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들 한다지만 성적은 중요하다. 근대 이전,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의 기회가 제한돼 있었기 때문일까. 각종 시험에서 경쟁은 치열하고 성적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성적 매기는 일과 관련됐다 하면 학내가 떠들썩해지는 것도 바로 이 이유에서다.

 그래서 성적공개 의무화는 반갑다. 이번학기부터 학생들은 중앙대 포탈 e-Class에서 각 평가항목의 원점수를 알 수 있다. 중간고사에서 기말고사, 과제 그리고 출결에 이르기까지 해당 과목의 교수가 정한 평가항목에서 자신은 몇 점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항목에 대해 점수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교수들은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엄격히 평가할 것이며 막연했던 학점이 아닌 정확한 숫자로 평가 결과를 받게 되므로 학생들은 교수의 성적 처리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잘 운영된다는 가정하에서다.

 의무화는 확실히 될 것으로 보인다. 교수가 교수학습개발센터 홈페이지에 평가항목별로 원점수를 기입하면 그것이 e-Class와 연동돼 학생들에게 전달된다. 이때 교수가 원점수를 입력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해당 과목의 성적을 조회할 수 없다. 저절로 ‘의무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제도 개선이 ‘믿을 수 있는 성적 처리’로 곧장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한 사안에 대해 납득 가능하려면 첫째로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둘째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성적공개는 ‘결과를 수치로 알려 준다’에 가깝다. 성적을 받은 기준이나 그 이유를 명확히 듣는 것과는 별개다. 기대는 되나 완벽히 만족할 순 없다. 다른 학사 제도들도 궤를 같이 해 공정한 성적 처리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