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이 있어 든든한 기자 조정호입니다. 저에겐 3살 터울의 누나가 있는데요. 어린 시절 누나는 기자에게 든든한 빽이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기자는 종종 준비물을 챙기지 않고 등교하곤 했죠. 그럴 때마다 기자의 누나는 자신의 것을 빌려주거나 기자의 손을 잡고 문방구를 찾아가 준비물을 사주곤 했습니다. 중앙대에도 기자의 누나와 같은 든든한 빽이 있었나 봅니다. 
 
  제가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중앙대의 신 캠퍼스 추진과정에서의 미흡함 때문인데요. 먼저 기존에 드러났던 하남캠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부터 설명해 드리죠. 2007년 11월 6일, 중앙대는 하남시와 하남캠 설립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습니다. 하지만 2006년에 수립된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에 의하면 인구집중유발시설인 대학은 성장관리권역인 안성에서 과밀억제권역인 하남으로 이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 본부는 그 내용을 4년 뒤인 2011년이 돼서야 뒤늦게 확인했죠. 
 
  안성캠에서 하남캠으로의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된 2011년, 인천캠도 난항에 부딪혔는데요. 인천시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2010년 2월 22일 맺은 MOU를 이행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한 것입니다. 그 후 중앙대와 인천시는 2012년 5월 4일, 새로운 MOU를 체결합니다. 새로운 MOU의 변경 내용은 ▲인천시 지원금 2,000억 원의 항목 삭제 ▲토지대금에 대한 내용 변동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수익 창출 ▲캠퍼스 부지의 전체 면적 증가 ▲안성캠 매각 후 토지대금 지급 항목 삭제 등이 있습니다. 
 
  그동안 인천캠 추진을 위한 MOU 변경 항목 중 전자의 4개 항목만이 주목받았는데요. 중대신문 취재 결과,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 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학교법인의 재산(교지, 교사 등)은 팔 수 없다는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MOU 체결 당시 이를 검토하지 않고 조항에 넣었던 거죠. 이 내용을 뒤늦게 확인한 대학본부는 결국 2012년에 새로 맺은 MOU에서 이 항목을 삭제하게 됩니다.
 
  신캠퍼스 추진이 낙관적이던 2010년의 이야기를 잠시 꺼내보겠습니다. 당시 총장인 박범훈 전 총장은 중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실상 신캠퍼스 사업 실시에 따라 안성캠퍼스에는 신·증축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캠퍼스가 건립되면 안성캠은 해체할 생각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하남캠 추진을 위한 MOU가 2013년 파기되면서 안성캠을 해체하겠다는 기본 방침은 흔들리게 됩니다. 
 
  그 이유는 그 유명한 교지 단일화 때문인데요. 중앙대는 2012년 교과부로부터 캠퍼스 구분 없이 입학정원을 자체 조정해도 된다는 것을 승인받게 됩니다. 교과부 승인 이후 중앙대는 ‘대학설립·운영 규정’에 따라 양캠의 교지를 합쳐 약 20~21만평만을 확보하면 되는 것이죠. 약 22만평의 안성캠 교지가 확보된 지금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대학본부의 기본 방침으로 검단캠 설립 후 안성캠이 해체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검단캠의 예상되는 교지는 약 8만평입니다. 서울캠이 약 6만평인 것을 고려한다면 검단캠과의 교지 총합이 약 14만평으로 약 6~7만평의 교지가 더 필요하죠. 
 
  신캠퍼스추진단은 서울캠과 검단캠만으로 교지 면적 확보가 어렵다는 것을 2014년 말이 돼서야 확인한 것으로 취재 결과 밝혀졌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안성캠을 해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올해 2월에야 부랴부랴 안성캠 발전기획단이 발족됐습니다. 안성캠 발전기획단이 어떤 방식으로 안성캠을 발전시킬지는 모르겠지만 공동화가 꽤 진행된 지금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려운 이야기가 많이 오갔네요. 속담 중에 ‘의주를 가려면서 신날도 안 꼬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큰일을 하려면서 조금도 준비가 안 된 모습을 비꼰 것인데요. 지금까지 신캠퍼스의 추진 내용을 보면 위의 속담이 딱 맞아 떨어져 보입니다. 성인이 된 기자는 더 이상 누나만을 찾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준비물을 챙겨야죠. 이제 중앙대도 빽 없이 꼼꼼히 준비하는 모습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겠지만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할 중앙대입니다. 다시 신발 끈부터 단단히 묶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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