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법은 도덕과 다르다고 합니다. 법은 강제성을 띄기 때문이고 어길 시 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법을 만드는 일은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 합니다. 학생 자치의 영역도 마찬가지죠. 학생들에겐 자유가 주어지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난 제58대 총학생회(총학) 선거에서 그 근거인 ‘서울캠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이 허술함이 드러났습니다. 이번 ‘제58대 서울캠 총학생회 재선거(재선거)’에서는 선거시행세칙의 개정이 절실했죠. 이제부터라도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선거시행세칙을 개정하려면 ‘서울캠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개최해야 합니다. 하지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를 룰 미팅으로 대처하기로 했죠. 지난 14일 재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과 중선관위가 진행한 룰 미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습니다.

  룰 미팅은 하룻밤을 꼴딱 새며 진행됐고 8시간이 넘도록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총학 선거에서 드러난 문제를 보완한 규정은 여전히 부족해 보였습니다. 경선이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도 지난 총학 선거처럼 투표가 단선으로 치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죠. 하지만 이번 룰 미팅 자료에도 지난해 문제시됐던 단선 상황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미시적인 개선은 이뤄졌지만 불과 4개월 전 치뤄진 총학 선거에서 발생한 가장 큰 문제에 관한 조항은 명시되지 않은 것입니다.

  전자투표에서 발생하는 기권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룰 미팅에서 규정하지 않았죠. 기권표와 무효표는 구분해 해석해야 합니다. 무효표가 종종 투표자의 실수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기권표는 찬반 표와 동등하게 투표자의 의지가 명백히 반영된  의사 표현의 수단이죠.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선거의 성립과 후보자의 당락이 좌지우지되기도 합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내용의 조항도 있었습니다. SNS를 통한 선거운동을 원천봉쇄한 조항이죠. 지난해 허용했던 공식적인 매체(총학생회 페이스북, 중대신문 페이스북 등)를 통한 게시물의 게재도 금지됐습니다. SNS에서 일어나는 불법 선거운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해서 애초에 SNS상의 모든 행위를 차단해 버린 거죠. 후보자들의 카카오톡 프로필사진, 선거와 관련된 내용의 게시물에 대한 감정표현마저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 입장에서도 선거운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미리 관리·감독하기 위해선 게시물을 사전에 검토하는 것이 용이하겠죠. 하지만 오늘날 SNS는 일상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으로서 선거 운동의 중요한 매체이자 학내 여론을 듣고 소통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입니다. 이를 원천봉쇄하므로 인해 더 큰 가치를 놓치는 셈이죠.

  하룻밤에 만들어진 법은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초래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포괄하는 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제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은 각 선본과 중선관위의 도덕성과 책임의식에 맡겨졌습니다. 이번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길 바라며 기자도 이번 선거의 감시자의 역할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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