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나의 전공은 순수물리학이었다. 석사에서는 응용물리학을 전공하였고 기업체 연구소에서 전자공학분야의 연구를 접하고서 박사학위는 최종적으로 전자공학으로 받았다. 박사학위 후 과정에서는 우연찮게도 화학/화학공학과에서 연구를 하였으며 2003년부터 10년에 걸친 반도체공학관련 학과의 교수 생활을 거쳐 지금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시점에서 잠시 여유를 두고 다양한 학문 분위기에서 공부를 한 경험으로 과거를 돌이켜보며 진정한 공학도와 과학도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흔히 공학을 전공한 사람을 속된 말로 ‘장이’라고 한다. ‘기계장이’, ‘금속장이’, ‘전자장이’…. 즉 관련된 기술을 가진 기술자를 말한다. 70년대 이후 한국사회가 고속성장을 한 배경에는 이러한 많은 ‘장이’들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하며 그때는 이러한 ‘장이문화’가 칭송받는 시대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순수를 외치며 응용과 실용을 멀리하는 과학도들에게 설 자리가 많지는 않았다. 특히 학교가 아닌 기업체나 연구소에서는 더욱 그랬다. 표면적으로는 기초학문을 외치면서 빠른 시간 안에 실질적인 결과를 원하는 기업문화에서는 특히 과학도가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면 이제까지 배운 모든 과학적인 지식을 버리고 기업이 요구하는 공학적인 지식만을 습득하여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생긴다. 나 자신 역시 대학 시절에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이 시점에서 과학을 전공한 과학도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기업에서는 절대적으로 과학도, 과학을 전공한 인력을 무한히 필요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로 하는 반도체, 철강, 자동차 분야의 핵심인 과학적인 혁신, 과학적인 사고 없이는 창의적인 제품이 나올 수가 없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과학만을 전공한 과학도가 모든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될 수는 없다. 기업과 연구소에서 훌륭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과학 자체만을 사랑하는 과학도가 아닌 실용에 눈이 열려있고 넓은 세상과 충분히 교감을 하며 사색을 하는 과학도라면 진정으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될 수 있다. 과학도로서 무수한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 때의 성취감으로 충분히 해결을 할 것으로 믿는다. 여기에 창의적이며 미래적인 제품 개발을 위해 참고 기다려주는 기업문화와 함께 도약한다면 과학도라는 자부심이 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진정한 공학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기업에서는 실용적인 학문을 공부하고 응용 능력을 갖춘 공학도를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단순한 실용지식만을 가지고 과학적인 사고의 뒤받침이 없는 공학도는 미래를 위한 창의적인 일에 적합하지 않다. 실용적인 공학에 과학적 생각과 끊임없는 사색을 갖춘다면 기업에서 자아를 성취할 수 있는 공학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바라건대 공학적인 사고를 가진 과학도와 과학적인 사고를 가진 공학도가 되길 바라며 남은 대학 생활하는 동안 진정으로 많은 사색을 즐겨하는 공학도, 과학도가 되길 바란다.
 
이상권 교수
물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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