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일까? 이토록 갸륵하고 아리따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은….’ 106관(제2의학관) 앞 인도 난간에 붙어있는 수많은 현수막 사이에서 늘 내게 이런 혼잣말을 되뇌게 하는 현수막 하나가 있다. 매년 신입생 대상으로 동아리 회원을 모집하는 현란한 구호들 사이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네가 잘 되면 좋겠어’라는 현수막이다.

  욕심 없이 깨끗하고 야무진 이 글귀가 신선한 감동으로 내게 다가왔다. 마치 광화문 광장 빌딩에 걸린 시구를 보며 전율했던 것과 흡사하게 내 마음이 흥건히 젖어드는 듯한 감동 말이다. 언제부터 이런 현수막이 자리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내 눈에 들어와 가슴에 꽂힌 지는 정확하게 2년이 되었다.

  얼마나 기특하고 갸륵한 청년들인가! 어딜 가나 치열한 경쟁 구도, 너보다 내가 잘 되고 너를 넘어서야 내가 설 수 있는 그런 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세상에서 말이다. 그들보다 더 오래 살고 더 많은 것을 경험했을 중장년들조차도 ‘너보다는 내가’라며 아귀다툼하는 세상 아니던가! ‘너보다 내가 잘되기 위해’, ‘너희 조직보다 내 조직이 더 잘되기 위해’ 때론 정당하지 못한 경쟁, 음모와 협잡과 거짓까지 동원하기를 마다치 않는 기성세대! 그러기에 청년들이 내건 이 작은 현수막이 주는 감동은 꽤나 신선했다. 바로 이들이 소프트파워 시대를 주도할 리더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감 같은 것이 몰려왔다.

  나의 처지가 아니라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이 갸륵한 감정이입적 사고는 소프트파워 시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이 아닐까 싶다. 타인의 시각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 즉 타인의 관점과 느낌을 이해하려는 감정이입 재능을 가진 사람은 감성을 중시하는 소프트파워 시대에 분명한 차별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젠 시대적 삶의 방식이나 유행이 만들어내는 외형, 하드웨어로는 차별성을 갖기가 어렵게 되었다. 개개인의 마음 바탕에서 빚어지는 심성의 매력, 자기 색깔의 이야기가 뚜렷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따뜻한 심성의 매력! 그 현수막에는 바로 그것이 녹아 있었다.

  ‘네가 잘 되면 좋겠어’ 약관의 나이에 이렇듯이 이타적이고 성숙한 생각을 하는 매력적인 그들이 우리 학생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왠지 이들이 이끌어 가는 우리 사회의 미래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덜 황폐하고 훨씬 더 따사로울 것만 같아 안도하게 된다. 어린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들이야말로 스승 같은 제자, 선배 같은 후배, 청출어람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이타적 감성 얘기가 강의실, 동아리, 도서관…. 캠퍼스 곳곳에서 쌓여간다면 우리 중앙인들이 사회 속에서 쓰는 역사의 페이지는 날로 찬란해지고 중앙의 미래는 활기차게 진보할 것이다.

  이제 3월이 시작되면 또다시 캠퍼스는 푸른 희망으로 가득 차고 생기가 넘칠 것이다. 여기저기서 춤추는 갖가지 현수막들 사이에서 올해도 나는 당차고 야무진 글귀를 만날 수 있을까? 설렘 속에서 다시 3월을 맞는다.
 
조갑출 교수
간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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