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김순영 기자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요즘, ‘춤’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로 무장한 오디션 프로그램 <댄싱 9>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며 지난달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장르를 불문하고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춤꾼들이 모여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던 <댄싱 9>은 춤의 대중화에 앞장서기에 충분했다. 그중 예선부터 날렵하면서도 섬세한 춤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우승팀(레드윙즈) 최종 9인에 당당히 합격한 참가자가 있다. 바로 남진현 동문(24)이다. 무술과 현대무용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그의 춤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선부터 마지막 MVP를 가리는 무대까지 12번의 방송을 숨가쁘게 달려왔다. 레드윙즈와 블루아이 두 팀의 치열한 접전 끝에 행운의 여신은 레드윙즈의 손을 들었다. 우승팀의 멤버로서 얼마 전 열린 갈라쇼까지 성황리에 마친 남진현 동문을 만나보았다. 
 
-공연이 막 끝났다. 기분이 어떤가.
“사실 이틀 전에 끝난 상황이라 아직 정신이 하나도 없다.(웃음) 그래도 직접 기획한 갈라쇼 솔로무대까지 무사히 마쳐서 뿌듯하다. 대중적이지만 현대무용의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 작업이라 그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무술과 현대무용을 함께 볼 수 있는 무대라는 점이 인상 깊다.
“6살 때부터 삼촌으로부터 특공무술을 배웠다. 집안 자체가 무술을 하는 집안이라 자연스럽게 무술을 접할 수 있었다. 내 경우엔 국제특공무술협회 1세대 제자라고 보면 된다.”
 
-중국 소림학교에 입학도 했다고.
“중학교 2학년 때 두 달 동안 한국무술과 중국무술의 차이를 배우고 더 큰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어 소림학교에 들어가게 됐다. 그곳에서 공연팀으로 활동하면서 굉장히 즐거운 경험을 했다.”
 
-그러나 안양예고에선 무용을 전공했다. 
“무술을 배우면서 경찰부대 요원이나 무술지도자가 되고 싶었지만 중학교 3학년 시절에 우연히 ‘슈퍼스타 예수’라는 작품을 보게 됐다. 그 작품에 등장한 남성 무용수를 보니 반드시 무술로만 무술을 알릴 수 있는 것만은 아니겠더라. 특공무술을 현대무용에 가미시키면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술과 무용의 차이는 무엇인가.
“사실 공연 콘텐츠를 만드는 점에서 목적이 다를 뿐이지, 신체를 사용하는 범위에 있어서는 다른 점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댄싱 9>에서의 공연영상을 보면 다른 무용수에 비해 절도 있는 동작이 유독 많았는데.
“물론 남들보다 날렵하거나 날카로운 움직임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방송이다 보니 이런 점들을 춤을 통해 조금 더 부각시켰던 것 같다.(웃음) 원래는 느린 템포의 아다지오적인 춤을 지향하는 편이다.”
 
-학부시절엔 무용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고.
“‘그리스 헬라스’라는 대회였다. 뛰어난 실력의 댄서들도 많았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중앙대 무용학과 최상철 교수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회 준비기간 동안 교수님과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연습했다.” 
 
-상당히 스파르타식 교육인 것 같다.
“그런 편이다.(웃음) 가끔 연습을 너무 많이 하다보면 오바이트가 나오기도 하더라. 6시간을 쉬지 않고 계속 뛴다고 생각하면 된다. 3분이라는 공연시간 안에 모든 것들을 쏟아야하므로 엄청난 체력과 섬세함이 필요하다.”
 
-교수님의 가르침이 <댄싱 9>에서 빛을 발하기도 했나.
“교수님의 과목 중에는 신선한 과목이 굉장히 많다. 학생들이 직접 안무를 짜고 댄서들을 섭외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의 수업을 통해 갈고닦은 내공이 <댄싱 9>에서 짧은 시간 안에 안무 아이디어를 내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3분 남짓한 무대를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을 꼬박 연습했다는 그는 고된 연습으로 머리가 빠지는데도 혹독하게 연습에 매진했다. 그 결과 동양의 몽환적인 감성과 절제와 분출을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연소로 당당히 대상을 수상한다. 대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그는 4년 만에 중앙대 무용학과를 졸업하게 된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 <댄싱 9>에 도전한다.  
 
-지원 이유가 궁금하다.
“현대무용을 전공하면서 타 장르에 도전해야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일단은 도전하고 싶었다. 아직까진 예술이라는 장르가 대중화되지 않았다보니 무용이 굉장히 매력적임에도 대중들이 잘 모르고 있다. 이 점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싶었다.”
 
