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제이너스 엔터테인먼트
‘이 상의 무게감 잊지 않겠습니다.’ 스무 살을 하루 앞둔 지난해 마지막 밤 배우 여진구(공연영상창작학부 16학번)는 ‘2015 KBS 연기대상’에서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또래 중 단연 돋보이는 연기를 보여주는 그의 수상 소식이 그리 놀랍진 않았다.
 아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시작으로 남자 아역상을 휩쓴 그는 그다음 해 청룡영화제와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신인상 등을 연달아 거머쥐었다. 수시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일찌감치 서두른 덕분일까. 발 딛는 곳마다 신인상을 휩쓰는 그를 눈앞에 마주할 수 있었다. 수상 소감을 말하던 특유의 낮은 음성은 그대로였지만 직접 만나 본 그는 친근하고 순수한 신입생이었다.

 

  

캠퍼스 로망을 꿈꾸는 평범한 스무 살 
자신을 지워 감동을 전하는 프로 배우

 

  -개강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학교생활에 욕심이 많아요. 연기 수업 외에 철학과 수업도 들어보고 싶고요. 철학을 꼭 배워보라고 많이들 추천해주시더라고요.” 

  -면접장에서는 어떤 연기를 선보였나.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극 중 신하균 선배님께서 거짓말 탐지기를 온몸에 붙이고 수사받는 과정을 연기했어요.”

  -왜 그 장면을 연기했나.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에요. 극 중 심리상태와 대사가 독특해서 면접관분들의 뇌리에 박힐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학업 대신 연기 활동을 택하는 경우도 많은데, 대학 진학을 결심한 이유는.
  “연기자 선배님들께서도 어릴 때부터 현장 경험을 쌓았으니 연기에만 전념해도 괜찮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저도 많이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연기에 계속 아쉬움이 느껴지더라고요. 현장 경험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이론적인 부분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에 와서 체계적인 수업을 받고 싶었죠.”

  -결국 연기를 더 잘하고 싶어서였나.
  “그렇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지만 체계적으로 공부하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중앙대 출신 배우 중 롤모델이 있다면.
  “워낙 훌륭한 선배님들이 많으시지만 전부터 하정우 선배님을 롤모델로 꼽아왔어요. 하정우 선배님의 후배가 됐다는 게 정말 기뻐요.”

“연애요? 어휴,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스무 살 한 번뿐인데 달콤한 연애도 해보고 싶죠. 회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웃음)” 침착하게 답변을 이어가던 그는 연애와 이상형 얘기가 나오자 환하게 웃음 지었다. 어느새 수줍게 들뜬 그는 봄날의 연애를 꿈꾸는 영락없는 스무 살이었다.

  -캠퍼스 커플을 하고 싶다는 풋풋한 소감도 화제였다. 정말 가능할까.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오히려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한 것은 아니고요. 제 마음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웃음)”

  -학기 초 미팅이나 소개팅 기회도 많다.
  “아, 진짜요? 불러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대화를 나눠보고 좋은 감정이 든다면 만나보고 싶어요.”

  -이상형이 어떻게 되나.
  “딱히 뭐, 별다른 건 없어요. 애교 많고 웃는 모습이 예쁘면 좋겠어요. 편식도 심하지 않고요.”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이라.
  “많은 분이 이렇게 얘기하면 예쁜 분이 이상형이라고 솔직히 말하라고들 하세요.(웃음) 하지만 얼굴이 예쁜 것과 웃는 모습이 예쁜 것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외국 배우 레이첼 맥아담스처럼 환한 웃음을 좋아해요.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웃음이요.”

  -앞으로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여배우는 누구인가.
  “선배님 중에 고르자면 고아라 선배님. 아직 만나 뵌 적은 없지만요.”

“많은 분들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개인적으로는 제 연기를 보면서 한 번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 나왔으면 해요. 많은 분들께 ‘이 작품은 제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꼭 봐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풋풋한 그였지만 연기 얘기가 나오자 누구보다 진지한 열정이 느껴졌다.

