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ad는 상징적 상호작용이론에서 모든 인간의 사회작용은 ‘I’에서 ‘Me’가 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I’란 주체적 자아로서 충동적이며 즉각적이고 비조직적인 경험으로 표현되나 이로 인해 독창성, 창의성, 자발성이 발달하게 된다. 반면 ‘Me’란 객체적 자아로서 나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보게되어, 인간관계 속에서 사회규범이나 가치, 의미 등을 생각하게 된다. 즉 ‘I’가 있기 때문에 인간은 창조적인 동시에 ‘Me’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동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에 갓 입학한 1학년들이 4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보여주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해 참지 못하고, 옳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1학년들은 마치 넓은 들판에서 자유롭게 뛰어 노는 양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때때로 그들의 번득이는 행동과 생각들은 나 스스로를 채근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1학년들은 미워할 수 없는 천방지축의 순수한 영혼들이다.

  2학년이 되면 세련된 대학의 문화에 비로소 눈을 뜨게 되어, 근본적인 개념에 의문을 갖게도 된다. 한번은 청룡연못에서 2학년 학생과 ‘간호’라는 학문에 대해 3시간 동안 열띤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지금도 가끔 그 열정적인 모습이 그리울 때가 있다.

  3학년들은 간호학과의 특성상 병원으로 실습을 나가게 된다. 이로서 사회의 엄격한 규칙에 휩싸이게 되어 굉장한 우울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3학년 수업은 한층 더 가라앉아 있다. 간혹 스트레스로 여러 증상을 호소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3학년 수업에서는 다소 조심스럽게 그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3학년들은 혹독한 병원실습을 거치면서 하나씩 둘씩 깎이고 무뎌져 다소 차분하고 세련된 4학년의 모습으로 물갈이를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4학년 수업에선 예의바르고 성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편한 강의를 하게 된다. 이쯤 되면 4학년들은 내가 가끔씩 실수를 하거나 허점을 보여도 눈감아 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들과 편히 앉아서 대화도 할 수 있게 되지만, 이렇게 대화가 통할 때쯤이면 어김없이 졸업이라는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1학년 때의 그 서슬퍼런 강의평가가 4학년으로 가면서 “교수님! 사랑합니다”식의 유체이탈 화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더라도 나는 세월의 흐름을 만끽하고 있다. 이렇듯 1학년의 눈으로 본 교수와 4학년의 눈으로 본 교수는 확연한 차이가 나지만, 나의 눈에는 모두 다 사랑스럽고 사랑스런 아들, 딸들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학교를 졸업한 후 힘든 세상살이 속에서도 ‘I’와 ‘Me’ 사이의 내면적 대화가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때로는 ‘I’가 커져, 때늦은 방황을 하게도 되지만, 우리는 ‘Me’를 간직하고 있다. 인간은 언제든지 어느 방향으로든 뻗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사회적인 동물임을 인정하도록 하자.


김희영 교수
간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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