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미래를 카메라에 담다
  • 박현준 기자
  • 승인 2016.04.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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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 MCN 사업부 3년 차 PD 김승섭 동문(영화학과 04학번)

 

일러스트 임지원 기자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누군가에게 기회를 줄 기회를 얻는 일이다. CJ E&M 김승섭 동문(영화학과 04학번)은 새롭게 부상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 사업에 누구보다 먼저 뛰어들어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영상 제작을 좋아하던 소년이 새로운 콘텐츠의 선두주자가 되기까지 겪어온 그의 경험, 그리고 PD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어른이 된다는 느낌
  고등학교 시절 스케이트보드를 즐겨 타던 그는 갖은 노력 끝에 성공한 기술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용돈을 모아 장만한 디지털카메라에 매일같이 스케이트보드 영상을 남겼다. 직접 편집한 영상을 보며 동네 형들과 킬킬대는 게 즐거웠다고 한다. “그땐 디지털 콘텐츠에 관한 개념은 없었지만 그런 쪽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만든 영상을 남에게 보여주는 게 즐거웠어요. 결국 영화학과에 진학하는 계기가 됐죠.”

  04학번으로 입학한 그가 졸업장을 받기까지는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틈틈이 휴학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고 싶던 그에게 매일 똑같은 학교생활은 지루하기만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겹치면서 일년 반마다 휴학계를 냈어요. 두 번째 휴학 때는 편도 티켓만 들고 빈손으로 호주행 비행기를 탔죠.”

  그의 나이 24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호주에 도착한 그는 닭 공장에서 하루 열 시간 넘게 일을 했다. 처음 호주에 도착했을 때는 인종차별로 길거리에서 달걀을 맞기도 하고 여러 회사에서 퇴짜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수모를 견디면서 그는 점차 자신의 자리를 찾았고 나름 많은 돈을 벌어 차도 사고 집도 구했다. “24살이 견디기엔 힘든 생활이었어요. 차별을 당하며 뭐든 혼자 감당해야 했지만 그런 고통을 즐기면서 이 사회에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른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호주에서 자수성가의 맛을 보고 돌아온 그는 영상 제작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생활을 했다. 영상 제작이 좋기도 했지만 사실 할 줄 아는 일이 그것뿐이었다. "결혼 비디오, 학원 동영상강의, 업체 홍보영상, 저예산 뮤직비디오 촬영 같이 들어오는 일이라면 뭐든 다 했어요.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요. 스펙 쌓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죠.”

 
  자유를 내려놓고 사원증을 걸다
  그는 학교에 돌아와 꽤 좋은 학점을 유지했지만 취업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자유롭게 영상을 만들며 작은 스튜디오를 운영하겠다는 목표가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20대가 저물어가고 있을 때 그는 갑작스레 취업을 결심했다. “어머니에게 우울증이 온 줄 몰랐어요. 무관심했던 거죠. 그때 ‘내가 정말 이기적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때는 제가 어머니의 자랑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제 얘기를 못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취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취업을 결심한 그가 할 줄 아는 일은 대학생활 내내 했던 영상 제작이 전부였다. 취업 경쟁에 뛰어들만한 스펙도 거의 없었다. 영상 제작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은 ‘PD’였고 토익 시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그가 지원할 수 있는 방송사는 ‘CJ E&M’뿐이었다. 그렇게 그는 CJ E&M의 PD가 되기 위해 언론고시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언론고시 준비생들의 카페인 ‘아랑’에 들어가 정보를 얻고 스터디를 구했다. 스터디를 하면서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작문이었다. “스터디를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하게 돼요. 제가 준비를 안 하면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니까요. 또 작문 실력을 비교하면서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고 자극을 받을 수 있죠.”

  또한 그는 중앙도서관 정기간행물실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이 큰 기회였다고 말한다. “정기간행물실은 다른 곳보다 개인 시간이 많아요. 주제나 논조와 관계없이 재미있어 보이는 잡지를 매일 읽었죠. 언론고시 준비에 큰 도움이 됐어요.”

  그는 PD 채용 과정에서 다른 과정보다 ‘오디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부서의 채용 과정과 차별된 특별한 시험이기 때문이다. PD 오디션에는 귀신분장을 하고 오는 사람, 캐리어에 와인을 한가득 담아 오는 사람 등 다양한 준비를 한 별별 사람이 모여든다고 한다. “뭘 하든 상관없어요. 하지만 오디션에서 보여 주는 것을 통해 PD가 될 자질이 있다는 걸 설득해야 하죠. 저는 아이패드를 들고 가서 제 20대의 경험을 쭉 이야기했어요.”