  -연기 욕심이 남다른 것 같은데.
  “다른 배우분들도 모두 같은 마음일 것 같아요. 어려운 캐릭터를 만날수록 배우로서 욕심이 생기죠. 게임을 하면서도 나보다 잘하는 상대에게 도전해야 실력이 늘잖아요. 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지난 2005년 아홉 살의 나이에 영화 <새드 무비>로 데뷔했다.
  “그땐 워낙 어려서 앞으로 배우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었어요. 한 번쯤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돼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정도였죠. 그러다 운이 좋게도 <새드 무비>를 찍었고 연달아 다음 작품을 하며 자연스럽게 연기를 계속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연기에 좀 더 진지하게 임하게 된 것 같아요.”

  -왜 연기를 계속하게 된 건가.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요.(웃음) 농담이고요. 좋아하니까 계속하고 있는 거겠죠. 무엇보다 제 성격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는 한 가지 일을 오래 잡고 있지 못하는 편이에요. 빠질 때는 확 빠졌다가 대신 질리는 순간 쳐다보지도 않죠. 그런데 연기는 전혀 질리지 않더라고요.”

  -연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변화무쌍한 매력?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재밌고 새로워요. 그러다 보니 더욱 파고들게 되고요. 어렵다고 포기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다면.

▲ 김영광 역을 맡은 영화 <서부전선> 중.

  “모든 작품이 다 기억에 남지만 제 자신에게 새로운 자극을 준 역할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예를 들어 최근 <서부전선>을 촬영하며 전혀 다른 말투를 연습해야 했어요. 처음으로 북한 사투리를 배웠죠. 죽는 연기도 처음이었고요.(웃음) <화이>는 만났던 캐릭터 중 가장 깊고 복잡한 감정을 가진 역할이었어요. 이전과 달리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죠.”

  -지난 2013년 <화이>로 청룡영화제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화이를 연기할 수 있던 건 큰 행운이에요. 사실 처음에는 화이가 가진 복합적인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어요. 어두운 캐릭터인 건 알았지만 조금 단순하게 접근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나리오를 여러 번 읽으며 감독님과 대화를 나눌수록 굉장히 깊은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겉모습에 속았구나’ 싶었어요.”

  -그래도 결국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어려운 역할이었지만 오히려 더 흥미가 생겼어요. 감정이 나무뿌리처럼 여기저기 뻗어있어서 아래로 파고들수록 많이 고민해야 했죠.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극 중 역할에 빠져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혼자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비록 겉모습은 바뀔 수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되는 거죠. 깜깜한 곳에 저와 캐릭터 둘만 있다 생각하고 ‘이 캐릭터는 어떻게 행동할까’ 성격, 표정, 눈빛 등을 떠올려요. 이렇게 상상하다 보면 현장에서도 몰입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 그는 영화 <화이>에서 선악을 오가는 화이 역을 맡아 열연했다.

  -자신의 모습을 아예 지우는 건가.
  “맞아요. 실제 연기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연기하면서 제 평소 모습이 나오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

  -사극 연기도 많은 호평을 받았다. 사극 전문배우를 해도 될 것 같은데.
  “그 정도로 칭찬해주시니 앞으로 사극만 해야겠어요.(웃음) 사실 사극 연기는 어려워요. 보는 분들이 어색하게 느끼지 않도록 특히 목소리 톤을 연습해서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낮은 음성도 한몫한 것 같다.
  “감사해요. 그나마 사극에 어울리는 목소리인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아역 배우부터 차근차근 인정받고 있다. 배우로서 힘이 되는 말이 있나.
  “가장 좋은 말은 칭찬이죠. 많은 분이 못했다는 말보다는 칭찬을 주로 해주시는 것 같아요. 순간순간 응원의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잘하고 있구나’ 많은 힘이 돼요. 현장에서 만족스럽게 연기했더라도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진 모르는 일이잖아요.”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아직 못 해본 역할이 너무 많아서요. 몇 가지를 꼽자면 최근 <베테랑>에서 유아인 선배님이 연기하신 매력적인 악역도 재밌을 것 같고 정반대로 황정민 선배님이 맡으신 정의의 사도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최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한 <레버넌트> 같은 작품이 한국에서도 나온다면 그런 색다른 연출의 작품에도 참여하고 싶어요.”

