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W 시즌을 준비하는 그 남자의 자세
  • 정석호 기자
  • 승인 2014.10.05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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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소의 뿔처럼 꿋꿋이 나아가는 이들을 만났다. 옷을 못 입어서 패션 센스를 키우려는 학생과 자신의 게으른 성격을 인정하고 취직이라는 대세에서 벗어나 창업을 계획 중인 학생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단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거나 단점을 자신의 일부로 수용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자타공인 패션 테러리스트
옷 때문에 여자친구와도 싸워

 

동화 <신데렐라>에서 왕자는 유리구두를 통해 신데렐라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나 사실 이 유리구두는 프랑스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의 결과다. 역자가 털가죽신(vair)을 유리신(verre)으로 착각한 것이다. 최근의 패션 관념으로 원작을 들여다보자. 만약 신데렐라가 드레스에 털가죽신을 신고 파티에 갔다면 왕자와의 로맨스는커녕 워스트 드레서로 망신만 당했을지도 모른다. 패션이 자기표현인 요즘, 옷을 못 입어서 고민이라는 한 남학생을 만났다. 그는 자신에게 맞는 유리신을 찾게 될까.


-어디에 갔다 오는 길인가.
“명동에서 쇼핑하고 오는 길이다.”
-쇼핑백들을 보니 옷을 많이 산 것 같다.
“가을옷이 필요해서 이것저것 샀다. 가을하면 패션의 계절이 아닌가. 신경 좀 썼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관심만 많다.(웃음) 옷을 잘 입는 편이 아니다.”
-지금 입은 것을 보면 괜찮은 것 같은데.
“오늘은 여자친구가 코디를 해 준 패션이다.”
-평소에는 지금과 다른가.
“나는 잘 모르겠는데 주위에서 항상 내 패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지적을 많이 하더라.”
-어떻게 입길래 지적을 받는 것인지.
“편한 옷차림을 선호한다. 일단 사이즈가 넉넉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지난 학교 축제기간에 파란색 루카우스 티셔츠를 나눠주지 않았나. 자주 애용하는 아이템이다. 원래는 실내용이었는데 이제는 외출용으로도 입는다.”
-주위 친구들이 더 강하게 지적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가.(웃음)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한번은 학과 후배가 루카우스 티셔츠를 입은 내 모습을 보고 청소하시는 아주머님으로 착각한 적도 있었다.”
-학교 사랑이 대단하다.
“애교심과는 관련이 없다. 그냥 옷을 잘 못 입으니까 차라리 편하게 입으려고 한 거다.”
-옷을 못 입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음…. 살집이 조금 있다 보니 일단 체형에 맞는 옷을 고르는 것이 가장 어렵다. 또 색 조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옷 입는 법에 대해 주변에서 조언을 구하지는 않나.
“따로 찾아서 공부하지는 않는다. 남들은 잡지 같은 것을 보라는데 기본적으로 잡지에 나오는 모델과 나는 천지차이 아닌가. 시도해볼 수도 없는 모델들의 옷을 왜 보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고 싶나.
“댄디 스타일을 추구한다. 나중에 살을 뺀 후에 댄디하게 옷을 입어보고 싶다. 깔끔한 느낌의 셔츠나 면바지 종류의 옷들 말이다. 요새 보고 있는 드라마에서 조인성이 입는 옷이 그렇게 탐이 난다.(웃음)”
-오늘 쇼핑한 옷들은 어떤 스타일인가.
“전부 여자친구가 골라 준 옷들이다. 여자친구가 전주에 있어서 가끔 올라오면 같이 쇼핑을 하고 있다.”
-항상 여자친구가 옷을 골라주나.
“나 혼자서는 옷을 못 사게 한다. 덕분에 장롱에는 내가 산 옷이 거의 없다. 예전에 어머니가 사주신 옷들이랑 여자친구가 골라준 옷들 뿐이다.”
-패션까지 신경 써 주는 여자친구가 있어 부러운데.
“내가 보기엔 같이 다니기 창피해서 신경을 쓰는 것 같다.(웃음) 예전에는 옷을 못 입는다고 엄청 구박했다. 처음에는 내 주변 친구들이 그러는 것처럼 옷차림을 가볍게 지적했는데 나중에는 여자친구가 폭발해버렸다.”
-무슨 일이 있었나.
“2주년 기념으로 여자친구와 식당에서 조개를 구워 먹을 때였다. 조개를 굽다가 더워서 남방 단추를 풀었다. 그 사이로 여자친구가 목이 늘어난 내 런닝셔츠를 목격해 버렸다. 그날따라 여자친구 기분이 별로였나 보다. 내 런닝셔츠를 계기로 크게 싸웠다.”
-심정이 어땠는지.
“억울했다. 여자친구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옷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일로 기념일에 싸우게 돼서 마음이 불편했다.”
-여자친구와 화해했나.
“힘을 합쳐 내 패션 센스를 키워가자며 화해를 했다.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매를 만들고 옷 살 때는 같이 쇼핑도 다니면서 패션에 대한 센스를 키워 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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