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처에서 10월 2일까지 강의계획서 2차 입력을 마치라는 공문이 왔다. 학기가 시작된 지 이미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강의계획서를 다시 입력한다는 것이 생소하여 첨부파일을 읽어봤다. 강의계획서 2차 입력 항목란에는 “수강생들의 성공적인 수강을 위해 학습팁 등 학습 안내 사항을 기술하라”고 쓰여 있다. 이어서 기출문제 공개여부, 강의와 관련하여 필요한 추가 자료 업로드란이 있다. 이런 항목을 보면서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성공적인 수강을 위한 학습 안내”는 교수가 강의 중에 수시로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교수와 수강생은 학기 중에 강의와 개인면담을 통해서 계속해서 소통하는 관계에 있다. 교수가 수업과 관련하여 학생들에게 조언을 할 필요가 있다면 직접 만나서 할 수 있고, 또 그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강의계획서 2차 입력’을 통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학기 중의 강의계획서 2차 입력은 강의계획서 본연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강의계획서란 말 그대로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어떻게 강의가 진행될 것인지 그 계획을 학생들에게 미리 공지하여 수강신청을 할 때 참고하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교무처가 ‘강의계획서 2차 입력’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이미 강의가 시작된 상태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성공적인 수강을 위한 학습 안내는 강의시간에 수시로 할 수 있고, 강의자료 업로드는 e-class를 이용하면 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교무처가 강의계획서 2차 입력을 지시하고, 또 위반하는 경우의 제재조치까지 공문으로 발송한 이유는 무엇일까?(교무처장 명의의 공문에는 2차 입력을 하지 않는 경우 교수평가에서 과목당 2점을 감점하도록 되어 있다). 나는 그 근본적인 이유가 교수에 대한 불신에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대 교수는 교무처장이 지시하지 않으면 수강생들에게 학습안내조차 하지 않는 불성실한 집단인가? 그렇지 않다. “2013년 중앙일보 평가에서 교수연구 부문은 종합순위 8위를 달성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반면에 교육여건 및 재정 부문은 13위, 등록금 대비 교육비 지급 역시 40위권 밖이다”(중대신문 2013년 10월 14일). 연구에 성실한 교수의 강의가 부실한 경우는 드물다.

  지난 주 중대신문에는 “전공 강의계획서 절반이 미흡하다”는 기사가 실렸다. 기자가 전공강의계획서 1,596개를 조사한 결과라고 한다. 그러나 그 과목을 전공하지 않는 기자가 전공강의계획서를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몇 가지 형식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를 했지만, 심도 있는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실한 강의계획서가 부실한 강의로 이어졌다면 그 평가를 가장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주체는 해당 과목의 수강생들이다. 그리고 강의평가가 좋지 않은 경우 해당 과목 교수는 그에 따른 불이익한 조치를 받게 된다. 이미 강의계획서와 강의에 대한 평가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대학의 강의가 그렇게 부실하게 이루어진다고 믿지 않는다. 2010년에 중대신문이 실시한 재학생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교수, 법인(재단), 직원, 총동창회, 대학본부, 총학생회중 재학생이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인 주체는 교수였다(1.61점). 참고로 본부는 -0.13점으로 5위를 기록했다(중대신문 2010년 11월 29일). 교수들의 강의가 부실했다면 가장 높은 만족도가 나올 수 있었겠는가?


김상용 교수(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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