평소에 많이 고민하지 못 했다며 겸손하게 말문을 열었지만 배우로서 미래를 그리는 그의 눈은 이미 반짝이고 있었다. 하고픈 것도 많고 꿈도 많은 그의 앞날이 더욱 기대됐다. “귀여운 것과 거리가 먼데. 큰일 났네.” 인터뷰가 이어지며 새내기 생활에 걱정을 내비치는 그는 다시 순수한 스무 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스케줄 없는 날엔 보통 무얼 하나.
  “주로 먹으러 다니죠.(웃음) 맛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그냥 음식 자체를 좋아해요. 그래서 매 작품 들어갈 때마다 다이어트를 하죠. 잘하진 않지만 요리에도 관심이 많고요.”

  -자신 있는 음식이 있다면.
  “고기 잘 구워요. 그건 요리가 아닌가.(웃음) 파스타, 라면 같은 간단한 면 요리도 해 먹고요. 만약 여자친구가 생기면 먹고 싶은 음식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상한 성격인 것 같다.
  “사실 로맨틱한 성격이 못 돼요. 낯간지러운 표현도 못 견디고요…. 근데 무뚝뚝한 것도 매력 아닌가요.(웃음) 표현이 서툴 뿐이지 차갑거나 정이 없는 편은 아니거든요.”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스무 살이 된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건 많았던 터라 뭘 할까 고민하고 있을 것 같진 않아요. 좋아하는 운동을 배우거나 악기를 다루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린 나이에 길을 찾아 인정받고 있다. 걱정이 없을 것 같은데.
  “많은 분이 그렇게 말씀하세요. 친한 친구들도 ‘넌 좋아하는 일 하면서 많은 사랑도 받아서 좋겠다’고 말하죠. 저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너무나도 감사해서 이 모든 것이 사라질까 봐 겁날 때도 있지만요.”

  -모든 게 한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나.
  “과분한 사랑을 받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랑과 기대를 받는 만큼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해요. ‘이 순간을 즐기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지내죠.”

  -앞으로의 목표는.
  “먼 미래에 대한 계획보다는 가까운 미래인 2-30대를 어떻게 살지 고민돼요. 앞으로 인간 여진구는 그냥 이것저것 다 해봤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 도움이 되는 연기 경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쌓아서 많은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이 됐으면 해요. 그래야 더 여유로운 사람이 될 것 같거든요.”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 그는 또래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소설의 한 문장을 언급했다. “영화 <내 심장을 쏴라>의 원작 소설에서 주어진 질문이에요. 그 구절을 보며 ‘과연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 봤죠. 저한테는 그게 연기더라고요. 저와 비슷한 또래의 여러분도 혹독한 시련이 와도 견뎌낼 수 있을 만큼 좋아하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괴로운 때와 행복할 때가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을 즐겼으면 해요. 그래야만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당신에게 중앙대란?

“저에게 중앙대란 새로움 배움터이자 시작인 곳입니다. 그만큼 학교생활 정말 열심히 할 테니까요. 동기 여러분과 선배님, 교수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캠퍼스에서 만나게 되면 꼭 반갑게 인사해요.”

입학소감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졸업하신 중앙대에 저도 합격하게 돼서 정말 기뻐요. 열심히 배워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어요. 이번학기에도 차기작 촬영과 학업을 병행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잠을 자더라도 강의실에서 자겠다’는 각오로 학교생활도 놓치지 않을 생각입니다. 특히 저와 관심사가 같은 동기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가장 기대돼요. 그동안 촬영장에서 또래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동갑내기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고요. 함께 배우면서 많은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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