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처리하는 꽤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일단 시작하는 겁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일단 첫걸음을 떼고 나면 짓눌리던 부담감이 무색하게 다음 걸음이 가볍거든요. 걸음을 옮기다 보면 불현듯 탁월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일은 마무리되어 있죠. 싱겁다고 웃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 실천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습니다. 기자는 중대신문 기자생활을 하며 이 방법을 겨우 터득했다고 여겼죠.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이번학기는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벌써 신문사에 들어와 네 번의 학기를 보낸 뒤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제 와 생각해보면 평소보다 단서가 하나 더 붙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좋은’ 시작이어야 한다는.

그래서 이번에는 전략을 바꿔봤습니다. 무턱대고 시작하기보다는 철저히 준비해보기로 한 것이죠. 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습니다. 중대신문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독자들은 뭘 원하고 있는가, 어떻게 해야 읽히는 신문이 되는가…. 방학 내내 머리를 맞대고 정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죠.

이번학기 중대신문은 대학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임무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대표적으로 ‘일상의 이(裏)면’을 들 수 있습니다. 이번호의 대학생 표절을 시작으로 성매매, 불법 스포츠 도박 등 대학사회에 만연하지만 금기시되던 주제들을 신선하고 심도있게 다룰 예정입니다.

‘휴학생이 사는 법’은 각양각색의 휴학스토리를 소개해 휴학을 고려하는 독자들에게 재미와 정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지면이 될 것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가까이하기는 어려웠던 외국인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세계의 눈’도 마련했습니다. 서로를 알아가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문화 섹션에서는 파격적인 시도를 해봤습니다. 문화 전문가를 찾아가 설명을 듣고 문화를 간접 전달하는 데 그치던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세 얼간이의 문화체험기’가 그 주인공이죠. 이 지면을 통해 기자가 직접 체험한 문화의 생생함을 날 것 그대로 맛보실 수 있습니다. 문화를 온몸으로 만끽하는 좌충우돌 체험기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나도 한 번쯤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대학보도면 또한 독자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중앙대의 다채로운 동아리들을 소개하는 ‘CAU Action!’과 학생들이 한 번쯤 떠올려봤을 간단한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소심한 출구조사’가 신설됐죠. 이외에도 중앙대의 아젠다를 선도해나갈 보도기획을 매주 야심 차게 선보이겠습니다.
이번호에는 방학 동안의 치열한 고민 끝에 중대신문이 만든 답안이 담겨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앞에 제출한 첫 번째 답안지인 셈이죠. 점수가 어떻게 나왔을지 모르겠습니다. 채점은 독자 여러분께 맡기고 앞으로 한주한주 더 나은 답안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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