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나는 휴학을 했다. 휴학한 김에 생활비 좀 벌어놓을 겸 과외를 시작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과외로는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나는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알아봤고 아르바이트 소개 사이트를 통해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개 사이트를 통해 얻은 아르바이트의 대가는 너무 컸다. 일주일에 2~3시간 과외를 하면 받는 돈을 벌기 위해 나는 10시간 정도를 일해야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휴학한 동안 나는 호텔연회장, 택배 상·하차, 콘서트 스태프 등 다양한 일을 했지만, 매번 아르바이트 업체가 직접 직원을 채용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용역업체가 직원을 대신 채용해 해당 업체로 보내는 형식이었다. 이런 관행으로 인한 피해를 받는 것은 ‘나’였다. 용역업체가 해당 기업에 소개해준 뒤, 받는 수수료는 내 월급에서 차감됐고 고용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일부 금액이 더 빠져나간 월급만을 받아야 했다. 이름만 대면 다 알 수 있는 유명업체들도 모두 용역업체를 사용했다. 안 그래도 아르바이트 업체에서는 최저 시급에 맞춰 아르바이트비를 지급하는 상황에서 소개 수수료, 고용보험료 등으로 최저 시급보다 못한 시급을 받으면 벼룩의 간을 내 먹히는 듯했다. 
 
  그러나 내가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면서 진짜 힘들었던 점은 ‘고된 업무’와 ‘돈’이 아니었다. 낮은 임금과 고된 업무보다 더 참기 힘들었던 점은 ‘숨 막히는 업무 분위기’와 ‘불친절한 대우’였다. 일을 시작한 첫날이라면 신입이 업무에 미숙하더라도 일에 숙달이 될 때까지는 최대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책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 해도 될 일이다. 그러나 내가 방학 때 일한 업체들은 신입이 일에 숙달되도록 도와주긴 커녕 실수가 있으면 짜증 섞인 말투로 질책하곤 했다. 또한 식사시간이나 휴식시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업무 중간에 휴식시간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그 시간을 제외하고 시급을 주는 경우도 많았다. 
 
  한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했을 때는 단정한 머리와 복장은 필수였고, 근무시간에는 휴대폰을 공용 사물함에 맡겨놓아야 했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단체손님이 있을 때는 정말 앉아서 땀 닦을 시간조차 없었다. 오히려 여유가 생기면 주인이 일을 만들어서라도 일하도록 닦달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내 성미와 안 맞는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그만두기도 했다. 그러나 일을 그만둔 뒤 느끼는 해방감은 아주 잠시였다. 누군가는 내가 그만둔 일을 평생 직업으로 갖고 살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분들을 생각하니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내가 경영학부에서 공부했던 <경영학원론>, <조직행동론> 같은 전공과목들은 기억에 잘 남지 않았던 반면 직접 느끼고 체험한 아르바이트들은 아직도 기억에서 선명하다. 
 
  대학생이 되고, 아르바이트를 해보며 개인 사업체부터 대기업까지 한국의 종업원을 대하는 문화가 아직 미숙하고 발전할 부분이 많다고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험했던 고된 업무, 업무 분위기, 아르바이트 수수료 등은 아직도 한국의 기업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낸 일부분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이러한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단순한 이윤추구만이 기업의 목적이었다면 현시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한 가치로 생각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거창한 기부가 아니라 좋은 고용주가 돼 좋은 직장을 만드는 것이 가장 기본 아닐까. 그렇게 종업원을 배려하는 좋은 기업이 더 성공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해승 학생
경영학부 3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