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온 닉 패스빈더 학생(철학 전공 3)

 
▲ 강의실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닉 학생. 무척 평온해 보인다.
이국적인 외모, 인중과 턱을 덮는 긴 수염, 갈색 장발. 중압감을 느끼기 딱인 삼박자를 갖춘 닉 학생(철학전공 3)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런 무게감도 잠시 수줍게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모습에 위압감은 눈 녹듯 사라진다. 겉모습과 달리 친근한 모습에 한 번 놀라고, 불교신자임을 듣고선 또 한 번 놀랐다. ‘반전매력’이라는 단어는 닉 학생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반전매력의 그를 만나보았다.
-불교신자라고.
“미국에 있을 때 불교철학에 관한 야외수업을 간 적이 있다. 그날 교수님께서는 불교의 수련법인 ‘명상’에 대해 가르쳐주셨고 직접 명상을 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이었다.(웃음) 그날 이후,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명상을 하며 혼자 생각을 정리하곤 했다. 명상의 매력에 빠지면서 자연스레 불교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미국인이 불교신자라니 신기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미국 내에서도 불교를 믿는 사람은 드물다. 부모님도 기독교신자이시다.(웃음) 하지만 내 선택을 존중해주시며 불교신자라는 것에 대해 크게 뭐라 하시지는 않는다.”
-한국에 있는 절에 가 본 적 있나.
“아직이다. 기회가 된다면 절에서 템플스테이를 꼭 해보고 싶다. 단기간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종교인으로서 말이다. 절을 100% 체험해보고 싶다.”
-불교철학수업을 들었다면 전공이 철학인 건가. 
“그렇다. 사실 20살이 되기 전까지는 철학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우연히 니체의 철학책 한 권을 읽게 됐는데 굉장히 재밌었다. 문득 철학을 알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철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철학을 알면 모든 것을 안다니.
“철학이 다른 학문의 토대가 돼 모든 것을 더 폭넓게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내 경우에도 철학을 전공하기 이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많이 바뀌었다. 특히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웃음)”
 
철학전공자에다 불교신자인 닉 학생. 동양문화·철학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불교’가 그를 동양으로 이끈 것일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동양은 서양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신비롭고 흥미로운 곳이라는 환상이 있었다. 또한 불교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동양에 꼭 방문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동양권 국가 중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는 나라를 찾아봤는데 철학을 배울 수 있는 학교는 유일하게 한국의 중앙대학교밖에 없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바로 한국행을 결심했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의 차이는.
“서양철학은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봐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것 같고, 동양철학은 나 자신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 같다. 동양철학이든 서양철학이든 각각의 매력이 있다.”
-동양철학만의 매력이 있다면.
“동양철학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 중점을 둔다.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일깨워주고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게끔 한다. 더불어 인간은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주위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도 함께 돌아보게 해준다.”
미국에서 건너온 닉 학생이 불교신자라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의 특이한 겉모습에 먼저 관심을 가진다. 그를 처음 만나면 시선은 자연스레 머리로 꽂힌다. 웬만한 여성보다 긴 장발. 게다가 인중과 턱을 덮는 수염을 가진 그의 외모는 한국인에게 익숙할 리 없다. 이런 개성있는 겉모습 때문에 닉 학생은 의도치 않은 오해를 사기도 한다.
-어떤 오해를 받나. 
“내 머리가 특이해서인지 한국인들이 나를 굉장히 무서운 사람으로 본다. 내게 말을 걸기 전까지는 나를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것 같다. 나는 무서운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웃음) 물론 좋은 점도 있다. 한번은 한국인 친구와 같이 클럽에 간 적이 있는데 내 외모 때문에 주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친구가 아주 든든했다고 하더라. 재밌는 경험이었다.”
-독특한 머리를 고수하는 이유는.
“딱히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예뻐서 기르는 거다.(웃음) 미국에도 나처럼 장발인 남자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를 이상하게 여기진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더라.”
-그런 반응이 익숙하진 않을 텐데.
“미국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이 편하고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게 최고다. 하지만 한국은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해서 항상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듯하다. 남들과 다르면 이상하게 보일까 봐 독특한 것을 꺼리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문화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닉 학생은 한국에 있는 자체만으로 즐겁다. ‘정’이 있는 한국인들과 함께라면 그런 차이는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는다고 그가 말했다. 한국의 ‘정’에 푹 빠진 그의 꿈은 대학 졸업 후, 한국에 돌아와 학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것이다. 내년 7월까지 한국에 머무를 예정인 그는 이번 방학 때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아시아를 탐방하며 동양문화를 직접 느껴볼 계획이다. 닉 학생이 동양문화와 철학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끝까지 이어나가 꿈을 이루길 기원한다.
 
 
●한국의 이것에 반하다
“한국의 ‘사람’이 좋다. 내가 본 한국인들은 모두 친절하고 정이 많았다. 나도 정이 많은 편이라 한국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있다. 또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게 앞에 물건을 내놓고 파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인들은 참 정직하고 서로를 신뢰하는 것 같다. 이렇게 정이 있고 믿음이 있는 한국인이 참 좋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