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는 지난 몇 년간 성과급형 연봉제, 1·2차 학문단위 구조조정 개혁으로 진통을 겪었다. 그 진통을 ‘성장통’이라 보는 쪽이 있는 반면에 강력하게 이뤄진 변화가 구성원들을 희생시켰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대학 본부가 연이어 내놓은 개혁안은 대체로 적극적인 지지와 거센 반발을 동반했다. 이번 교수 업적 평가 기준 상향 및 C등급 교수를 대상으로 한 제재 조치 강화 역시 대립각이 뚜렷하다.
 
외부의 시선과는 다르게 이번 사태가 몰고 온 후폭풍은 거세지 않다. 일간지에서는 ‘집단 반발’과 같은 강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학내에선 제도 보완이나 백지화를 요구하는 강한 움직임은 없다. 입장이 뚜렷하게 대립되지만 논의는 없는, 건강하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반대하는 입장은 뚜렷하지만 공론장은 의외로 조용하다. 반대하는 교수들은 ‘성난 침묵’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듯하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며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끝나버린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간지 보도 이후 대학 본부는 C등급을 받은 교수들을 언급하며 발빠르게 중앙인 커뮤니티에 총장단 입장 표명을 하였고, 중앙인 커뮤니티에선 대학 본부를 옹호하는 댓글이 연이어 달리며 ‘태만한 교수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중앙인 커뮤니티에 글이 게재된 이후 이번 사안은 ‘연구에 태만한 교수들’과 ‘개혁하는 대학 본부’의 대립구도로 프레임이 바뀌었다. ‘C등급 기준의 적절성’, ‘상향된 업적평가 기준의 공정성’과 같이 신뢰를 바탕으로 다듬어가야 할 문제들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
 
3년 연속 C등급을 받은 교수들의 연구실을 회수하는 문제는 단순히 C등급 교수들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다. 중대신문과의 인터뷰 중에 많은 교수들이 기준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C등급을 받는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대학 본부의 정책에는 강한 거부감을 표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교수들은 이번 C등급 제재 조치 강화에서 교수들에 대한 ‘대학 본부의 자세’를 문제삼고 있다.
 
과거 교수들은 중앙대에 주요 사안이 터질 때마다 신중한 조언자이자 정책결정자로 대학 운영에 참여해왔다. 비단 보직교수만이 아니다. 대학이 정책을 결정할 때마다 평교수들의 의견을 구하며 타협점을 찾아서 만든 정책이므로 도입 이후에는 구성원들에게 순조롭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최근 몇 년간 개혁 과정에서 중앙대 발전안에 교수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회의감이 확산되면서 교수협의회 연명교수에게서 보듯이 대학 본부가 설정한 대의(연구경쟁력 강화 및 수업 질 개선)에 동감하는 교수들마저 대립각을 세운다는 것. 그것이 중앙대가 정책 결정으로 잃은 큰 손실이다. 20여 년 정체되어 왔던 중앙대의 현주소를 알리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한다면 든든한 아군이 될 수 있었던 교수들이 정책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앙대에는 대학 본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집단과 대학 본부의 정책을 지지하는 집단, 대학 행정에 무관심한 집단 세 단위가 명확히 나눠져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대학 본부를 비판하던 구성원들도 동의할 줄 알고, 그 반대 현상도 벌어져야 하지만 경계가 분명하다. 사안을 분석하고 정책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게 불가능하다.
 
결국 학생-본부-교수들이 상호 신뢰를 하지 않으면 정책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대립각만 세우게 된다. 이래서는 정책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뤄질 수 없다. 대학본부는 신중한 정책 결정을 위해서라도 대화의 장을 확장하고 구성원간의 신뢰를 구축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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