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이 푸른빛을 잃어버린 이유
  • 김희정 기자
  • 승인 2016.09.04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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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도 모른 채 마주한 마사토
대학본부 “법적·관리문제 때문”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에 마련된 운동장은 310관 건립 계획 당시 공개한 조감도와는 달리 마사토로 조성됐습니다. 이에 잔디운동장을 기대했던 많은 학생이 실망했죠. 이번 중앙리서치에서는 운동장에 잔디가 아닌 마사토가 깔리게 된 경위에 대해 파헤쳐봤습니다.

  운동장에 조성하는 잔디는 크게 인조잔디와 천연잔디로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학교운동장에 잔디를 조성할 경우 인조잔디를 많이 사용하는데요. 인조잔디가 천연잔디보다 관리가 쉽기 때문입니다. 인조잔디는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이죠. 올해 3월 기준 서울 시내 잔디운동장을 조성하고 있는 231개교 중 219개교가 인조잔디운동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310관 부지 운동장에는 인조잔디가 법적 문제인 ‘생태면적률’로 인해 깔리지 않았습니다. 생태면적률은 개발하려는 토지의 전체면적 중 자연 순환 기능을 가진 땅의 비율을 뜻하는데요. 310관이 건축되면서 서울캠은 캠퍼스 내 생태면적률 34% 이상을 확보해야 했죠. 환경부에서 제시한 생태면적률 산정방식에 따르면 마사토로 구성된 운동장은 전체면적의 30%가 생태면적지로 인정되는 반면 인조잔디는 아예 생태면적지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천연잔디가 깔리지 않은 이유는 관리상의 어려움 때문입니다. 천연잔디는 일반적으로 양잔디와 한국잔디로 나뉘는데요. 양잔디의 경우 사시사철 푸른색을 띠기 때문에 서울광장, 월드컵경기장 등에서 사용되곤 합니다. 하지만 연간 50여 회 잔디를 깎아야 하고 적절한 시기에 수시로 물을 줘야 하는 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죠. 한국잔디협회 관계자는 “양잔디는 전문관리인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관리가 쉽지 않고 지속력이 약해 학교운동장에 적합하지 않다”며 “학교운동장에는 생명력이 강한 한국잔디를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잔디는 양잔디와 달리 겨울에 변색이 되지만 양잔디보다 생명력이 강한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잔디도 관리가 쉬운 것은 아닌데요. 실제로 한국잔디로 이뤄진 영신관 앞 중앙광장은 잔디 보호를 이유로 학생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시설팀 이병림 팀장은 “중앙광장의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학생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훼손 정도가 심해 보식공사를 해야 했다”며 “만약 천연잔디 위에서 격렬한 운동을 하게 된다면 잔디보호를 위해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대학본부는 잔디운동장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마사토운동장을 접했죠. 많은 학생이 공사가 거의 끝나고 나서야 잔디운동장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법적 문제인 인조잔디와는 달리 천연잔디 조성을 포기할 때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대학본부의 비밀행정이 학생들의 실망을 증폭시킨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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