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협 “이번 연구년 선정에 총장이 자의적으로 개입했다”
대학본부 “연구년 선정은 절차와 규정에 맞게 이뤄진 것”


 ‘중앙대 교수협의회(교협)’는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세 개의 성명서를 발표해 ‘2016년 교원 연구년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성명서의 주요 내용으로는 대학본부의 정책에 반대해온 교수들과 ‘연구업적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교수들을 대학본부가 의도적으로 연구년 선정에서 탈락시켰다는 것과 이용구 총장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있다.

본부와 갈등해온 교수들 왜 탈락했나
 교협 측은 이번에 연구년을 신청한 김누리 교수(독일어문학전공), 교협 대의원 등 그동안 대학본부의 정책을 반대해온 교수들을 대학본부가 의도적으로 탈락시켰다는 입장이다. 김누리 교수는 지난 2013년부터 3차례 연구년을 신청했지만 한 번도 선정되지 않았다. 백승욱 교수(사회학과)는 “이용구 총장이 지난 7,8월에 김누리 교수를 연구년에 보내지 않겠다고 수차례 말했다는 이야기를 보직교수들을 통해서 들었다”며 “이번 연구년 선정이 투명하게 이뤄졌는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학본부 측은 이번 연구년 선정이 ‘연구년 선정 기준 및 절차’와 ‘교원 연구년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찬규 교학부총장(국어국문학과 교수)은 “지난해 연구년 선정율이 전체 전임교원 대비 5.2%로 매우 낮았기 때문에 지난해에 선정되지 못한 교수들을 이번에 우선 선정했다”며 “이에 따라 순위에서 밀린 교수들은 이번 연구년 선정에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년 선정에는 총 129명이 신청해 69명이 최종 선정됐으며 올해 전체 전임교원 대비 연구년 선정율은 9.7%다.
 
 또한 이찬규 교학부총장은 김누리 교수가 연구년에 선정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유럽문화학부의 정년 잔여기간 내 마지막 연구년 대상자 2명이 우선 선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원 연구년 규정 제 4조에 의하면 연구년 이용 가능 인원은 학과(부)의 현재 전임교원 중 1/7로 제한돼 있으며 이에 따라 유럽문화학부의 연구년 이용 가능 인원은 2명 내외다.
 
업적 미공개한 교수들, 연구년 떨어졌나
 교협은 이용구 총장이 대학본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업적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교수들을 이번 연구년 선정에서 의도적으로 탈락시켰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백승욱 교수는 “지난 여름방학 중 이용구 총장이 연구업적을 미공개한 교수는 연구년을 보내지 않겠다는 발언을 자주 했다고 한다”며 “교원 연구년 대상자 심의도 지난 여름방학에 진행돼 총장의 의사가 심의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문대 측이 인문대 전체 교수에게 발송한 공문인 ‘총장 질의문에 대한 답변’에 따르면 이용구 총장은 지난달 열린 교무위원회에서 연구년을 가는 교수는 최소한 자신의 연구업적은 공개해야 한다며 ‘업적 미공개 교수들에게는 연구년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학본부 측은 이용구 총장이 해당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이번 연구년 선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연구업적공개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취지에서 해당 발언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대학본부 측은 이용구 총장이 이번 연구년 선정 과정에 자의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교무팀 측에 의하면 연구년 선정에 총장이 공식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법에는 총장이 교원을 우선 선정 대상자로 지정하는 것과 연구년심의위원회의 연구년 대상자 선정 결과를 반려하는 것이 있다. 연구년 선정 기준 및 절차에는 ‘기타 총장이 우선 선정 대상자로 인정하는 교원’을 연구년 대상자 심의 시 우선 선정 대상자로 분류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찬규 교학부총장은 “이번에 이용구 총장이 우선 선정 대상자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한 교원은 한 명 뿐이다”며 “해당 교원이 연구를 진행하기에는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용구 총장이 이번에 연구년심의위원회가 제청한 선정 결과를 반려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찬규 교학부총장은 “총장이 반려하면 연구년심의위원회를 다시 열어 연구년 대상자를 재심의해야 한다”며 “그러나 올해 연구년심의위원회가 다시 열린 적은 없다”고 말했다.

교협, 총장이 위법했다고 주장해
 한편 교협은 이용구 총장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이용구 총장에 대한 징계를 법인에 요구했다. 이용구 총장이 교수들에게 연구업적공개에 동의하도록 강요했고 연구업적을 미공개한 교수들을 연구년 선정에서 탈락시켰으므로 이는 위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교협은 이용구 총장과 일부 보직교수들이 교수들에게 연구업적공개에 동의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발언을 수차례 했다고 밝혔다. 백승욱 교수는 “교수들의 연구업적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공개여부 결정은 교수 개인의 자유다”며 “연구업적공개에 미동의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줄 것처럼 행동한 것과 실제 불이익을 준 것은 모두 불법이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6조 3항에는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가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외의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보주체에게 재화 또는 서비스의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노준환 변호사(가명)는 “총장이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언한 것만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연구업적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교수가 불이익을 받을 만큼 연구업적이 꼭 공개해야 할만한 정보인지 등 여러 요인을 따져봐야 위법의 소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업적공개 제도는 교수들의 연구업적 목록을 학내 구성원들이 열람할 수 있게 한 제도다. 2013년 도입 당시 교무처장이었던 한상준 대학원장(물리학과 교수)은 연구업적을 공개하기 위해선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의 동의가 필요하며 공개에 미동의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체 교수들에게 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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