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를 들고 웃고 있는 기욤 학생. 모니터 화면으로 기욤 학생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보인다.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온 지 4개월에 접어든 기욤 학생(컴퓨터공학전공 4). 그의 외출 필수품은 바로 ‘카메라’다. 그는 항상 한 손에 쥐고 다닐 수 있는 소형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한국의 구석구석을 기록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카메라에 담은 일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해 고향 친구들과 한국의 생생함을 함께 느끼고 있다. 자신의 사진과 글을 보고 감동한 프랑스 친구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것이 목표라는 기욤 학생의 한국 생활기를 들여다봤다.

-취미가 페이스북에 일상을 올리는 것이라고.
“프랑스에서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지금처럼 활발하게 이용하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에 오니 새로운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음식 등 내가 새롭게 느낀 모든 것들을 프랑스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것이 내 취미가 된 거다.(웃음)”


-어떤 내용을 올리나.
“주로 일상적인 사진을 올리고 있다. 프랑스 친구들과의 페이스북 단체 채팅방에선 한국 음식이나 종교, 전통에 관한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친구들에게 가장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 있다면.
“지난 여름에 방문한 강원도 속초다. 속초 국립공원은 경치가 매우 아름다웠고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 있으니 굉장히 편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속초에서 처음으로 한국의 찜질 문화를 경험해봤는데 굉장했다.”
 

-찜질방의 매력에 빠진 건가.
“그렇다. 찜질방은 완전 신세계였다.(웃음) 외국인끼리 찜질방을 가니까 한국 사람들이 처음엔 놀라더라. 프랑스에는 찜질이라는 문화 자체가 없다. 그래서 부푼 기대를 안고 뜨거운 탕에 몸을 담갔는데 온몸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남들 앞에서 옷을 벗는다는 게 굉장히 어색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점차 익숙해지더라. 요즘에도 학교 근처의 찜질방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찜질방에 간 것도 페이스북에 올렸나.
“당연하다. 프랑스 친구들의 반응이 아주 재밌었다. ‘아무리 찜질방이 좋아도 나는 남 앞에서 옷 못 벗는다’고 그러더라. (웃음)”

한국에 온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기욤 학생은 한국 문화에 200% 적응하고 있다. 이런 빠른 적응력 때문일까, 아니면 페이스북에 자신의 일상을 꼬박꼬박 올리는 세심함 때문일까. 기욤 학생은 벌써 여자친구도 생겼다. 그것도 한국인 여자친구 말이다.


-여자친구는 어떤 사람인가.
“중앙대 불어불문학과 학생이다. 한국인이지만 태어나고 자란 곳은 영국이다 보니 사실 문화적인 이질감은 별로 없다. 그래도 여자친구 덕분에 한국의 식당과 카페를 많이 방문하고 있다. 물론 한국어도 배우고 있다.”
 

-첫 만남이 궁금하다.
“친구 생일 파티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친구의 룸메이트로 소개받았는데 그날 서로에게 한눈에 반한 거다. 그날부터 교제를 시작하게 됐다.(웃음)”
 

-만난 기간에 비해 교제가 빠른 감이 있는데.
“한국인들이 이해하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처음에 유럽인인 내가 여자친구에게 대시하니 여자친구도 많이 당황스러워하더라. 하지만 여자친구가 마음에 들어 계속 대시를 했다. 여자친구는 아까 말했듯이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보통의 한국인보다는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교제를 빨리 시작할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인연은 첫눈에 알아보는 법.(웃음) 이것도 하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주위의 반응은 어떤가.
“여자친구와 같이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걸어가면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러나 나와 여자친구는 그런 시선에 별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우리만 서로 사랑한다면 겉모습의 차이는 상관없는 것 아닌가.(웃음)”

활발한 페이스북 운영과 여자친구까지. 이쯤 되면 사람들은 기욤 학생이 학업에 소홀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학업에도 열심히인 그는 프랑스에서 공업에 특화된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전공이 컴퓨터공학이다.
“10살 때 아버지가 컴퓨터를 사오시면서 처음으로 컴퓨터를 접했다. 게임을 설치하고 신나게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소리가 나오지 않는 거다. 컴퓨터 수리기사를 부를 수도 있었지만 기다리기가 힘들었다. 혼자서 이것저것 건드려보다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때부터 컴퓨터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리곤 컴퓨터와 관련된 서적을 보며 컴퓨터 공부에 푹 빠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에피텍대학교로의 진학을 결심하게 됐다.”
 

-에피텍대학교는 어떤 곳인가.
“공업에 특화된 학교로 프랑스 종합대학교와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반적인 프랑스 종합대학교는 강의중심이라 한국에 있는 대학교와 시스템이 거의 비슷하다. 에피텍대학교는 과제와 팀플레이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래서 사실 수업에 빠져도 큰 상관이 없어서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컴퓨터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중앙대의 시스템이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었겠다.
“처음 한국대학에 와서 놀란 것은 과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요즘엔 점점 적응해가는 중이다. 그리고 컴퓨터공학과 관련된 수업 이외에 경영수업을 듣고 있는데 나중에 사업을 꾸리는 것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학을 배워 놓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컴퓨터공학을 중심으로 하되 경영학도 심층적으로 배워 볼 생각이다.”

1년 동안 한국에 더 머무를 계획이라는 그는 한국의 이곳저곳과 중국 그리고 베트남 등 다양한 나라들을 방문할 예정이다. 절친한 친구인 카메라와 함께하며 프랑스 친구들에게 동양문화를 전하는 동양 전도사 역할을 할 기욤 학생. 부디 동양문화를 잘 전달해주길 바란다.

 

한국의 이것에 반하다
“언제 어느 때나 모든 것이 가능한 한국의 활발함에 반했다. 보통 프랑스 가게들은 8시에 문을 닫는다. 술집은 10시 정도? 편의점 같은 야간 편의시설은 아예 없다. 그런데 한국에는 늦은 시간에도 나와 친구들을 반겨주는 곳이 많다.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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