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으로 보이는 표정을 믿지 마라, 가려진 내면의 표정만이 진짜 내 모습이다.
▲ 기계처럼 틀에 맞춰 사진을 찍어내고 싶지 않은 내면의 불안감, 혼란스러움이다.
▲ 스트레스를 느꼈던 공간에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모습.
▲ 얼굴을 가리고 흔들리는 모습을 담아서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를 표현했다.

  예술대 학생들은 문예창작, 사진, 관현악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적 내공을 쌓아가고 있다. 중대신문은 학교에서 배우는 예술전공을 떠나 자신만의 예술세계에 꽂힌 예대생들을 만고자 한다.


  내면의 슬픔을 눈앞으로 끄집어내어 스스로를 달래주는 사람이 있다. 일명 ‘감성변태’라고 불리는 조연승 학생(사진전공 1). 그가 찍는 것은 우울함을 주제로 한 ‘셀프 포트레이트’다. 셀프 포트레이트란 사진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 본 후 자신의 몸으로 세상에 대한 해석을 드러내는 예술이다. 우울함과 대면하려는 사람이라니, 생소하다. 솔직하고 차분하게 작품 세계에 대해 설명하는 그를 만나봤다. 

  -별명이 ‘감성변태’다.
“친구들이 붙여 준 별명이다. 감성적인 사진을 좋아하고 누드 사진을 자주 찍어서 그런가 보다. 변태적인 면을 좀 더 부각 시킨 것 같다.(웃음)”

  -작품에 누드 사진이 많아 보이는데.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가 나에게 가장 솔직한 순간이다. 꾸밈없는 모습으로 순수한 감정이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누드 촬영이라 공간의 제약이 있어서 자주 찍지는 못한다.”

  -사진으로 표현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사진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면 뭐든지 상관없다. 고1 때부터 사진을 배운 영향도 있지만, 슬픔에 잠긴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 가장 잘 드러나보인다.

  -셀프 포트레이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
“고2 때 학업과 사진에 대해 엄청난 강박감을 느꼈다. 감성적이고 민감한 성격 탓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끔 자살 충동이 일었다. 군 제대 후에는 입시를 다시 준비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자기 혐오감’까지 생겨버렸다. 내 자신이 싫어지면서 일부러 위험한 공간을 찾아 나를 주제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우울함에 찌든 모습을 사진으로 보니 마음속이 보이더라.”

  -우울증에 시달린 건가.
“병원 가서 진단받을 정도로 우울증에 시달린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나는 좀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누구나 한 번씩 무력한 기분이 들지 않나.”

  -우울증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나.
“맞다. 요즘에도 내가 나태해지면 자기혐오를 느껴서 우울해지곤 한다. 그러면 오히려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셀프 포트레이트를 찍게 된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최근에 찍은 작품에 가장 만족한다. 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네 명의 남자가 있는 사진이다. 얼굴의 반만 가리거나 고뇌하는 그들은 표정이 없다. 사진 한가운데 남자의 한쪽 얼굴에만 인위적으로 의미심장한 웃음을 넣어서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표현해봤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억지로 웃어야만 하는 일이 많지 않나. 겉으로는 표정관리를 하지만 속마음을 숨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드러냈다. 의도한 바가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작품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 보인다.
“사진의 컨셉을 잡아놓고 작품에 만족할 때까지 찍는다. 처음부터 잘 찍었던 건 아니다. 어두운 방에서 어떻게 찍을지 고민도 하고 나름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반복해서 찍다 보니 스스로 터득하게 되더라.” 

-나름의 노력이 있었겠다.
“사진을 찍기 전에 슬픈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찾아서 들었다. 사람들이 자살했던 장소에 찾아가 볼 생각도 있다. 눈을 감고 사람들이 자살했던 공간에 서 있는 상상을 하면 저절로 우울한 감정이 쏟아진다.”

