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여름, 나는 우연히 <족구왕>이라는 영화를 알게 됐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작품이라는 수식어도 나의 눈길을 끌만 했지만, 더 구미가 당겼던 것은 줄거리였다. ‘꿈과 희망을 품고 복학한 주인공은 학교의 족구장이 사라진 모습을 보게 되는데…’ 나는 이 문장을 읽자마자 ‘이 영화는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였으니까.
순천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서울로 대학을 다니게 된 나는 많은 것이 두려웠다. 그중 가장 두려웠던 것은 ‘인간관계’였다. ‘친구들과 빨리 친해지지 못해서 대학생활에 적응 못하면 어쩌지’, ‘선배들과 원만하게 잘 지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고민은 얼마 가지 않아 말끔하게 해결됐다.
내가 처음 동기들을 만났던 것은 입학식이었다. 그 날, 11학번 동기들은 여느 해의 신입생들과 다르지 않게 서로 어색함에 몸부림치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내 걱정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단체로 불편한 걸음을 걷던 중 누군가가 말을 꺼냈다. “혹시 축구 좋아하세요?” 용감했던 그 친구의 물음이 끝나자마자 나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동기는 전보다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그 질문에 대답했다. “좋아하죠!”
우리는 그 길로 곧장 운동장으로 향했고 주변에 버려진 낡은 공을 주워 각자의 고향에서 연마한 축구 기술을 뽐냈다. 그렇게 우리는 운동장에서 함께 땀을 흘렸고, 축구가 끝나고 회식하러 가는 우리들의 발걸음과 표정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볍고 부드러워졌다. 선배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선배들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공강 시간마다 함께 모여 족구 네트를 사이에 두고 공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농담까지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내게 운동장과 족구장은 그런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