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7.3.23 목 13:41
기획심층기획
착한사람을 찾습니다
권희정 기자  |  kkhj41@cauon.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09.12  18:55:3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젊음, 가장 빛나는 시기. 여러분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가고 있나요?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진 않나요. 이렇게 젊은 날의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번학기 중대신문 심층기획부는 20대 청춘, 그 젊은 날의 초상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초상은 ‘호구’입니다. 우리는 학교, 친구, 연인 등 주변 곳곳에서 호구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이들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선 ‘호갱’이라고 조롱하기도 합니다. 언제부터 마음씨 좋은 호인이 호구로 취급받게 된 것일까요. 젊은 날의 초상을 통해 그 모순적인 사회를 파헤쳐보시죠.
 

  대학가 호구 조사 결과 
  우리는 모두는 호구였다

  너에게 베풀 친절은 있지만 
  나에게 베풀 친절은 없다
 
  로맨스 드라마엔 비극적인 공식이 존재한다. 나쁜 남자에게 상처받은 여주인공을 위로하는 것은 착한 남자지만 결국 여주인공과 맺어지는 것은 나쁜 남자다. 여주인공에게 헌신적이었던 착한 남자는 그저 뒤로 사라질 뿐이다. 착한 사람이 보답 받지 못하는 것은 비단 드라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가에서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보답이 아닌 상처로 돌아오는 일이 빈번하다. 존중받아야 할 ‘착한 사람’은 사라지고 이용해야 할 ‘호구’만이 남은 것이다. 대학가에서 자취를 감춘 착한 사람을 찾기 위해 지난달 22일부터 23일까지 1일간 20대 1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호구
  실제로도 많은 이들은 이미 ‘착함’을 존중받지 못 하는 가치라 여기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약 65.2%(73명)가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는 말보다 만만하게 본다는 말에 더 공감간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의 한 응답자는 “거절을 못 하는 성격 때문에 또래 친구들에게 이용당한 경험이 있다”며 “주위에서 착하다고 칭찬하면 호구라고 부르는 것 같아 듣기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많은 이들이 착하다는 말을 호구라는 뜻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에서 사라진 호인의 자리엔 호구만이 남아 있었다. 응답자 중 약 83.9%(94명)가 ‘대학사회에서 호구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사람들은 타인을 호구라고 부르면서도 그 자신들 또한 어딘가의 호구가 돼 있기도 했다. 응답자의 약 79.5%(89명)는 ‘자신이 호구가 됐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의 한 응답자는 “개인마다 성격차가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호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호구는 때에 따라 내가 될 수도 남이 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자신보다 더 착한 사람을 이용하는 사회에선 호구를 보는 것도, 호구가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많은 호구를 봤고 자신도 호구가 돼 본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호구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다. 응답자의 약 73.2%(82명)가 ‘호구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단어에 대해 부정적일 뿐 호구라고 불리는 사람을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란 의견도 있었다. 최재동 학생(경영학부 1)은 호구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인식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호구라는 단어 자체가 착한 사람들을 이용해먹기 쉬운 존재로 치부하는 말이잖아요. 그렇게 불리는 사람들은 문제가 없는데 부르는 의도가 불순하니 단어가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거죠.”
 
  나의 호의는 당신의 권리
  우리는 그 많은 호구를 어디서 본 것일까. 가장 많이 거론된 응답은 ‘친구, 선후배, 연애 등 인간관계에서’로 응답률은 약 60.2%(59명)였다. 김석주 학생(안동대 윤리교육과)은 일방적으로 헌신적인 연애를 하 는 친구를 보며 답답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애인한테 돈과 시간을 남김없이 쓰면서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못 받는 친구를 봤어요. 그 관계를 당연하게 생각하더라고요.” 그 뒤를 이은 응답은 ‘팀플·공동과제·공모전에서’로 응답률은 약 58.2%(57명)였다.
 
  갑을 관계에서 을은 언제나 쉽게 호구가 되곤 한다. 그렇기에 항상 을의 처지인 알바생 중엔 호구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응답자의 약 19.4%(19명)는 ‘알바 및 직장에서 호구를 봤다’고 말했다. 차현주 학생(가천대 영미어문학과)은 제멋대로인 사장의 뜻대로 따라주는 친구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월급도 제대로 못 받았고 갑자기 해고당했으면서도 사장이 다시 부르니까 나가는 친구를 봤어요. 타인을 위한 배려가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는 건 아닐까 싶었죠.” 
 
