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이는 파도의 물결을 담은 바다에서 우린 줄곧 생각의 마중물을 퍼 올리곤 한다. 깊은 바닷속에는 전 세계 강물을 다 합친 것보다 30배나 큰 해류가 흐르고 있다고 한다. 바다의 심층은 아주 느리고 관측하기 힘들지만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반면에 표층은 심층 위에서 춤춘다. 우리가 줄곧 목격하게 되는 모습은 표층의 흐름이다.

  여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여러 대학의 총학생회(총학) 선거에서는 여론의 표층이 심하게 요동쳤다. 부정 선거 논란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와 선거시행세칙(세칙)의 문제점 노출, 그리고 선거 무산까지. 이번에도 외부 언론에서는 학생 자치의 위기라는 낡은 확성기를 틀었다.

  정치적 무관심은 기성 정치에서뿐만 아니라 학생 자치에서도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부정 선거는 차치하고 애초에 선거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게 오늘날 학생 자치가 처한 현실이다. 대학생들은 광장을 떠난 지 오래다.

  지난해 서울캠 총학 선거에서는 ‘親대학본부vs운동권’이라는 구시대적 프레임이 아직도 존재했다. 그리고 이런 프레임 속에서 매섭게 일렁이는 여론의 겉모습을 곧 학내 여론이라 착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상호간의 맹목적인 비난이 곧 중앙대 학생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갈등 속에서 총학 선거는 이전투구의 정치현장을 방불케 했다. 선관위의 미숙한 진행, 낡은 세칙까지 이를 부추겼다. 각 선거운동본부는 네거티브 공세로 일관했다. 경선이던 선거는 단선으로 치러졌고 결국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했다. 연장투표 끝에 과반의 투표율은 획득했지만 이번엔 득표율이 절반을 넘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연출됐다. 게다가 세칙에는 해당 경우에 관한 조항이 없었다.

  오는 3월 28,29일 양일간 총학 재선거 투표가 진행된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돼왔던 총학의 대표자 선출을 위한 선거가 진행되는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후보자들이 바라봐야 하는 것은 높게 솟구쳐 치닫는 파도도 낮게 쓸려가는 물결도 아니다. 심해 속에서 흐르고 있는 조용한 흐름이다. 학생들이 정녕 마음 속 깊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학생들이 광장을 떠난 이유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입학하면서부터 시작된다는 치열한 경쟁에 지친 학생들이 실제로 무엇을 원하고 있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탄생한 정책과 공약들 없이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총학이 제시했던 공약의 우려먹기로는 결코 학생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지 못한다.

  바다의 표층이 가볍고 따뜻할수록 심층은 무겁고 차갑다. 지금의 학생 여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학생들에게 대표자가 필요한 시기일지 모른다. 3월 총학 재선거. 학생들의 차갑고 무거운 마음을 달래줄 제58대 서울캠 총학생회장의 선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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