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소크라테스’를 꿈꾸며…
  • 중대신문
  • 승인 2015.09.2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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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읽게 된 시 한 편, 그중 한 줄은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이 시는 함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이라는 작품 일부이다. 이 시에는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라는, 수십 편의 시를 발표해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 시인들의 어려운 현실이 담겨 있다.

예술의 기쁨을 우리 모두가 향유하고 있지만 정작 예술가들은 가장 춥고 배고픈 존재가 되었다. 현실에서 ‘예술가’라는 직업은 춥고 배고프며 가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또한 사람들은 늘 예술가에게 ‘배고픔’을 요구한다. 예술가는 ‘예술’ 그 자체를 순수하게 여겨 금전적인 수단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성공한 작품으로 인해 크게 유명해진 예술가 역시 존재한다. 최근에 인상 깊게 읽은 『노인과 바다』의 작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잘 나가는 특파원 일을 그만두고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할 만큼 예술에 대한 깊은 열정을 지녔다. 결국 무수히 많은 고난을 이겨내고 그는 성공적인 작가로 발돋움하게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위대한 작가로 칭송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예술계에서 흔한 일이 아니며 현실적으로 ‘천부적 재능’에 의한 극소수만이 살아남는 경향이 강하다. 그 외의 예술가들은 모두 힘든 길을 걷게 되곤 한다.

약 4년 전, 한 유명작가가 문에 ‘집에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먹을 것이 있으면, 문을 열고 넣어주세요’라는 메모지를 붙인 채 방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유명 연극배우가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였다. 촉망받는 예술인들은 왜 죽음을 맞았을까? 바로 극심한 생활고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예술인들 중 66.5%가량의 월평균 수입은 100만 원이 채 안 되며 문화·예술인 중 92%가 빈곤층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예술가들의 힘든 삶이 재조명되는 듯싶더니 결국엔 제자리걸음이다. 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한, 그들을 위한 법은 유명무실할 뿐이다. 예술인 복지법을 적용받은 예술가는 단 한 명도 없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이제 옛말이다. 왜 예술가는 항상 굶주려야 하는가? 더 이상 예술가들이 설 자리는 없다. 그들은 예술가라는 명목 아래 사회에 그들의 특별한 재능을 환원하는 재능기부를 강요받고,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으며 힘겹게 생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해외의 예술인 복지를 살펴보면, 프랑스에서는 예술 비정규직 실업 급여제도인 ‘앵떼르미땅’이 존재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비정규직 예술인을 위한 통합형 사회보장제도가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북유럽 국가에서는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잘 마련되어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가에 대한 우리의 ‘인식’ 변화이다. 예술가들은 무형의 가치를 생산해내며 창작을 통해 다양한 작품들을 사회에 내보인다. 이러한 작품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들만의 결과물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책 한 권, 영화 한 편에는 수많은 시간 속 예술가들의 땀과 열정이 담겨 있으며 이것을 당연하게 내주어야 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예술’이라는 영역은 투박한 사회를 활기차게 이끄는 동력이 되었고 예술의 영역을 넘어서 사회, 정치, 경제에 까지도 다양하게 영향을 끼치는 동인이었다. ‘예술’이라는 영역을 너무 특별하게도, 하찮게도 바라볼 필요가 없다. 그저 사회 속에서 공존하는 한 영역의 일부일 뿐이다. 많은 예술인은 더 큰 것을 포기하고도 예술에 대한 열정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걷는다. 오늘도 그들의 바람은 단 한 가지일 것이다. 예술가가 더 이상 굶주리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되어 보고 싶다.
 
이금아 학생
교육학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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