-다른 주제로도 작품 계획이 있나.
“확실히 정한 주제 말고는 셀프 포트레이트를 찍지 않는다. 우울함을 주제로 한 촬영은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어쩌면 평생 할 수도 있다. 끝은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의무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보다는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주거나 내가 원하는 개인적인 작업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가진 본연의 모습을 예술로 승화했다. ‘암울한 셀프 포트레이트’ 시리즈는 그에 대한 모든 것이 녹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을 창작하는 그만의 방식을 파헤쳐 봤다.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삼각대를 놓고 불안감이나 혼란스러움을 나타내기 위해 노출을 길게 해서 찍는다. 어두운 배경에서 주로 찍기 때문에 ‘빛’이 관건이다. 원하는 대로 빛을 조절하기 힘들지만 몇 장씩 찍어서 계속 확인한다. 우울한 효과를 내려고 창문 빛이나 스탠드 빛을 이용해서 공간 내에 빛이 고루 퍼지게 하는 편이다.”

-계획을 갖고 찍나.
“침울한 감정이 생기거나 예술적인 영감이 떠오를 때만 찍는다.”

-촬영 장소가 독특해 보이는데.
“우울한 분위기를 담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초기에 옥상이나 난간 같은 위험한 장소에서 주로 찍었다면, 지금은 주차장이나 어두운 조명의 공간을 이용한다. 집에서 구석진 곳도 촬영하는 장소 중 하나다.”

-촬영 장소의 변화가 눈에 띤다.
“죽음을 쉽게 여겼던 고등학생 시절, 극단적인 자살의 메시지를 표현하려고 일부러 위험한 장소를 찾았다. 단순히 사진을 찍다가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막상 군 생활을 시작해보니 이곳에서만큼은 죽고 싶지 않더라. 군 생활 한 방에 자연스레 죽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졌다(웃음). 그 후 위험한 곳보다는 방 안이나 주차장으로 범위를 넓혀 사진을 찍었다. 여태껏 찍은 작품을 나열해보니 어느새 강한 자살의 이미지가 사라져 있었다.”

-일반인들도 쉽게 시도할 수 있나.
“셀프 포트레이트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찍는 셀카도 일종의 셀프 포트레이트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자신에 관한 이야기라면 누구든지 주제를 잡고 시도할 만하다.”

-셀프 포트레이트의 매력은 무엇인가.
“셀프 포트레이트는 우울증 치료약이다. 내면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의도한 대로 잘 표현된 또 다른 내 모습을 보면 우울한 기분이 풀린다. 사진을 촬영하는 순간만큼은 슬픈 것을 잊을 정도로 좋다.”

-사진 예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진은 시각적인 예술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시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연이 담긴 그의 작품을 하나씩 뜯어보면 알 수 있다. 작품 세계가 확고한 그의 내면에는 우울함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진심 어린 열정이 있다는 것을. 순간의 감정을 엮어내는 예술가로서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졌다.

 -부모님께서도 작품 활동에 대해서 알고 계시나.
“전혀 모르신다. 자식이 우울한 주제를 가지고 계속 사진을 찍는다는 데 기뻐할 부모가 어디 있겠나(웃음).”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야하다, 멋있다, 신기하다 등 다양한 반응이다. 작품에 대해서 평가가 좋으면 기분이 좋긴 하다. 사실상 작업하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하지 않고 찍기 때문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사진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는지.
“완전하게 개인적인 사진이라고 보면 된다. 개인의 만족을 위해서 찍는 사진이기도 하다. 그래도 사진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 정도는 알아줬으면 한다.” 

 -자신만의 예술작품을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예술인이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나. 주위에 휘둘리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맘껏 표현했으면 한다.”

-진로가 궁금하다.
“개인적인 작품 활동과 연관 지으려고 꾸준히 생각한다. 이제까지 찍은 작품은 20~30장 정도로 페이스북이나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지만,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전시회를 열고 싶다. ‘암울한 셀프 포트레이트’를 반복 작업하면서 얻은 노출효과를 나중에 패션사진에도 적용하고 싶다. 패션 스튜디오 보조 일을 1년 정도 배우고, 패션 사진 관련 기술도 배울 생각이다.”

-어떤 예술가가 되고 싶은가.
“현실에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창작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싶다. 어리기 때문에 아직 찍어보고 싶은 사진이 많다(웃음). 요즘엔 가볍게 쓱 지나가는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다.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 눈길을 잠시 멈추게 해서 내 사진을 보고 곰곰이 생각하게 하고 싶다. 예술가로서가 나의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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