-방송 이후 무용을 대하는 대중의 반응이 달라졌나.
“아직까지도 클래식한 일반 무용작품이 난해하다는 반응이 많다. 그렇지만 이전보다 일반무용의 현장판매가 굉장히 늘었다고 들었다. 최상철 교수님 공연장에 갔을 때도 많은 분들이 티켓을 구매해서 관람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더라.”
 
-각기 다른 스타일의 댄서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은 어땠나.
“장르가 다르다는 것은 우선 그 사람과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니 굉장히 유쾌하게 작업을 했던 것 같다. 다른 장르와 합의점을 찾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들이 굉장히 즐거웠다.”
 
-의견충돌도 피할 순 없었을 것 같은데.
“대회기간 내내 참가자 모두 예민하고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럴수록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점에서 춤 실력도 중요하지만 선발 기준에 ‘인격’ 또한 중요한 요소였던 것 같다.” 
 
-생방송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는데 일주일은 어떻게 돌아가나.
“방송에서 보는 VCR를 촬영하는 데만 2~3일이 걸린다. 따라서 실제로 무대를 준비하는 기간은 3일 정도밖에 안 되는 거다. 그전엔 멤버들끼리 모여 어떤 무대를 만들지 아이디어 회의를 거친다. 연습시간이 평소만큼 충분치 않아서 당일에도 계속 수정이 되고, 촬영 중간중간에는 각자 여기저기서 연습 삼매경이다.” 
 
-방송에서 보이는 안무는 100% 창작물인가.
“어느 정도 마스터들의 코멘트가 있지만 대부분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안무들이다. 짧은 시간에 안무를 창작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참가자 모두 완성도 있는 안무를 만들어내더라.”
 
-안무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
“일상생활에서도 춤의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찻잔을 두고서도 얼마든지 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다. 그래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하고 있다.(웃음)”  
 
-방송에서처럼 실제로도 제한시간이 엄격한가.
“방송에서 보는 것보다 실제로는 체감 상 더  짧았던 것 같다. 제한된 시간 동안 굉장한 아이디어를 갖고 감각적으로 대중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여러 문제가 겹치다보니 편안한 환경 속에서 작업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방송이 아닌 무대라고 생각하고 즐기려고 했다.”
 
-커플미션 중 ‘이루다’씨와의 공연이 베스트로 꼽히기도 했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두고 소품으로 안대와 채찍을 사용해야 한다면 야한 생각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한번 더 꼬아서 안대를 그리움의 감정으로, 채찍을 연결고리라는 의미로 연상시켜 두 남녀의 권태기를 표현했다. 그래서인지 <가지마 가지마> 노래에 맞춘 애절한 작품이 탄생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사랑을 연기하다보면 실제로 감정이 생기는 경우가 있지 않나.
“썸씽을 말하는 건가.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웃음) 그러나 무대에서 사랑을 표현해야 된다고 했을 때 가짜사랑을 하면 그것이 다 드러나게 되는 것 같다. 춤이란 게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굉장히 솔직한 장르다. 그래서 그런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이루다씨와 작업을 하면서 대화를 정말 많이 했다.” 
 
 

춤은 

거짓말 못하는 

가장 솔직한 장르다

 
 
-춤 동작이 역동적인데 몸이 성한 곳이 없겠다.
“사실 지금 인대가 거의 끊어졌다. 생방송 내내 잠도 많이 못자고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번은 공연 1시간 전에 발목 부상을 당해 겨우 응급처치를 하고 무대에 올라갔던 적이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댄서들의 아픔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다친 것조차도 내 실수인 것이다. <댄싱 9>에 참가하면서 댄서로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평소에도 고민이 많은 편인가.
“주위 사람들한테 ‘그만 좀 생각해’라는 말을 자주 들을 정도로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다. 한번은 생각을 안 하려고 다짐한 적도 있는데 결국 나한테 오는 발전이 없더라. 그래서 1년이든 2년이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다.” 
 
-초반 기대와는 다르게 프로그램의 반응이 좋았다. 예상했나.
“몰랐다. 그래서인지 제작진들도 1회 출연진이 가장 순수하다고 하더라.(웃음) 시즌 2때에는 더욱 쟁쟁한 실력의 참가자들이 참여하지 않을까.”
 
-팀의 마스터들로부터 들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면.
“우현영 선생님의 ‘언제나 믿는다’는 말이다. 무대를 책임지는 댄서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댄싱 9> 출연으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던 그에게 방송출연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어렸을 적부터 남다른 끼로 예능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아이돌로 활동하며 이미 재능을 인정받아왔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연기까지. 예술이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끼를 펼치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타킹>에 출연했다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무술신동’이라는 콘셉트로 방송에 나간 적이 몇 번 있었다. 당시에 대중에게 생소했던 무술을 알리고 싶어서 방송에 출연했다.” 
 
