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함을 베풀 줄은 알지만 실제로 잘 베풀지는 않는 홍주환 기자입니다. 새학기의 싱그러움을 맛보기에는 캠퍼스가 해빙기의 빙판처럼 위태로운 요즘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오랜만에 제 안의 따뜻한 친절함을 끌어 모아 사안을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지난 6일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과 총장불신임에 대한 투표를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 결과를 지난 12일에 발표했죠. 그러나 실제 투표에선 총장불신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비대위 측은 별다른 설명 없이 성명서를 통해, 대학본부가 계획안을 계속 추진할 경우 불신임 투표를 강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을 뿐입니다. 
 
 총장불신임 투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991년 10월 교육부의 대입정원조정에서 중앙대는 C등급을 받게 됩니다. 이후 대학본부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자 1992년 3월 하경근 전 총장은 서울캠 총학생회 주도의 불신임 투표에 처하게 됐죠. 전체 학생 중 54%가 참여한 투표에서 89.6%가 불신임에 찬성했고 투표 결과는 이후 하 전 총장의 사퇴를 불러오는데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또한 2007년 11월 박범훈 전 총장도 불신임 투표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박 전 총장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정책위원장을 맡아 학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이후 중앙대 교수협의회는 정치 참여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총장불신임 투표를 실시했죠. 그러나 투표자의 55.5%가 신임에 표를 던졌고 박 전 총장이 이명박 후보의 선대위 정책위원장직에서 물러나며 사태는 일단락 됐습니다.
 
 불신임 투표에서 불신임을 받은 하경근 전 총장은 임명제를 통해, 불신임의 위기에서 벗어난 박범훈 전 총장은 그와는 다른 방식으로 총장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중앙대 역사상 세 번째로 불신임 투표에 처할 뻔했던 이용구 현 총장은 어떻게 선출됐을까요.
 
 현재 중앙대의 총장 선출 방식은 재단에 의한 임명제입니다. 재단에서 후보 선정부터 총장 임명까지의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죠. 그러나 처음부터 임명제였던 것은 아닙니다. 2008년 임명제가 도입되기 이전까지는 직선제를 통해 총장이 선출됐습니다.
 
 1989년 중앙대는 국내 최초로 총장직선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뽑는 것처럼 일반적인 의미의 직선제는 아니었죠. 투표권은 교수에게만 주어졌고 투표로 가려진 1위부터 3위까지의 후보 중 한 명이 최종적으로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총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입니다. 박범훈 전 총장도 이와 같은 방식의 직선제로 선출됐습니다.
 
 총장임명제의 정당성에 대해 의아해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사립학교법 제 53조에는 ‘각 급 학교의 장은 당해 학교를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경영자가 임면한다’고 게재돼있습니다. 즉, 총장이 재단에 의해 임명돼도 그 지위에는 법적 정당성이 있는 것이죠.
 
 총장의 해임은 어떨까요.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대학교육기관의 장의 임기 중 해임은 ‘이사 정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의한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합니다. 결국 비대위가 실제로 총장 불신임 투표를 진행했고 투표 결과가 불신임으로 기울었어도 총장이라는 지위의 법적 정당성을 손상시킬 수는 없는 것이죠. 불신임 투표 결과는 대학본부와 재단·이사회에 압박을 가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총장의 법적 정당성을 떠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리더를 만드는 것은 법뿐만이 아니죠. 법으로 부여되는 것이 리더의 법적 정당성이라면 구성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성취되는 것이 리더의 사회적 정당성입니다. 진정한 리더라면 이 둘을 모두 겸비해야 하겠죠.
 
 총장은 중앙대를 대표하는 중앙대의 리더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지금 비대위와 대학본부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까마득해지고 있는데요. 그 속에서 정작 학생들의 설 자리는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총장의 사회적 정당성은 비대위와의 갈등을 능숙히 풀어내고 학생들의 의견에 마지막까지 귀를 기울이는 능력에서 비롯되지 않을까요. 진정한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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