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학자로서 우리 사회를 지켜보면서 당혹감을 느낄 때가 많다.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따뜻한 공동체의 모습을 잃고 그저 시장 논리에 따라 생존경쟁을 위해 치열한 경쟁이 난무하는 냉혹한 정글로 변해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우리 대학사회도 예외가 아닐 듯하다. 학점경쟁의 학생들로부터 취업경쟁의 졸업생들, 업적경쟁의 교수들, 그리고 대학순위 경쟁에 몰두하는 학교 경영진에 이르기까지 대학사회 구성원들에게 다윈의 살벌한 ‘적자생존’법칙이 더욱 지배력을 얻어가는 만큼 ‘만물은 서로 돕는다’는 크로포트킨의 협동공동체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게 되는 듯하니 참으로 갑갑해진다. 
 
  이런 가운데, 올 가을 캠퍼스에서 사회의 소생을 느끼게 하는 작은 움직임의 소식이 반갑기만 하다. 우리 대학의 비정규직 아주머니들과 아저씨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그분들이 있어 우리 대학의 환경미화와 시설관리가 깨끗하고 안전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인데, 정작 그들은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이른 새벽에 출근하여 최저임금 수준의 박봉을 받으며 궂은 노동을 해오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에 몇몇 학생들이 나서서 그들의 근로조건을 조사하여 시간외수당 미지급, 열악한 휴게공간, 신분불안정 등의 문제점들을 밝혀냈고, 이를 계기로 우리 대학에서 투명인간처럼 여겨지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익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로 단결하기에 이른 것이라 한다. 흑석캠퍼스에서 비정규직 노조가 정식 출범하는 날에는 같은 처지의 다른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찾아와 연대해주었고 우리 학교의 여러 교수님과 학생들이 동참하여 응원해주었다. 이제 그분들은 힘없는 ‘을’로 뿔뿔이 있기보다는 노조로 뭉쳐 당당히 하나된 목소리로 그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요구하는 ‘빨간 조끼’의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조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학생서포터즈 ‘비와 당신’이 만들어져 비정규직과 학생 사이의 아름다운 연대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용불안의 비정규직들인 만큼, 그들의 노조공동체가 어찌 될지 불확실하기만 하다. 그런 만큼 보다 많은 학생들이 비정규직과의 아름다운 동행에 참여하여 힘을 보태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교직원 정규직노조 역시 그 동행에 합류하여 우리 대학에 정규직-비정규직의 풋풋한 연대가 꽃피우기를 고대한다. 더나아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제 사용자이자 ‘갑’의 위치에 있는 학교본부가 그들의 신분보장과 근로조건 개선에 앞장서준다면 우리 대학사회에 아름다운 동행이 정말 멋지게 완성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야무진 꿈을 떠올려본다. 빨간 조끼의 아주머니-아저씨를 성원하는 우리들의 마음과 행동으로,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아름다운 동행이 무한경쟁으로 시달려 메말라가는 우리 대학에 더불어 사는 사회의 온기를 되찾아가는 변화의 모멘텀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병훈 교수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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