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중대신문의 중심 기사는 인문학 열풍과 축제에 관한 것이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메인 기사와 독일식 대학교육 모델에 대한 기사, 오글거림이라는 단어에 대한 문예창작전공 학우의 글, 그리고 축제에 대한 기사가 한 개의 맥락으로 다가왔다.
 
  인문학은 우리에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인문학은 학문이기 이전에 삶 속에 젖어 있어야 한다. 인문학은 취업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사고의 근원이다. 대학은 공무원사관학교도, 기업이 원하는 인재양성소도 아닌 학문을 하는 곳이다.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 대부분인 세상이 되어버렸지만 일단 본질은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현실 속 대학은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학원에 가깝고 인문학은 그곳에서 가르치는 필수 과목이 되어버렸다.
 
  요즘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사색 따위는 취업하고 돈 많이 벌어서 여유로워졌을 때 하면 되는 일 같다. 그들에게 지금은 좋은 성적과 스펙 쌓기에 집중해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할 때다. 독일(유럽)식 토론 수업을 하면 말 잘하는 몇 명만 멋지게 떠들고 나머지는 방관자가 된다. 수업의 진행이 힘들어지면 교수들은 다시 요점 정리하듯 PPT에 책을 옮겨 담고 학생들은 그것을 다시 노트에 옮겨 적는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대학 축제에서 학생회는 학생회비의 대부분을 연예인 섭외에 써버린다. 학생들은 연예인을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보겠다고 아우성치며 펜스가 쓰러지기 직전까지 앞으로 밀고 나가며 환호한다. 언젠가부터 성공적인 대학축제의 기준은 얼마나 핫한 연예인을 섭외하느냐가 됐다. 새로운 기획도, 고민도 없는 그저 먹고 마시고 즐기는 시간이다. 성 상품화에 대해 목에 핏대 세우던 학생들은 그 순간이 되면 자발적으로 헐벗고 나와 호객행위를 해 동아리, 학과 주점에 매상을 올리는데 혈안이다.
 
  난 가끔 후배들을 만나면 제발 대학 다닐 때 할 수 있는 뻘짓들을 최대한 해보라고 말하는 나쁜 선배다. 취업은 어떻게든 되니까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경험들을 쌓으라고 한다. 아무리 인생에서 배움은 끝이 없다지만 사람이 배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배움은 암기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그것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하고 자신의 생각을 더했을 때 완성된다. 이런 과정은 책과 선생님이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많은 것을 접하고 많은 얘기를 읽고, 보고, 듣고, 그것들에 대해 의심하고 고민해보며 답을 찾아내는 게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한순간의 유행으로 흘러 지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누군가 던져주는 문제에 대해 옳은 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손현 동문
심리학과 0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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