-이를 계기로 가수활동 제의를 받게 된 건가.
“그건 아니다. 어렸을 적부터 ‘무술신동’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우연히 나를 알게 된 기획사 사장님이 계셨는데 나의 성장과정을 줄곧 지켜보신 거다. 그러다 가수활동을 하면서 대중들에게 다가가지 않겠냐는 제의를 하시더라. 그렇게 해서 2006년에 아카펠라 그룹 ‘Xing’으로 데뷔를 하게 됐다.”
 
-아이돌로 활동하던 당시가 궁금하다.
“무술을 하다가 갑자기 아이돌로 생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노래연습도 해야 했고.(웃음) 춤도 그동안 추던 것과는 성격이 달랐다. 그래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에 정말 열심히 했다.”
 
-하지만 다시 무용을 선택했는데.
“아무래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아이돌은 스스로 창조하는 것보다는 짜여진 틀 안에서 움직여야 되지 않나.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교 1학년 때까지 활동하던 가수생활을 그만두고 다시 무용에 전념했다.”
 
-허무하기도 했을 것 같다.
“박수 받는 직업에 있다가 갑자기 조용해지니 조금은 공허해지더라. 그렇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기보다는 우선 나의 본질적인 부분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같이 활동하던 친구들이 현재는 가수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데.
“유키스의 케빈씨나 비스트의 용준형씨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한 만큼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그래서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고 싶다.”
 
-최근엔 본인 또한 인기를 실감할 것 같다.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웃음) 지나가다가 알아봐주시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만큼 관심을 가져준다는 점이 정말 감사하다.”
 
-방송 쪽으로 진출할 계획은 없나.
“향후 영화에 출연할 예정이다. 간혹 무용수가 왜 영화 출연을 하느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렇지만 무용, 가수, 배우 모두 예술이라는 같은 카테고리 안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건 댄서로 있을 때는 댄서로서 영화에 출연한다면 배우로서 좋은 작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 이외에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져 본적은 없나.
“없는 것 같다. 사실 무용이나 예술적인 부분은 발달했지만 나머지 부분은 바보일 정도로 아무것도 모른다.(웃음)”
 
-어떻게 보면 몰입도가 대단한 것 같다.
“한 가지에 빠지면 몰입도가 엄청나다. 좋아하는 표현 중에 ‘열심히 했다’는 말이 있다.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사실은 마음에 불이 날 정도로 온 정성을 쏟는다는 말이다.    <댄싱 9>이든, 다른 작품에서든 정말 ‘열심히’ 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항상 진정성을 가지고 진솔한 작품을 선보이는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 어느 한 장르에만 국한되어 있으면 답답하지 않나. 유럽에서는 무용수가 타 장르에도 많이 참여한다. 지금은 예술이라는 틀 안에서 나의 플레이그라운드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당신에게 

중앙대란?

 
“중앙대는 나를 인간적으로 성장시켜준 곳이다. 특히 최상철 교수님을 알게 된 것은 인생에서 굉장한 행운이다. 교수님을 통해 사상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정말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교수님과 함께 준비했기에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또한 중앙대 학생으로 지내면서 장학금을 비롯해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학부생 시절 동안 친구들과 무용에 대해서 많은 얘기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만큼 중앙대에 가지는 애착이 정말 크다.” 
 
▲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커플로 선정된 남진현과 이루다의 무대.
 
 
<댄싱 9>, 대한민국을 춤으로 들썩이게 하다
 
▲ 우승을 거머쥔 레드윙즈팀. 사진제공 W.A company
 
 
슈퍼스타K, 케이팝스타, 보이스코리아, 위대한 탄생 … 대한민국은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 춘추전국시대다. 오직 노래로 승부하던 프로그램 사이에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춤’ 전쟁이다. 팝핀부터 왁킹, 댄스스포츠, 현대무용 등 장르를 불문하고 대한민국의 춤꾼들이 다 모였다. 예선부터 펼쳐진 참가자들 간 치열한 접전은 시청자들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마스터들에 의해 나눠진 두 팀. 레드윙즈와 블루아이다. 드래프트에서 레드윙즈와 블루아이의 마스터들에 의해 뽑힌 참가자들은 각 팀별 최종 9인의 자리를 두고 전지훈련에서의 각종 미션에서 경쟁하게 된다. 그렇게 선발된 최종 18인의 정예멤버는 생방송 무대에 올랐다.
 
매주 새롭게 펼쳐지는 참가자들의 무대는 감동과 열정 그 자체였다. 오디션의 새로운 포문을 연 이번 <댄싱 9>은 이제 곧 시즌 2로 다시 찾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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