  호구를 본 곳과 자신이 호구가 된 곳은 거의 일치했다. 응답자 중 약 58.2%(53명)는 ‘언제 자신이 호구라고 느껴졌느냐’는 질문에 ‘친구, 선후배, 연애 등 인간관계에서’라고 답했다. 그 뒤를 이은 응답은 ‘팀플·공동과제·공모전에서’로 응답률은  약 49.5%(45명)였다. 박지혜 학생(익명·국어국문학과)은 교양수업을 듣다 호구가 돼 본 경험이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팀원이 많은 팀플에서 조장이 됐어요. 그 팀플에서 가장 힘든 역할이었던 PPT 제작을 제가 맡았는데도 자료조사조차 제대로 안 해줘서 제가 전부 다시 했죠.” 조원들은 죄송하다고 말만 할 뿐 실질적으로 도와준 것은 없었다.
 
  응답자 중 약 20.9%(19명)는 ‘알바 및 직장에서 호구가 됐다’고 답했다. 이희재 학생(익명·단국대)은 알바에서 자신이 노예처럼 부려졌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려고 하는데 하필이면 그때 사장님께서 바쁘다며 얼른 오라고 연락을 하셨어요. 학교라서 도착하기 까지 한 시간쯤 걸린다고 말씀드렸는데도 오라고 하셔서 갔더니 ‘이제 와서 뭐하냐’며 오히려 저를 나무라더라고요.” 초과근무는 물론 대타, 갑작스러운 부름까지도 그의 사장은 당연한 것처럼 여겼다. 
 
  권력을 쥐고 있을 것이라 쉽게 여겨지는 것과 달리 ‘팀장, 과대표, 학생대표자 등 리더의 역할을 맡았을 때 호구가 됐다’는 응답이 약 13.2%(12명)를 차지했다. 정희준 학생(익명)은 과대표였을 때 호구가 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과 주점을 할 때 분담된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제가 맡은 일이 아니었음에도 욕을 먹거나 뒤처리를 하는 건 제 몫이었죠.”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리더는 호구가 되기 쉬운 위치였다.

  나 때문이라서 더 아파
  본인이 호구였을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사람들이 느낀 감정은 처참했다. 설문조사의 한 응답자는 “나중에 ‘그때 난 호구였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화가 난다”며 “그래서 나를 호구로 만든 사람들과 인연을 끊는다”고 답했다. 오지원 학생(홍익대 신소재공학전공)은 억울함을 넘어서 회의감까지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도움받을 때만 친한 척하다가 필요한 게 없으면 싹 돌아서는 사람들을 보면 회의감이 들어요. 내가 얘네를 도와줘서 얻는 게 뭔가 싶죠.”
 
  호구가 됐을 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과 달리 과반수의 응답자는 호구가 된 원인을 자신에게 돌렸다. ‘호구가 되는 원인은 본인의 성격이다’라는 응답이 약 65.2%(73명)였다. “원래 싫은 소리도 잘 못 하고 거절도 잘 못 해요. 매번 알겠다고만 하니까 나중에는 다른 사람이 하기 싫어하는 것도 당연하게 저한테 부탁하더라고요.” 이희재 학생은 거절 못 하는 본인의 성격을 호구가 되는 요인으로 꼽았다. 
 
  약 20.5%(23명)의 응답자는 ‘주변에서 호구로 몰아가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주변 사람이 호구로 몰아가는 양상은 대게 두 가지로 나타났다. 첫 번째는 착한 사람에게 더 무례하게 대하는 것이다. 박지혜 학생은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를 지적했다. “다른 사람들을 호구로 대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타인을 그렇게 대한다는 걸 인식하지 못해요.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냥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두 번째는 착한 사람 또는 호구란 낙인에 있었다. 김석주 학생은 자신을 착하다고 생각하는 주변의 인식이 본인을 호구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이 ‘너 착하다, 호구다’ 이렇게 말하니까 거절하기가 더 무서워요. 거절하면 ‘쟤 갑자기 왜 저래’라고 생각 하면서 실망할 것 같기도 하고요.” 착한 사람이란 말은 칭찬을 넘어서 자신을 가두는 낙인이 됐다
< 저작권자 © 중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권희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동작구 흑석로 84 중앙대학교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B205호 중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881-7358~9 | 팩스 : 02-817-9347
인터넷총괄책임 : 편집부국장 | 게시판총괄책임 : 편집부국장 | 청소년보호책임자 : 편집부국장
Copyright 2017 중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ditor@cau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