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자와 원주민의 근본적인 차이는 없어
친족관계 분석을 통해 구조주의 보여주다

  그림은 현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 전시된 디에고 리베라의 <멕시코의 역사> 벽화 중 일부다. 리베라는 아내 프리다 칼로와 함께 자국 화폐에 새겨질 정도로 멕시코에서 가장 사랑받는 ‘국보급’ 화가다. 그는 특히 멕시코의 역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해당 벽화는 과거 번창했던 아즈텍이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무참히 멸망해가는 모습을 나타낸다. 낙인을 찍고 노예로 부리는 등 당시 스페인인들은 아즈텍인들을 사람이 아닌 동물로 여겼는데 정복자들은 이들을 자립이 불가능하며 사회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미개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정복자들의 태도는 당시 유럽을 지배하던 과학주의적 사고관에서 비롯한다. 사회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당시 서구의 이성 중심 문화에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던 그는 유럽을 포함해 남미, 아프리카를 포괄하는 전 문화에 공통된 질서를 찾아내고자 했다. ‘보편적 구조’를 찾음으로써 본질적으로 서구문화와 원주민문화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오랜 세월에 걸친 경험적 연구를 통해 레비 스트로스는 모든 사회적 집단의 기저에 ‘근친상간 금지’라는 규칙이 있음을 도출해낸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근친상간이라는 선을 통과하면서 사회·문화적 존재가 된다. 근친혼이 금지되기 때문에 한 집단은 또 다른 집단과 친족관계를 형성해야만 한다. 다양한 친족관계를 분석해본 결과 친족관계는 두 가지 유형으로 정리된다. 친밀함과 엄격함을 기준으로 모든 부부관계와 부자관계는 일치하고, 모든 남매와 외삼촌-조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일치하는 각각의 두 관계는 마치 대립 쌍과 같아서 전자가 친밀할 경우 후자는 엄격한 식으로 나타난다. 즉, 부부관계가 친밀하면 부자관계가 친밀하며, 반대로 남매관계나 외삼촌-조카 간 관계는 엄격하다는 식이다.

  레비 스트로스는 이러한 기본 구조가 모든 사회구조 전반을 동일한 모습으로 형성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공통된 사회·문화적 질서가 존재한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공통된 보편적 사고구조가 인간에게 있으리라고 추론하는 일은 쉽다.

  레비 스트로스가 원주민들을 통해 발견한 사고방식은 ‘야성적 사고’다. 야성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사고가 근원적이고 무의식적인 사고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는 야성적 사고를 오늘날의 우리도 공유하고 있으며 세계의 질서를 파악하는 나름의 방식이라는 점에서 ‘과학’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원시사회의 신화나 토테미즘에도 나름의 논리와 체계가 있다는 것이다.

  리베라 그림에 등장하는 아즈텍인들에게도, 이들을 죽이고 노예로 부린 스페인인들에게도 동일하게 같은 ‘야성적 사고’가 존재했다는 말이다. 스페인인들이 아즈텍인들에게 느낀 ‘야만’은 없었다. 같은 사고 구조를 지닌 인간을 살해한 스페인인들의 추악한 야만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정석호 기자 seokho7@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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