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디 도란트 학생은 어렸을 적부터 완전히 다른 두 문화권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자라왔다. 11살 때까진 카리브 해 퀴라소 섬에서, 그 이후엔 네덜란드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20대 초반은 한국에서 보내고 있다. 이렇듯 변화하는 환경은 그녀에게 새로운 생활에 대한 모험의식을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한국행을 결심하기 까지 그녀의 대학생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친했다고.
“모교인 이라스모스 대학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해 있다. 국제도시인 암스테르담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살아서 그런지 우리 학교도 반 이상의 학생들이 외국인이다. 그러다 보니 대학시절부터 외국인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외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그 관심이 한국행으로 이어진 건가.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사귀기는 했지만 이는 간접적인 교류에 불과했다. 타지생활을 직접 경험해야 국제문화에 대한 견문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던 찰나에 한국인 친구들과 통해 한국드라마에 빠지게 됐다.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의 실제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고 마침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한국에 오게 됐다.”
 
 좋아하는 한국드라마의 포스터 사진을 들고 있는 아이온디 학생.                                                                   사진 임기원 기자
 타지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그녀는 한국에 오기 전, 남미와 유럽 문화를 넘나들던 어린시절을 보냈다. 이질적인 두 문화권에서 그녀는 새 환경의 낯섦으로 인해 편할 날이 없었다고 한다.
-출생지가 독특하다.
“남미 카리브 해에 있는 네덜란드 령의 퀴라소 섬에서 태어났다. 11살 때까지 퀴라소 섬에서 자랐다.”
-그곳에서의 일상은 어땠나.
“퀴라소는 작은 섬이다 보니 어디를 가든 해변가가 있다. 어렸을 적 일주일에 한 번은 해변에서 놀곤 했다. 낮엔 해변에서, 밤엔 친구네 집에서 놀며 자유분방한 일상을 보냈다.”
-퀴라소 섬은 어떤 곳인가.
“여유로운 생활에 익숙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나라다. 그러나 가끔은 사람들이 느긋하다 못해 답답하다. 예를 들어 5시에 약속을 잡으면 8시까지 기다릴 수도 있는 게 퀴라소 사람들의 특징이다.(웃음)”
-그런데 네덜란드로 이민을 떠났다.
“11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네덜란드 출신의 어머니를 따라 네덜란드로 이민을 가게 됐다. 작은 섬을 떠나 큰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뜨기도 했지만 네덜란드 생활은 정말 힘들었다.”
-무엇이 힘들었나.
“네덜란드와 퀴라소는 문화적으로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장난기가 많은 퀴라소 사람들과는 달리 네덜란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내성적인 편이었다. 특히 친구를 사귀는 방법이 너무 달라 고등학교 때까지도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퀴라소에서 하던 것처럼 학교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네덜란드 친구들은 그런 나를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더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은 아이온디 학생. 그녀에겐 놀랍게도 아시아, 유럽, 남미 대륙의 피가 흐르고 있다. 자신의 소속감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그녀에게 정체성 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다니.
“중국인인 증조외할아버지, 남미에서 태어났지만 네덜란드 국적을 갖고 있는 어머니 그리고 베네수엘라와 네덜란드 혼혈의 아버지로 인해 정체성에 큰 혼란을 느꼈다. 내가 어디에 속해야 되는지 생각을 많이 했다. 네덜란드나 퀴라소 섬에서 살아왔지만 내 자신을 그 어느 곳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스로 전 세계의 국민이라고 최면을 걸면서 정체성 고민을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국생활이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되나.
“한국의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그러나 조금은 폐쇄적인 민족개념 때문에 한국사람들이 다른 민족들에 비해 국제적인 교류가 조금은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무조건적으로 개방하라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과의 교류를 조금만 높이면 세상을 보는 시선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정체성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을 함과 동시에 그녀는 한국생활을 즐기기에 바쁜 학생이기도 했다. 특히 그녀의 한국생활은 노래와 풍류 그리고 바다에 대한 사랑으로 대표된다.
-노래를 좋아한다고.
“평소에 알앤비 장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번학기에 한국인 친구의 소개로 힙합동아리 ‘Da C Side’의 멤버들과 친해지게 됐다. 입단을 고민하던 중 오디션을 봐서 ‘Hall of Fame’과 ‘If I ain’t Got You’란 노래를 불렀다. 너무 바쁠 것 같아 비록 입단은 하지 않았지만 Da C Side 친구들과 같이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시고, 얼마 전에는 Da C Side의 공연에 놀러갈 정도로 그 친구들과 친분을 쌓았다.” 
-학교 밖에선 어떻게 지내나.
“어렸을 적부터 섬에서 자라서인지 바다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시간이 있으면 바다에 놀러가려고 하는 편이다. 한국에서도 바다를 꼭 구경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네덜란드에서부터 놀러온 친구들과 함께 부산 해운대에 놀러간 적이 있다. 한 달 전에는 기숙사에 있는 교환학생 친구들과 함께 남이섬에 가서 바다를 구경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소엔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러가거나 클럽을 가는 편이다.(웃음)”
-한국 바다는 카리브 해와는 느낌이 사뭇 다를 것 같다.
“카리브의 바다는 물안경을 끼고 물속에 들어가면 물고기들이 다 보일 정도로 물이 맑은 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의 바닷물은 그만큼 맑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도 해운대에서 봤던 오륙도의 경치는 정말 아름다웠다.(웃음)”
 
 아이온디 학생은 이번학기가 지나면 퀴라소 섬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안고 가지만 모험은 절대 멈추지 않는 아이온디 학생에게 밝은 미래가 있기를 기원한다.
 
최현찬 기자 hcc@cauon.net
 
●한국의 이것에 반하다
“지금 살고 있는 서울시에 정말 반했다. 유럽에서 왔지만 서울에서는 별다른 문화적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유럽에서 할 수 없는 경험들을 선사해주는 서울시에 고마움과 동시에 큰 매력을 느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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