역이 아닌 평범한 소시민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결국 대학생의 정치적 영향력은 이전에 비해 약화됐어요. 신세대의 탈정치화가 이뤄졌죠.”

  대학생들에 대한 인식 전환뿐만 아니라 경제 환경의 변화 역시 대학 문화의 성질을 변화시켰다. 나윤경 교수는 빠른 경제성장이 대학 문화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이후 경제가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생산사회에서 소비사회로의 전환을 맞이했죠. 하지만 대학 문화는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부족했어요.”

  당시 대학생들은 군사독재라는 외부의 적을 상실한 상태였다. 갈 곳을 잃은 대학 문화는 소비 문화에 빠르게 물들었다. 그 결과 소비 문화가 바르게 정착되지 못하고 낭비의 문화로 변질됐다.

  나윤경 교수는 이러한 낭비의 문화가 이성애적 코드와 결합했다고 강조했다. “대학 내 소비가 유흥으로 변모하면서 대학 문화는 섹시한 문화로 변모했어요.” 오늘날의 러브샷과 여장 대회가 대표적이다. 오랜 시간동안 신입생 환영 문화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변화한 채 악습으로 지속돼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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