  이리저리 부딪혀 온 그의 20대 시절 이야기가 면접관을 설득하기 충분했던 걸까. ‘이번에 안 되면 모든 걸 정리하고 PD 준비에만 매달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그에게 CJ E&M으로부터 합격 통지가 날아들었다. 그렇게 그는 어떤 방송사보다도 가고 싶던 CJ E&M PD의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먼저 만난 콘텐츠의 미래
  영상을 만들며 살기 위해 방송국에 들어섰지만 조연출 생활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그에게 주어진 주요 업무는 도시락 나르기였고 영상을 만져볼 수 있는 건 선배 PD들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예고편이나 하이라이트를 만드는 잠시뿐이었다. “처음 입사해 9일 동안 퇴근하지 못했고 그나마도 4시간 만에 다시 출근해야 했어요. 밤을 새우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잠은 자료실에서 쪽잠을 자야 했죠. 잠시 눈을 붙이기 위해 자료실에 들어서면 한구석에서 여자 동기가 울고 있기 일쑤였어요.”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회사생활을 하면서 나의 길이 맞는지 고민하던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MCN 사업부의 선배가 함께 일해 볼 생각이 있냐며 부서 이동을 제안한 것이다. 안 그래도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던 그는 흔쾌히 수락해 곧바로 MCN 사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MCN 사업은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에서 유명세를 치르며 콘텐츠로서 인정받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발굴, 지원하는 일이다. MCN 사업은 최근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뛰어들 정도로 한창 성장하고 있는 분야라고 한다. “크리에이터들이 혼자서 극복하기 힘든 부분을 도와줘요. 해외 진출을 위해 자막을 제작해주기도 하고 크리에이터에게 적합한 새로운 콘텐츠를 제안하기도 하죠.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줄 기회가 많다는 게 MCN 사업의 장점이에요.”

  3년 차 PD는 사실 PD가 아니라 조연출이다. 조연출은 자신의 프로그램을 맡지 못하고 PD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지금 그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자유롭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TV 프로그램에 비하면 훨씬 적은 제작비지만 제가 만들고 싶은 영상을 만드는데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어요. 3년 차 PD에게 주어지기 힘든 기회죠. 제가 맡은 프로그램에 관한 결정에 큰 제약이 없어요.”

  그는 큰 프로젝트를 맡아 많은 부담을 느끼지만 그 어느 때보다 일이 즐겁다고 한다. “일이 많아서 힘들지만 더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는데 월급을 주잖아요.(웃음) 어떤 대기업에서도 3년 차 사원에게 이렇게 프로젝트를 맡기지 않을 거예요.”

  선도적으로 채널에서 나와 MCN 사업에 뛰어든 그는 콘텐츠의 미래가 자신의 분야에 있다고 생각한다. “남보다 먼저 유망한 분야에 뛰어들었잖아요. 분명 미래는 이 분야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먼저 많이 경험을 쌓아서 다른 사람들이 이 분야에 몰려와도 제 자리를 지키고 싶어요.”

 
  진정한 경험을 하기를
  꿈이 많은 청년이었던 그는 PD가 되어 꿈 하나를 이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다른 꿈을 잠시 접어 두어야 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후배들에게 직장에 들어가기 전 많은 경험을 해보길 추천했다. “스펙을 위한 경험이 아니라 진짜 경험을 하세요. 진정한 경험을 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죠. 자기가 한 일들을 나열해 놓고 그 안에 공통으로 보이는 것들을 찾으면 그게 자신의 길이 되고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돼요.”

  특별히 PD를 지망하는 중앙대 후배들에게도 재치 있게 희망의 말을 전했다. “CJ E&M PD 중에는 중앙대 출신이 참 많아요. 적어도 PD가 되는데 중앙대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PD가 되는데 전공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참고로 중앙대 출신 동료 PD 중에는 인문학 전공자가 가장 많죠. 그러니까 안 되면 당신이 못해서 안 된 겁니다!(웃음)”

[Q&A]
Q1. 이지민 학생 (영어영문학과 1)
영어영문학과를 전공하는데 취업에 한계를 느끼고 있어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나 연극영화학과에 비하면 관련된 지식의 폭이 얕은 데 PD가 되기 위해서 하면 좋을 활동이 있을까요?
A. CJ E&M 공채 PD 중에는 해마다 중앙대 출신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아는 한에서 신문방송학과 출신은 한 명도 없어요. 인문대 출신이 제일 많아요. 대학에서 전공했다고 해서 과연 그 분야를 전문적으로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회사에서도 전공이나 스펙을 보고 전문성을 판단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Q2. 이지민 학생 (영어영문학과 1)
MCN 사업이 굉장히 커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선배님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A. 아직 성공을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봐요. 성공으로 이어지든 아니든 저는 여기서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이 경험을 토대로 채널로 돌아갈 수도 있고 디지털과 관련된 새로운 일을 맡을 수도 있겠죠. 남보다 앞서 새로운 사업에 진출했다는 건 장점이 많은 것 같아요.
 
Q3. 이현지 학생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2)
세계적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무엇이 중요한가요?
A. 콘텐츠는 언어를 극복하기가 힘들어요. 한국어는 한국에서만 쓰이기 때문에 한국의 콘텐츠로 세계 진출을 하기가 쉽지 않죠. 현재는 주로 뷰티나 댄스 같이 언어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콘텐츠 위주로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어요. 또 크리에이터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자막제작, 해외 진출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 제안 등을 하고 있죠.
 
Q4. 조나현 학생 (신문방송학부 4)
CJ E&M에서 관리하는 대표적인 크리에이터가 있을까요?
A. 현재 오백 명이 넘는 크리에이터가있어요. 그중 중앙대 출신 뷰티 크리에이터 ‘씬님’을 들 수 있겠네요. 씬님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하고 채널을 만들었죠. 씬님 혼자서는 일주일에 한두 편밖에 만들지 못하지만 제작진과 함께하면 새로운 콘텐츠로 수익을 낼 수 있어요. 이렇게 윈-윈이 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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