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왔대?”

“야, 김경호야, 김경호. 빨리 뛰어!”

언덕 위에서 학생들의 열광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린다. 통합버스 막차를 타기위해 대운동장 곁을 지나던 학생들도 김경호라는 연예인이 왔다는 소리에 앞다투어 일제히 계단을 뛰어 올라 언덕위로 올라간다.

가던 발길까지 되돌린 2캠퍼스 생활관 규원제 공연장. 백여명 남짓했던 공연무대에는 두배 이상의 사람들이 어느새 몰려들기 시작했고 가수의 출연은 모든 학생들에게 생기와 흥분을 불어넣고 있는 듯 하다.

“자 여러분, 젊음의 광기를 불사릅시다!”

김경호는 무대위에서 학생들의 답답함을 풀어주려는 듯이 악을 쓰고 관객들을 흡입할 수 있는 무대매너로 학생들을 끌고 갔다. 불꽃을 터트리고 스모그를 쏘아대고, 귀가 아플 정도로 소리가 큰 스피커 소리. 한 손을 들어 그의 노래에 맞추어 흔들고 해드뱅잉이 나올 때마다 흥분의 도가니속이 되는 규원제 한마당.

이틀전 이내창 열사 추모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던 민주광장에는 오늘과 같은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참가자와 길을 지나가는 몇 행인들만이 그날 행사를 지켜보고 있었고 결승점에 도착한 학생들에게 격려와 감탄의 박수를 올려줄 관객으로는 행사진행 관계자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총여주체로 마련되었던 성폭력 방지를 위한 공개 포럼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로 행사진행 시간의 지연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겨우 이십여명 남짓한 학생들만이 자리를 지켜 귀기울일뿐 썰렁한 포럼자리임은 마찬가지였다.

김경호 무대가 학생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시간대여서 그런 것이었을까? 그러나 그의 출연은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열렸고 그의 무대가 끝나고 나자 모든 행사가 끝났다는 식으로 학생들은 모두 되돌아가버렸다. 남은 프로그램에 상관하지 않고.

김경호가 아닌 연예인이 왔었어도 그 자리는 순식간 꽉 들어찼을 것이다. 30, 40여분을 기다린 끝에라도 연예인의 공연을 보고 가려는 열정으로 이내창열사추모 10주기에 맞춘 젊음과 저항을 모토로 하는 중앙인 한마당 축제에도 기대를 모았으면.

연예인 얼굴 한번 보러 온다는 대학공연이 아닌 대학인으로서 고민하고 각자 직접 만들어가는 대학공연문화의 아마츄어정신을 이해하는 정신. 앞으로 일주일간 있을 중앙인 한마당 무대에서나 각 단대 대동제 공연안에서 든든한 후원자로서의 중앙인을 보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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